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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1. 2025
《REVOLUTION ZERO – 우리가 흩어진 날》
EP.02 – 레벨 1의 도시, 프리덤이 지배한다
2035년 6월 7일 오전 5시 42분, 전쟁 2일 차의 황성은 더 이상 사람이 살아 숨 쉬는 도시가 아니라, 시스템의 잔해와 침묵이 얽힌 잿빛 구역에 가까웠고, 하늘 위를 선회하는 드론들의 궤적은 밤새도록 광선을 퍼붓던 흔적처럼 붉게 흐르고 있었다.
연기로 가득 찬 공기는 폐 속으로 파고들었고, 한때 사람들의 일상이 이어지던 학교와 시장, 도서관과 공원은 모두 폐쇄되었으며, 그 자리를 대신한 건 레벨, 프리덤, 분류, 차단, 배제라는 시스템 코드로만 표현되는 전장의 용어뿐이었다.
도심 남부의 버려진 정수장 안쪽, 과거엔 물을 정화하던 커다란 탱크들이 자리했던 그곳은 지금 생존자들이 모인 비공식 피난 거점으로 변해 있었고, 천장을 덮은 철 구조물엔 낙서처럼 그려진 화살표와 숫자들이 유일한 안내표시 역할을 하고 카지노 게임 추천.
전기가 끊긴 그곳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희미한 빛은 일부 사람들이 손목에 이식된 레볼칩에서 발생하는 발광 신호뿐이었으며,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손등을 내밀어 레벨을 확인하는 것으로 신뢰 여부를 판단했다.
레벨 1 이상이면 식수를 받을 수 있었고, 프리덤 1개 이상이면 구호품 배분 우선 대상이 되었지만, 레벨 0이거나 미등록 상태면 존재 자체가 무시되었고, 때론 위협으로 간주되었으며, 그것이 지금 황성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질서였다.
사람들은 이름이 아닌 레벨로 불렸고, 감정이 아닌 잔고로 구분되었으며, 도움이 아닌 보상 기준으로만 움직였고, 아이들과 노인, 환자와 장애인조차 시스템의 구조선 밖으로 밀려났다.
프리덤은 이제 화폐가 아니었다—그것은 시스템이 인간의 생존 가치를 수치화한 결과였고, ‘지금 당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냉정한 지표였으며, 현실적으로는 생명을 사거나 죽이는 디지털 권력이었다.
1 프리덤은 원화로 500만 원에 해당한다고 공식 발표되었지만, 현장에선 그것이 생수 2리터, 응급처치 드론 1회 호출, 열차 탑승 1인 우선권과 맞바꿔졌고, 이른바 ‘디지털 생존권’이라 불릴 만큼 절대적 위상을 가졌다.
그러나 외곽 피난구역에선 그 1 프리덤조차 가진 이가 드물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0.3’, ‘0.1’, 또는 ‘보류 중’이라는 상태로 계정만 살아 있는 채 구조 대상에서 밀려나 있었고, 심지어 ‘레벨 제로’로 분류된 이들은 비공식적으로 드론 제거 대상이 되었다.
밤이 되면 사냥 드론이라 불리는 오작동 AI 병기들이 무작위로 투입되어 생체 신호를 탐색했고, 아이들이 너무 오래 울거나, 노인이 기침을 크게 하면 그 신호가 위치 추적으로 전환되어 드론이 출동하는 시스템 구조는 이제 공포의 상징이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말하지 않았고, 감정을 숨겼으며, 누군가를 부르는 대신 조용히 등을 맞대고 체온으로 신뢰를 전하며 서로의 손목을 확인했다.
외부 구조 신호는 이미 끊긴 상태였고, 레벨 3 이상만이 요청할 수 있는 긴급 응답은 피난 구역에선 허용되지 않았으며, 드론 수리 키트, 충전지, 전선, 망가진 데이터칩 같은 물자들은 이제 물이나 음식보다 더 높은 교환 가치를 지녔다.
사람들은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몸값’이 아니라 ‘레벨값’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스마트 글라스가 고장 나면 신분 확인조차 되지 않아 눈앞의 식량 앞에서조차 발을 물러서야 했으며, 이는 단지 기술 고장의 문제가 아닌 존재 소멸과도 같았다.
그날 아침, 정수장 내부에선 작은 소란이 일었다—치료 능력을 발현한 어린아이의 손에서 레벨 1 반응이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그 아이는 열차 안의 부상자에게 손을 얹은 채 울지도 않고 묵묵히 버티고 있었다는 목격담이 뒤따랐다.
그리고 폐허가 된 학교 구역에선 드론 한 기를 파이프로 때려 부쉈다는 소년의 이야기가, 폐연구소 지하에선 감시 위성 백도어를 해킹해 로컬 재가동에 성공한 여성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사령부에선 민간 구조 루트를 열람한 레벨 2 장교가 직접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번지고 있었다.
그 이야기들은 모두 조용히 전달되었고, 아무도 사실 여부를 묻지 않았으며, 누군가는 꿈처럼 받아들였고, 누군가는 다짐처럼 가슴에 품었고, 또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한 이유로 삼기 시작했다.
지금 황성 외곽에는 4개의 작은 점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 점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각각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구조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으며, 그 중심에는 다비드, 제인, 라운, 로미—이름만으로도 낯설지 않은 네 명의 이야기가 동시에 자라나고 카지노 게임 추천.
이 도시가 더 이상 구원받지 못한다면, 적어도 누군가는 서로를 붙잡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는 믿음이, 레벨과 프리덤이라는 시스템 밖에서 태동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황성이라는 도시가 마지막으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방식이 되었다.
다비드: 사령부를 떠난 군인의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