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라블레
<카지노 쿠폰, 팡타그뤼엘은 거인족 카지노 쿠폰와 그 아들 팡타그뤼엘의 서사를 다룬 작품으로 각각의 인물에 대한 작품 2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거인족 중에서도 왕족이며 작품 속에서 왕위는 그랑구지에(카지노 쿠폰의 아버지), 카지노 쿠폰, 팡타그뤼엘 순으로 이양된다. 작품은 두 거인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거인 국가를 이끄는 왕자 혹은 왕으로서의 활약상을 다룬다.영화 <인터스텔라 속 거대 블랙홀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카지노 쿠폰'는 프랑스에서 구전되어 오던 거인 신화다.라블레는 이 신화로부터그의 아들 팡타그뤼엘 이야기를 창작했다. 즉, 두 작품 중 <팡타그뤼엘이 먼저 세상에 나온 것. 이후 <팡타그뤼엘이 성공을 거두자,카지노 쿠폰를 주인공으로 신화를 각색하여<카지노 쿠폰를 썼다.
두 작품의 이야기 자체는 매우 단순하며 비슷한 흐름을 따르고 있다.어딘가 존재하는 거인들의 왕국에서 태어난 왕자가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고, 외세의 침략에 대항해 전투를 치르고, 이에 승리하여 국가를 수호하는, 전형적인 영웅담이다.이야기의 흐름만 보면 인류 최초의 문학작품 <길가메시 서사시 보다도 단조롭다. 하지만 실제 작품을 읽으면 전혀 그렇지 않다.독특한 세계관과 더욱 독특한 묘사와 문체, 등장인물 각각의 뛰어난 개성, 넘쳐나는 사회 풍자들을 보고 있자면 이야기라도 단조로운 것이다행으로 여겨진다.
작가 프랑수아 라블레는 프랑스의 전직 수도사이자 의사이자 작가다. 이력만큼이나 독특한작가의 정신세계는서문에서부터 드러나는데,그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고명한 술꾼, 그리고 고귀한 매독 환자 여러분, 내 글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당신들에게 바치는 것이다.’그리곤 자신이술을 마시고 글을 쓰고 있음을 이야기하며,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욕을 퍼부어 준다. 심지어는 술을 마시고 쓴 자신의 작품을 두고 ‘열심히 썼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을 향해 ‘당나귀 좆같은 놈들아, 다리에 종양이 생겨 절름발이나 되어버려라!’라고 욕을 해댄다. 시작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작가의 정신세계를 체험하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감과 걱정이 동시에 든다. 그리고 열어본 작품은 이를 모두 충족시킨다.다른 작품들에서는 보기 어려운그로테스크하고 적나라한 묘사들이 곳곳에 등장하는데, 특히 성행위, 배설행위, 욕설, 폭력 묘사가 두드러진다. 이런 원초적인 장면들은인간 내면 아주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며,장난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보이면서도 작품 전반에 걸친 사회비판과 풍자에 신랄함을 더해 준다.
두 작품에는 주인공의 심복이자 조언자로매우 독특한캐릭터가 하나씩 등장하는데, <카지노 쿠폰 편에서는 장 수도사가 그런 인물이다. 그는 전쟁이 벌어져 다들 저 살겠다고 도망치는 와중에 수도원을 지키기 위해 다소 과격하고 저돌적인 태도로 다른 수도사들을 이끈다. 이후 강력한 신체로 무장하여 적들을 무찌르고 포로가 되었다가 탈출해 돌아오는 등 장 수도사의 다양한 모험담이 전개된다. 카지노 쿠폰는 그의 업적을 인정해 '텔렘'이라는 수도원을 맡긴다. 장 수도사가 직접 수도원장이 되어 세운 이 텔렘 수도원은기존 수도원의 고리타분하고 비합리적이기도 한 규율들을 모두 반대로 적용한 괴상한 수도원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라는 한 마디로 요약되는 규율을 가진 이 텔렘 수도원은르네상스의 인본주의적 입장에서인간 본성과 자유를 강조하는 이상적인 공동체로묘사된다. 이를 통해 당시의 경직되고 타락한 수도원들의 행태를 비꼬고 풍자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라블레는 <카지노 쿠폰속 어리석은 황제 피크로콜이 거인왕국을 침략하는 장면을 통해 당시 욕심 가득한 침략자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풍자한다.이때카지노 쿠폰와 그의 아버지 그랑구지에가 보여 주는 전쟁에 대한 식견과성품 역시인상적이다.주인공 거인들의 행동과 언어, 문화는 겉보기에저급하고 과격할지언정 전쟁을 대하는 태도는 성숙하고 교훈적이다. 되도록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포로들에게 관대하며 정복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카지노 쿠폰가 <팡타그뤼엘에 비해 나중에 쓰인 작품인 만큼 이런 풍자적 내용이 더 확연히 나타난다.
<팡타그뤼엘의 주인공 팡타그뤼엘은 카지노 쿠폰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다.아버지 카지노 쿠폰가 그에게 보낸 편지에는시대의 흐름에 따라 교육 수준이 높아지므로더욱 학문에 정진할 것을 권유하는 내용이 있다. 카지노 쿠폰와는 달리 팡타그뤼엘은 처음부터 이런 양질의 교육을 받고 자라 그랑구지에와 카지노 쿠폰에 이어 훌륭한 왕자로 성장한다. 카지노 쿠폰가 강력한 신체와 힘을 가지고 업적을 세웠다면, 팡타그뤼엘은지성을 주력으로현명하게 왕국을 통치하는 쪽이다. 대표적으로는 팡타그뤼엘이두 영주의 분쟁을 해결하는 장면이 있다.
두 영주는 법정에서 해석이 불가능한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공방을 펼치는데, 팡타그뤼엘은 이를 보고 똑같이 해석할 수 없이 어렵게만 들리는 논리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는 마치 팡타그뤼엘이 그 어떤 독자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춘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동시에 난해하고 불분명한 말들로혼란을 가중시키는 당시 법정을 풍자하는 장면이기도 하다.이런 내용이 몇 개의 장에 걸쳐 펼쳐지는데, 분명 제대로 된 문장이지만 도통 해석이 안 되는 변론들을 보고 있자면 작가가 천재적이라고 해야 할지, 미친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른다. 어찌 되었든 매우 독특하고 참신한 장면임은 분명하다.
<팡타그뤼엘 편에서는 <카지노 쿠폰 편의 장 수도사와 비슷한 포지션의 캐릭터로 파뉘르주가 등장한다. 파뇌르주는 이 작품에서 가장 정신 나간 인물이다. 매우 명석하면서도 천박하고 미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인물로, 팡타그뤼엘의 심복이 되어 여기저기에서 맹활약하며 작품의 유머와 풍자의 핵심이 된다. 그는 다소 과격해 보이지만, 작품 내내 비판의 대상이 되는 소피스트나 신학자들과는 반대로 실용적이고 실증적인 지식과 지혜를 가진 인물로, 다양한 논쟁과 모험, 전투 등에서 특유의 재치와 풍부한 지식을 활용해 팡타그뤼엘을 언제나 승리로 이끈다. 그와 동시에언어유희로 유머를 선사하는 것은 기본이다. <카지노 쿠폰 편에서 장 수도사가 텔렘 수도원장이 되는 것처럼, 이 파뉘르주에게도 후일담이 있는데, 이는 <팡타그뤼엘 후속편인 3부에서 이어진다. 다만 내가 읽은 것은 처음 쓰인 1~2부까지이며,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쓰인 3, 4부는 문체나 주제 등이 전작과 매우 이질적이며 번역본도 구하기가 쉽지 않아 2부까지만 읽기로 했다. 재치 덩어리 파뉘르주의 이야기가 궁금한 만큼 훗날 기회가 된다면 읽어볼 생각이다.
<카지노 쿠폰와 <팡타그뤼엘 두 작품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인간의 본성과 자유,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지식과 이를 토대로 한 교육이다. 두 주인공 모두 훌륭한 교육을 통해 훌륭한 지도자로 거듭난다. 심지어 <카지노 쿠폰 편에서는 소피스트의 고지식하고 이론에만 치중한 교육으로 카지노 쿠폰가 저능아 수준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기존의 교육을 강력하게 비판하기까지 한다. 라블레는 두 작품에서 지식, 지혜, 품성, 진리와 진실 등 고차원적이면서 훌륭한 이론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것들을 표현하는 문체와 이야기들은 천박하고 정신없기 짝이 없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이는 라블레가 강조하고자 하는 가치와 신념을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고상한 척하는 현실의 인간들이 내세우는 구시대적인 이념들이 온갖 폐해를 낳고 있는 상황에서, 그와는 반대로 행동은 천박하고 괴상한 거인들이 인본주의적이고 실증적인 가치관을 내세우며 현실보다 더욱 발전적이고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극적인 대비 효과를 보인다.겉모습만 번지르르하고 권위적이며 무가치한 이론만 내세우는 학자들을 비판하면서 어리석고 세속적이더라도 얼마든지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라블레는 수도사였지만워낙 자유분방한 성격과 학문에 대한 갈등, 수도회 생활의 제약을 못 이기고 수도원을 떠나 의사가 된다. 그런 그가 답답하고 고지식한 수도원의 이론일 뿐인 지식과 의사로서 습득한 실용적인 지식과 기술 사이에서 큰 괴리를 느꼈음은 자명하다. 그의 작품은 지금 봐도 워낙 해괴하고 적나라하고 선정적인 만큼, 당시에는 금서로 지정되었으며 작가 자신은 신변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도피 생활까지 했다. 창으로 찌르는 듯 직설적이고 공격적이며 짓궂은 문체와 표현들을 통해 그의 자유분방하고 직설적인 성격과 생애를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