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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Mar 25. 2023

발목에 카지노 가입 쿠폰을 감은 어른 코끼리

그저 그런 카지노 가입 쿠폰

얼마 전 회사 어르신들과 왕창 술을 마셨을 때 이런 말을 들었더랬다. 보현이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아주 뾰족뾰족해서 몇 년 못 버티고 다른 곳으로 옮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아주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취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나는 둥글어진 게 아니라 체념을 한 것이었다. 어렸던 나의 가장 큰 자산은 아닌 것을 아니라고 꿋꿋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패기였다. 그래서 데스크의 폭압 아래서 괴로워하는 후배 하나 지켜 주지 못하는 선배들을 '쇠사슬에 걸린 코끼리'라며 원망할 때도 있었다. 이제 와서 보니 내 발목에도 선배들의 것만큼이나 큼지막하고 두껍게 보이는 쇠사슬이 감겨 있다. 끊고 나가려면 나갈 수도 있을 텐데, 학습된 무기력이 발끝부터 나를 계속해서 좀먹어 온다.


내 발목의 카지노 가입 쿠폰은 아직 두 눈에 총기가 살아 있는 동료와 대화한 뒤에야 비로소 눈에 보였다. 무엇이 제일 힘들었냐고 물었더니 '저널리즘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 조직 구성원들의 무력감을 관통하는 한 줄이었다. 그렇게 또 마음이 엉망진창 다친 채로 조직을 떠난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떠난 그이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기를 바란다. 도망친 곳에 낙원이 없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은 구석이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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