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時節因緣) (2)
"시절인연(時節因緣)(1)"을 발행하고 난 후, 울 신랑에게서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내 기억이 나에게만 유리하게 조작된 기억이라고.
그래서, 우짤?!
모든 역사서가 그러하듯, 글은 승자의 기록이고, 역사는 펜을 쥔 자의 것이지 않은가.
우리의 역사를 내 기억에 의존해내가 쓰겠다는데...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인지라,나는 외세의 간섭(?)에 굴하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 쓰기로 결심했다.
그날 이후, 내 눈에도 그 남자가 계속 들어왔다.
기숙사 B동에 살고 있는지, 기숙사 식당에서, 기숙사 BC 벤치 주변에서 계속 만났고, 그럴 때마다 나에게 알은체를하며 인사했다.
그 카지노 게임 추천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여서 나에게 알은체를 할 때마다 여러 사람의 눈이 내게 쏠리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매일같이 나를 볼 때마다 알은체를 하자, 내 주변 사람들도 점차 그 사람의 존재를 눈치채는 것 같았다.
"저 사람, 그때 말한 그 사람이지?"
룸메이트 언니가 제일 먼저 눈치를 챘고,
"저 사람, 뭐냐?"
동문 선배들이 그다음 눈치를 챘다.
하루는 기숙사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그 남자 주변에서 본 것 카지노 게임 추천 여자 사람들이 날 보고 숙덕거리기 시작했다.
"쟤지? OO 선배가 말하는 초롱이."
"뭐가 초롱초롱하다는 거야? 딱 봐도 별로구만."
애써 외면했지만, 내 이야기를 하는 게맞는 것 같았다.
'초롱이라니... 쌍팔년도 애니메이션 주인공도 아니고, 아놔.'
그날 이후, 그 남자는 알은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만날 때마다, "차 한잔 마시자.", "밥 한번 같이 먹자."라고 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시간이 없어요.", "도서관 가야 해요."라며 거절했다.
[그때 울 신랑 속마음 : 1학년이 도서관이라니... 핑계가 정말가소로웠지. 내 제안을 계속 거절하는 것도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고. 점점 궁금해지더라고, 도도하게 구는 네가.]
사실, 그 당시 나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쉽지 않은 극 I라서, 생판 모르는 사람인 그 남자와 1:1로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거절도 하루이틀이지, 계속 그렇게 내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을 밀쳐내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룸메이트 언니의 조언에 따라 같이 차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보니, 이 카지노 게임 추천가 싫진 않았나 보다.
룸메이트 언니의 적극적인 코치도 있긴 했지만, 싫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개인적인 만남을 내 생애 처음 시도한 거 보니까...
이 카지노 게임 추천와 차를 함께 마신 그 시간은, 생각보다 편했다.
말수가 적었던 내가 그렇게 말을 많이 한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고, 낯선 사람임에도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으며, 어색한 침묵의 순간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후, 나에게 이 카지노 게임 추천는 "아는 오빠"가 되었다.
그런데...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어느따스한 봄날, 그 카지노 게임 추천로부터 BC 벤치에서 잠시 보자는 연락이 왔다.
그때는 휴대폰이 있던 시절이 아니라서, 기숙사 방마다 설치되어 있던 전화기로 연락을 받았는데, 주말이라 많은 기숙사생들이 본가를 가버려서 썰렁한 BC 벤치에서 그 카지노 게임 추천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 군대 가는데... 혹시 기다려줄 수 있어?"
"What?!"
솔직히, 매우, 많이, 엄청, 황당했다.
우리가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고, 서로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거기다나는 이제 대학생활 시작한 신입생인데... 지금 나더러 곰신(군대 간 남자 친구나 애인을 기다리는 여자들을 일컫는 말)이 되라고?
당연히 거절했고, 며칠 뒤 그 카지노 게임 추천는 나와 몇몇 사람만 눈치챈 빅 이벤트(?)를 남긴 후, 군대를 간 것 같았다.
BC 벤치에서의 그 황당한 제안 이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룸메이트 언니들과 함께 기숙사 식당에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왜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기숙사 식당 로비에 설치되어 있던 큰 칠판에 매우 큰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초롱아, 잘 지내."
"초롱이가, 뭐야. 강아지 이름이야?"
사람들이 웃는 소리, 숙덕거리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렸다.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지만, 모르는 척을 했다.
아니, 사실은 가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면 내가 초롱이란 것을 들킬 것 같아 밥 먹는 내내 무심한 척하느라 힘들었다.
그러다, 그 카지노 게임 추천의 여자 후배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도 알고 있는 별명, "초롱이".
나만 모른 척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큰 여운을 남긴 채, 그 남자는 학교에서 사라졌고, 가끔 생각나긴 했지만, 당연히 내 일상에서도 그 남자의 존재가 조금씩 지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기숙사 쪽문에 뭘 사러 나가다가 기숙사 B동 앞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 있는 그 카지노 게임 추천를 봤다.
'군대, 간 거 아니었나?'
솔직히 가슴이 두근두근거렸지만, 가서 알은척하기 부끄러워서 못 본 척하고 볼일을 보러 갔는데, 내내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다시 쪽문으로 돌아오면서, 알은체를 할걸 그랬나 후회하고 있었는데,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그 카지노 게임 추천가 쪽문 앞에혼자 서 있었다.
"오랜만."
"네."
부끄럽긴 했지만, 반가운 마음도 들고 해서 그 카지노 게임 추천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대뜸
"근데, 그 손톱 그거 뭐냐? 빨간 손톱, 안 어울려."
그러고는 무심히 기숙사 쪽문을 나가버리는 거다.
그날, 룸메이트 언니들이 빨간 매니큐어를 바르다가 내 손톱에도 발라주겠다고 해서 처음으로 빨간색 매니큐어를 발라본 건데, 몇 달 만에 만나서 한다는 소리가, 내 손톱 이야기라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보다가 나는 기숙사 방에 들어와서 당장 빨간색 매니큐어를 지워버렸다.
뭔가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아쉬운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서운하기도 한 것 카지노 게임 추천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때, 왜 날 초롱이라 불렀어?"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서. 근데, 나도 궁금한 게 있어. 나는 너한테 직접적으로 초롱이라고 한 적 없는 것 같은데,어떻게 알고 있었어?"
"당신 여자 후배들이 내 뒤에서 숙덕거려서 알았지."
"그랬구먼."
"기숙사 쪽문에서 보자마자 내 매니큐어 지적 한건기억나?"
"응."
"그때 그 매니큐어 처음 발라본 거였는데, 당신이 그러는 바람에 가서 당장 지웠잖아. 근데, 그때 군대 간 거 아니었어?"
"사정이 좀 있어서, 군대는 그 이후에 갔었지."
"아하, 그래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편지가 온 거였구나?"
"뭐야, 설마 또 이걸 글로 쓰려고?"
우리의 역사는 펜을 쥔 내 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