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은 작가의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산문.
작가는 직장인이었으나 수차례 문학상 공모전에 도전해서 마침내 2013년 문학상을 받았다. 이후 여러 편의 장편소설, 에세이, 논픽션,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하고 있는 전업작가이다.
본 책은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읽었지만 완전한 신간은 아니고 2023년 하반기에 출간된 책이다. 본 책은 작법사라기보다는 직업 작가에 대한 체험기 모음집이다.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현실적으로 서술된 산문은 처음 읽어봤다. 전업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희로애락이 소개되어 있다. 그중에 특히 희락보다는 노애 쪽에 비중이 크다. 알아본바 사실상 그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으로는 이 책을 읽고는 전업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대한 환상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본 책에 소개된 여러 편의 에피소드가 어디서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현실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패와 좌절이 그 중심이다. 문학상을 받거나 등단을 하고 잊힌 수많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 인세로는 연 천만 원을 벌기 힘들어 생계의 고민을 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 출판사와의 힘겨루기를 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 결국 다른 본업에 복귀하기를 권유하는 업계 사람들의 이야기로부터 설마 그럴까 했던 생각이 실질적 리얼리티로 느껴졌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이 아쉬운 점이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다른 아쉬운 점으로는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경험적, 이론적, 실질적, 구체적인 도움이 될만한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얇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작가의 하소연으로 분량이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모순적이게도 이 점도 이 책의 재미요소이기도 하다. 이런 하소연의 분량이 비중 있는 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편으로는 이 작가의 다른 산문이나 소설 또는 향후 출간될 신간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1. 어떻게 시작하는가. 2. 어떻게 쓰는가, 3. 쓰는 마음, 4. 작가를 둘러싼 사람들 이렇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모두 글쓰기에 관한 주제이다. 결론은 일단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한다는 것 같다. 게다가 공개된 곳에 글을 올려서 다른 독자의 피드백을 받거나 합평을 받는다면 더 좋다. 서평, 칼럼, 에세이, 논픽션, 픽션에 대한 작법도 소개되어 있지만 다소 작가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어서 주관적이다. 그냥 참고사항으로 읽고 넘어간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이 책의 핵심 부분은 3장으로 보인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실제 경험이 제일 많이 들어가 있고 아마도 밝히기 불편한 부분도 일부 들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패와 좌절의 경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극복에 도움이 되었던 개인적인 마음가짐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문학상을 수상했던 잠깐의 기쁨 이후로 계속된 거절의 경험들, 좌절된 꿈의 경험들, 의미를 상실한 순간들, 무시당했던 일들에서 누구나 그럴 수 있겠다는 공감을 받으며 읽었다. 사실 대부분의 초보자들이 이런 상실감을 경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감정적으로 읽었다. 끝까지 읽어도 전혀 희망적이지 않았지만 그렇게 때문에 현실적이라고 보인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는 편집자, 독자, 기자, 동료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대해서 저자가 경험했던 짧은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그냥 어떤 기성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만나서 커피타임에 수다를 떠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기 좋았다. 소개된 부류의 사람들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주변에 자주 있는 대표적인 직군 등이지만 실제로는 이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를 넘나드는 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식적인 사람도 있는 반면 비상식적인 사람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세상이 그렇지 않은가.
책의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거절에 대해 주로 말하고 있다. 우리는 거절을 두려워하지만 거절은 어떤 다른 직군의 사람들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거절이 두렵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쨌든 작가라는 직업 자체가 정의하기 어려운 실체가 없는 직업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이 책의 저자를 포함 한 모든 작가들은 아직도 계속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