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꽃다지 영업하려고 했던 글
단과대 새내기 미리배움터 환영 행사에서 문선대(문화선전대)를 보고 문화충격을 받아 "학생회가 신입생들을 모아 놓고 정신교육을 시킨다!"라고 분개했던 대학생은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 이상할 정도로 민중가요를 꿰고 있는 직장인이 되었다. 한여름에는 타 죽어 가며, 한겨울에는 얼어 죽어 가며 각종 온라인 카지노 게임·시위를 쫓아다니는 것이 내 일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는, 대통령 집무실을 어떤 논의나 장기적 기획 없이 별안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다는 희대의 뻘짓 덕분에 과거에 비해 그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되기는 했지만, 어쨌든온갖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모였다가 퍼지는 곳이다.덕분에 길치 중의 길치인 내가 서촌, 삼청동 일대의 샛길은 눈 감고도 다닐 수 있다.
여기에 현장에서 자주 불리는 민중가요의 전주만 들어도 첫 소절을 자동으로 외는 능력도 탑재했다.어떤 기상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아스팔트 바닥에 오와 열을 맞추어 주저앉아서 팔뚝질을 하는 사람들 옆에 끼어 노트북을 두드리는 생활을 오래 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찰진 노래는 민중가요라는 생각을 했다. 귀에도, 입에도 그렇게 짝짝 붙을 수가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내부자가 아니라 외부인일 텐데, 민중가요만 들으면 이상하게 같이 피가 끓는 기분이 들었다. 운동권 노래패 특유의 흉내내기도 힘든, 기백이 넘치는 비브라토도 백미였다. 나는 금속노조 온라인 카지노 게임 플레이리스트(?)를 가장 좋아했다. 노트북 키패드 위에서 쉼 없이 손가락을 놀리는 동안입 안으로는 〈단결투쟁가〉와 〈철의 노동자〉, 〈파업가〉, 〈비정규직 철폐가〉 등을흥얼흥얼 따라 부르곤 했다.
물론 피 끓는 노래만으로는 고됨을 이길 수 없던 날도 있었다. 아마도 금속노조 온라인 카지노 게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고 나왔는데도 휴대폰과 전자담배 배터리가 픽픽 꺼지고 도로 충전도 안 될 정도로, 정말 말도 안 되게 추운 날이었다. 시작 시간이 20분이나 늦어졌지만 날이 추워서였는지 진행도, 행진도 예정된 시각에 마무리가 되었다. 핫팩을 세 개나 뜯어서 썼는데도 온몸이 아팠다. 한참 쪼그려 앉았다 일어섰을 때는 무릎이 시려서 발걸음을 떼기도 어려웠다. 기자들은 롱패딩을 비롯한 각종 방한용품으로 중무장을 하고서도 찬바람과 한기에 못 이겨 워딩을 하는 내내 비명을 질렀다. 그 난리통 끝에 자리에 남아 마지막까지 지켜보던 기자는 나까지 딱 두 명이었는데, 옆에서는 문선대 아저씨들이 패딩을 벗고 얇은 셔츠만 몇 장 겹쳐 입은 채 펄쩍펄쩍 뛰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쓰러워서 패딩을 도로 입혀 주고 싶을 정도였다.
최근 남태령 온라인 카지노 게임 현장에서 젊은 여성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대오 맨 앞에 서서 〈다시 만난 세계〉의 안무를 완벽하게 추는 모습을 보고 그 일이 떠올랐다. 춤을 추느라 패딩 같은 건 어딘가에 벗어 둔 모양인지 요즘 10~20대들이 즐겨 입는, 예쁘지만 방한 기능이라고는 한 톨도 없는 얇은 옷만 입고 있었는데, 춤사위에는 거침이 없고 절도가 있었다. 반가움에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저거 딱 문선대잖아!"라고 생각했다. 맹렬한 추위에 얼어붙지 않도록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고, 긴 농성에 지친 참가자들에게 활기를 북돋아 주는 문선대의 역할을 그 여성이 하고 있었다.이른바 '비권'이 학생 사회의 주류를 장악하고, 단과대를 중심으로 근근이 이어져 오던 학생운동의 명맥도 그나마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다 끊기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안타까워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과거의 유산이 생명력을 얻어 부활한 모습을 목격할 줄은 몰랐다.
2016년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이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함께 불렀던 〈다시 만난 세계〉는 우리 세대의 민중가요가 되었고, 과거 군사독재 정권의 참상을 겪었던 기성세대들이 젊은이들로부터 노래를 배워서 부르고, 젊은이들 역시 기성세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배워서 함께 부르고 싶으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 주최 측에 민중가요를 틀어 달라고 요청한다. 이런 식의 선순환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감회에 젖어서 내가 좋아했던 민중가요를 쭉 듣다가, 드디어 영업을 할 때가 됐다 싶었다. 사실 나는 꽃다지를 가장 좋아한다. 수요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갈 때마다 외울 정도로 들었던 〈바위처럼〉도 좋지만, 세계가 나선형으로 발전한다는 믿음을 잃어 갈 것 같을 때에는 〈당부〉를 듣는다. 〈내가 왜〉는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장기농성을 하던 학습지 교사들을 위한 노래지만, 이걸 들으면 두꺼운 옷과 이불로 몸을 둘둘 감고 상암 월드컵경기장 앞 천막에서이랜드 비정규직 파업 노동자분과 함께 어색하게 잠을 청하던 때가떠오른다. 노래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