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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R Feb 04. 2025

또 카지노 게임 추천 잃어버렸지만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박완서 님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기 시작했다. 첫 이야기 '친절한 사람과의 소통'을 읽는데, 작가님이 산길을 산책하다 열쇠를 잃어버린 일이 나온다. 어찌어찌 문을 열고난 후 오던 길을 되짚어 열쇠를 찾는다. 그 후 며칠 동안 산을 갈 때마다 찾았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결국 자식들에게 준 스페어 열쇠를 찾아 문단속을 하게 되었는데, 이쯤 이르니 신기하게도 열쇠가 나타난다.


다시 한 눈을 팔 수 있게 되었을 때 내 열쇠가 바로 길가 내 눈높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걸 발견했다. 누군가가 주워서 그렇게 눈에 잘 띄게 걸어놓았을 것이다.

-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p14


이 글을 읽다 보니 최근에 카카오 카드를 잃어버린 일이 기억났다. 그것도 두 번이나. 자주 쓰는 카드라 핸드폰 뒤에 꽂아두고 사용하는데 최근에 자꾸 잃어버린다.


처음 카드가 없어졌을 때는 작가님처럼 여기저기 다 뒤졌다. 예전에 서랍장 속에 잃어버렸던 안경을 찾았던 적이 있는지라 서랍장까지 다 뒤져보았다. 그래도 없었다. 결국 카드 재발급 신청을 해야 했다. 마음 놓고 지내고 있자니 조끼 주머니에 있는 카드를 발견했다. 물건을 잃어버려서 새로 사고 나면 나타난다는 그 법칙은 국룰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느 날인가 차에 둔 채 핸드폰을 두고 카드만 들고 나가 물건을 산 적이 있는데, 그때 조끼 주머니에 카드를 넣었던 것이 떠올랐다. 좀 더 찾아볼걸. 허탈해졌다. 그 바람에 새 디자인의 카카오 카드가 생겼지만, 자꾸 깜빡깜빡하는 나의 상태를 한탄했었다.


그런데 얼마 후 새로 발급받은 카드를 또 잃어버렸다.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정신 챙기고 잠깐 멈춰서 기억을 더듬어봤다. 마지막으로 카드를 사용한 곳이 어디였나 생각하면서 결제 내역을 확인해 봤다. 셀프 주유를 하면서 카드를 결제기에 꽂아두고 온 것 같았다. 주유소에 전화해서 확인해 보니 맞았다. 당장 주유소에 가서 찾아오기로 하고, 운전해서 가는 길. 다시 나의 기억력을 탓하기 시작했다. 자꾸 뭔가를 잃어버리는 빈도가 높아지니 걱정도 되었다.


구시렁거리면서 주유소에 도착해 사무실로 들어가 카드를 찾으러 왔다고 하니, 아저씨가 서랍 하나를 열었다. 서랍에서 고무줄에 둘둘 말려 있는 카드 더미 하나를 꺼내더니 가장 위에 있는 카드를 뽑아 주었다. 내 카드였다. 카드를 받아들고 안심하고 나니 내 카드와 함께 있던 다른 카드들이 눈에 들어왔다. 10장은 넘어 보였다. 주유소 카드 결제기 주변에 '카드를 가지고 가라'는 글이 붙어 있고, 주유 안내 방송에 '카드를 뽑아가라'라고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사람들이 자꾸 카드를 잃어버리니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안내를 하는 것일 테다. 주유소에 카드를 두고 가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다니, 갑자기 마음이 놓였다. 저렇게 많은 사람이 카드를 잃어버린다면 나도 괜찮은 거 아닐까.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의사 정원(유연석)의 엄마 로사(김혜숙)가 친구인 병원장 조수(김갑수)와 함께 병원 주차장에서 자신의 자동차를 찾는 장면이 있다. 둘이 함께 차를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자동차 키의 버튼을 눌러도 차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찾는데 갑자기 로사가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깔깔 웃는다.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어, 병원에 올 때 택시를 탔다”라면서. 나이 든 친구 둘은 깜박깜박하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허허 웃는다.


막상 내가 나이가 들어가니, 그 덕에 하게 되는 자잘한 실수를 이 둘처럼 깔깔거리면서 대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주유소 서랍 속 카드 더미를 보니 다른 사람들의 실수에 기대어 볼까 하게 된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나이 들어가는 거고,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실수할 수 있다고,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새로 발급받은 카드. 이제는 잃어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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