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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 시 작 May 13. 2025

그날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본으로 이동한 이유는

- 젤리를 사러. 잠깐 독일 여행 -

차곡차곡 여행


오전 11시 34분 두근두근 설렌다. 1분 후면 네덜란드 국경을 넘어 독일이다!

누군가 여권을 보여달라며 신분을 확인할 것 같은 느낌이다. 순간 앞 칸의 을 열고 굳은 표정의 역무원이 다가온다. 첩보영화의 한 장면처럼 은밀하게 폰을 열어 티켓을 찾고 있는데 그가 내 앞에 선다. 떨린다.

"커피 드시겠어요?"

(엥?)

"예스"

괜히 긴장했다.

깊고 진한맛의 커피와 함께 나의 독일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살짝 흠이라면 7.5유로였다는 것.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마셨을 거다ㅎㅎ)




두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도시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맑은 하늘과 차가운 바람이 우리를 맞이해 줬다. 장대 같은 키에 굳은 표정의 사람들이 절도 있게 내 옆을 지나갔다. 깊게 들어간 눈과 높이 솟은 코를 가진 사람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히 ~흐"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강한 발음의 독일어 대화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한눈애 다 보기 힘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대성당 입구

기차역을 나오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대성당이었다. 년 동안 보수공사와 증축공사를 하며 지어진 대성당답게 한눈에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네덜란드에서 성당의 규모와는 사뭇 달랐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흑회색 성당의 높이는 하늘과 나의 거리를 멀게 느껴지게 했다. 거대한 성당의 위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하마터면 숙소로 가는 트램을 놓칠 뻔했다.


트램에서 내려 숙소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호텔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 거였다. 유리창을 통해 호텔 안을 들여다봤으나 직원도 없고... 말로만 듣던 무인호텔이었다. 평일이라 투숙객의 발걸음도 없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메일을 확인하며 비밀번호를 풀어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에선 또 다른 컴퓨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에 들어가려면 다시 로그인을 해야 한단다. 모든 것이 암호로 이루어진 이 호텔은 방탈출 카페를 연상케 했다.겨우 뚫고(?) 들어간 호텔방의 내부는! 시멘트 바닥에 번호만 달랑 쓰여 있는 이층침대가 전부였다. 테이블도 티비도 그 흔한 액자도 없더라. 3일 동안 묵어야 하는 독일의 이 숙소가 마냥 편해 보이진 않았으나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했다. (어떤 기준으로 예약을 했는지 예약자(남편)에게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암스테르담에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거리에도 비둘기가 많았다. "이 녀석들 참 글로벌하네"라고 한마디 건네며 슈바인학센이 유명하다는 음식점에 들어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슈바인학센과 소시지 그리고 소고기토마토스튜

족발요리인 슈바인학센과 소시지, 소고기토마토 스튜 그리고 맥주를 주문했다. 잘 구워진 족발은 바삭하고 살이 많았으며 소시지는 훈연한 덩어리고기 같은 느낌이었다. 접시에 펼쳐진 매쉬드포테이토와 잘 어울리는 맛이라고 할까? 스튜는 너무 짜서 거의 먹지 못했다. 다 마신 맥주잔에 종이커버를 덮지 않으면 계속 리필한다더니 정말 끊임없이 가져오고 계속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근데 우리 테이블은 더 가져오지 않더라. 많이 먹지 않을 걸 알았나 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전에 관공서였던 건물

조용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 거리를 이리저리 걷다 작은 박물관도 구경하고 광장에도 가보고 지나가는 아이들과 인사도 나눴다. 오늘도 만 육천보를 걸었다. 땅에는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려앉고 우리에겐 소리 없이 피로가 찾아왔다.


다음날.

아무것도 없는 방안을 봄 햇살이 가득 채워줬다. 고맙게도.

빵과 커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역으로 향했다. 하루 9유로인 일일 교통권을 사서 우선 본으로 가는 트램을 탔다. 연고도 없고 아는 이도 없는 본의 외곽지역에 간 이유는 단 하나다. 거기에 하리보 대형할인매장이 있단다. 젤리를 좋아하는 딸의 제안에 젤리를 좋아하는 아빠가 앞장선 것이다. 한 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한 곳은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맑고 깨끗한 하늘과 피자집, 꽤 큰 마트만 하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본에 있는 하리보 대형할인매장

먼발치서 하리보 캐릭터가 우릴 반겨줬다. 쇼핑본능이 살아났다며 신나 하는 딸아이가 골라온 건 1.2유로짜리 4봉지였다. 4.8유로의 쇼핑을 위해 27유로를 내고 달려온 거다 우리는 ㅎㅎ. 입안에서 젤리를 오물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신호대기선엔 자동차보다 자전거 그림이 앞에 그려져 있고 들꽃들이 여유롭게 살랑거리며 어르신들 손엔 한 보따리의 하리보젤리가 들려 있었다. 달달한 속을 가라앉히려 가는 길에 봐둔 마트에서 커피를 사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마셨다. 비싼 것도 아니거늘 며칠이 지난 지금도 그 커피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날 내가 맛본 건 커피가 아니라 독일 시골마을의 정취였나 보다.


일일 프리패스가 있으니 교통비에 대한 부담이 덜했다. 트램을 타고 다시 시내로 돌아와 피자와 맥주집을 기웃거렸다. 커다란 피자와 계란 노른자로 만든 물기 없는 꾸덕한 크림파스타, 맥주로 배를 채우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를 본 시내를 구경했다.

베트벤 생가 앞에서

평범한 집과 다름없는 베토벤 생가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춰 벽을 만져보고, 길거리 연주를 감상하고, 때마침 열린 시장에서 우리의 채소 과일과 비슷한 듯 다른 그것들을 하나씩 눈에 담았다. 어디서 왔냐, 우리 집 과일 싸고 맛있다는 푸른 눈의 주인장의 외침이 우리네 시장과 비슷해서 정겨웠다. 저녁엔 '하나'라는 한인음식점에서 밥을 먹었는데 사장님이 서비스로 음료수를 주셨다. 역시 한국인의 정이란! (우리를 제외한 모든 손님은 다 외국인이었다. )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새 또 밤~ 독일에서의 시간이 이렇게 흘러간다.


아침 9시.

독일에서의 남은 몇 시간.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동네 카페를 찾아 나섰다. 골목을 돌고 돌아 드디어 아담한 카페를 찾았다.

카페의 창문을 통해 바라본 본의 동네 전경

밀짚모자를 쓴 카페주인장과 동네 아저씨, 아저씨의 어린 딸이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곧이어 경찰도 들어와 홍차를 마시며 2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가더라. 자그마한 공간에서 이네들의 소소한 일상과 편안함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계산할 때 우리에게 건넨 주인장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오늘은 엄마의 날이구나. 넌 마음껏 즐기렴."


카페 사장님의 말처럼 마음껏 즐긴 독일에서의 시간이었다.

본의 끄트머리쯤에 있는 하리보 매장과 커피가 맛있었던 시골 마트도 베토벤 생가 앞의 거리공연도 커다란 피자와 뻑뻑한 파스타를 먹은 집도 구운 족발과 짜디짠 스튜를 먹은 음식점도 장소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추억의 실루엣은 아주 오래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대성당의 장엄한 종소리와 더불어.

베토벤 생가 앞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 모습

이제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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