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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Nov 17. 2024

'사사로운 서사'에서 '아무렴 어때'로

처음 생각했던 책 제목은 ‘사사로운 서사’였다. 평범하게 숨 쉬며 살아가고 싶은 한 사람의 상념을 담은 이야기.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브런치 스토리에서도 그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이 차츰 무르익어 갈 무렵, 출간을 결심했고, 원고는 책 한 권을 만들 만큼 채워졌다.

하지만 막상 책을 쓰고 보니 ‘사사로운 서사’라는 제목이 너무 식상하게 느껴졌다. 나는 책의 서문을 SNS에 올리고, 팔로워들에게 떠오르는 제목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글에 대한 느낌을 제목으로 풀어준 사람, 감성 넘치는 제목을 제안한 사람, 심지어 전혀 엉뚱한 제목을 적어준 사람까지.

그중 한 사람이 ‘숢’이라는 제목을 제안했다. ‘숢’은 ‘삶’과 ‘숨’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뜻이었다. 그 단순함과 깊이에 반했고, 내 마음을 정확히 읽어낸 제목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곧바로 제목을 ‘숢’으로 정했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제목이 좋았다.

그러나 출판계약을 하고 편집장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되었다. ‘숢’이라는 제목은 단어 자체는 좋지만 너무 추상적이며, 책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떠올리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결국 제목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이 결정되면서, 나는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내 글에 가장 적합한 제목을 내가 가장 잘 알아야 하는데, 어찌나 막막하던지 한숨만 나왔다.

그래서 내 글의 방향을 잘 이해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도 같은 의견이었다. ‘숢’은 좋지만, 제목만으로는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거였다. 대화를 나누며 점점 더 구체적이고 단순한 방향으로 제목을 좁혀갔다.

그러다 문득 책 속에 이미 있는 문장을 떠올렸다. “이런 제목은 어때?”라고 친구에게 물었더니, 친구는 너무 좋은 생각이라며 감탄했다. 제목에서 글의 의미와 방향이 직관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대화를 통해 나도 그 의미를 확신할 수 있었고, 마침내 내 글 속에서 제목이 탄생했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깊을 수 있다.

편집장에게 새 제목을 전달했을 때, 그는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너무 좋은 제목입니다. 책의 내용도 짐작이 가고, 쉽고 강렬한 느낌도 있어요. 정말 완벽한 선택이에요.”

그렇게 나의 첫 책 제목은 ‘아무렴 어때’로 결정되었다.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책 제목을 결정하는 과정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글의 의미와 방향, 그리고 독자와의 첫 연결을 만드는 일이었다. 제목을 정하며 내가 배운 것은 다음과 같다.

단순함의 힘제목은 짧고 직관적일수록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너무 복잡하거나 추상적인 제목은 글의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

독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기독자가 제목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짐작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글에 대한 애정을 담되, 독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의 도움을 구하기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할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의 의견과 피드백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글의 방향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큰 도움이 된다.

글 속에서 답을 찾기제목은 종종 글 속에 이미 존재한다. 글의 핵심 메시지나 반복되는 문장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첫 책의 제목은 단순한 글자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글의 정수와도 같은 존재다. 독자들이 이 제목을 통해 내 글을 이해하고, 한 걸음 더 다가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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