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소유 Apr 24. 2025

<필경사 카지노 게임

허먼 멜빌의 아주 뮤명한 단편소설.


1. 분량과 단락장


-. 화자는 야심 없이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 나이 든 변호사다. 이어서 변호사 사무실의 근무환경과 함께 일하는 인물이 소개된다. 바쁜 업무로 구인 광고를 냈고, ‘바틀비’라는 청년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 카지노 게임는 필경사 업무를 아주 능숙하게 했다.

-. 어느 날 필경사 업무 외적인 서류 검토를 카지노 게임에게 부탁했고, 카지노 게임는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라며 부탁을 거절했다. 할 수 없이 다른 직원에게 일을 시켰다.

-. 화자는 중요 서류의 검토가 필요해서 모든 직원을 불렀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는 또다시 거절했다. 이유는 없었다.

-. 화자는 한동안 카지노 게임를 관찰한다. 그는 밖에도 나가지 않고 식사도 하지 않고 있었다.

-. 카지노 게임는 계속 화자의 업무 요청을 거절한다. 동료 직원들도 이에 대해 불만을 갖고 의아해한다.

-. 카지노 게임는 필경사 업무 하나는 잘했고, 출퇴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근면하고 성실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어떤 부탁도 들어주지 않았다.

-. 화자는 일요일에 잠깐 사무실에 들렀는데 바틀비가 있어서 놀란다. 심지어 오히려 자리를 비켜달라는 부탁까지 받는다. 주인공은 충격과 망상에 빠지며 바틀비를 이해하려고 한다.

-. 다음날 화자는 카지노 게임와 진지하게 대화를 하려고 시도하지만 카지노 게임는 그것조차 거절한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동료들이 참지 못하고 한 마디씩 한다.

-. 다음날 카지노 게임는 유지하던 유일한 업무인 필사마저 안 하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오히려 그런 카지노 게임를 걱정한다. 그는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 화자는 바틀비를 정리해고하려고 했지만 바틀비는 사무실을 나가지 않았다.

-. 주인공은 오랫동안 바틀비를 방치하다가 결국 사무실을 옮기기로 결심한다.

-. 주인공은 사무실을 옮겼지만 바틀비는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아서 다음 입주자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 일은 곧 화자를 다시 난처하게 만들었다.

-. 주인공은 카지노 게임에게 여러 제안을 하지만 카지노 게임는 여전히 모두 거절한다.

-. 결국 바틀비는 건물주에게 신고를 받아서 구치소에 잡혀가게 된다.

-. 화자는 카지노 게임에게 면회를 가서 그를 신경 쓰려고 했지만 카지노 게임는 신경 쓰지 않는다.

-. 어느 날 카지노 게임는 깊게 잠이 들어서 깨어나지 않았다.

-. 카지노 게임의 죽음 이후 주인공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는 생전에 ‘배달 불능 우편물 취급소’의 직원으로 있었고 구조조정으로 쫓겨났다고 한다.



2. 느낀 점


여러 글에서 많이 인용되는 필경사 카지노 게임를 드디어 읽었다. 내용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문체 부분에서는 문장과 단락이 다소 낡았지만 선명한 묘사가 좋았다. 주인공인 화자와 반주인공 카지노 게임가 짝패를 이루며 조화로운 모습이다.


읽은 후 느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에 대해 알게 된 기분이다. 바틀비는 필경사로 직업을 갖게 되었고, 필경사 업무만 하기로 선택한다. 그리고 그 어떤 부가적인 업무는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업무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행동이나 말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그럼에도 화자는 끝까지 바틀비를 이해하려고 상당히 애를 쓴다. 화자는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깊게 바틀비에 대해 고민한다.


본 소설은 카지노 게임라는 이상적인 인물을 극단적으로 형상화했다. 특히 화자로 하여금 무의미한 상황을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것을 짜임새 있게 묘사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 속에서도 그 어떤 의미를 계속 파고들어 만드는 것이 결국 인간의 욕심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더불어 어쩌면 카지노 게임를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은 화자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어떤 선택에도 휘둘리지 않는 카지노 게임는 그의 최후까지 절대로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인간을 쉽게 판단하고 정리하려고 하지만 어떤 인간을 판단하기에 앞서 한 인간은 의외로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카지노 게임가 왜 그렇게 선택했을지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카지노 게임가 어떤 선택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정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단락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배달 불능 우편물 취급소’라는 이전 직장에서 의미 있던 것들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처럼, 무의미를 의미 있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 같기 때문이다.


3. 가장 좋은 부분


일요일 아침 내 변호사 사무실에 살고 있는 바틀비의 예기치 못한 출현과 송장처럼 창백하면서도 신사처럼 태연하며 동시에 확고하고 침착하기까지 한 모습에 너무나 기이한 영향을 받은 나머지 나는 엉겁결에 사무실 문에서 슬금슬금 걸어 나와 그의 뜻대로 했다. 그러나 이 불가사의한 필경사의 유순한 뻔뻔스러움에 반발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데에 따른 잡다한 고통이 없지는 않았다. 사실, 그의 놀라운 유순함이야말로 나를 무장해제시켰을 뿐 아니라 말하자면 내 사내다움마저 앗아간 주된 요인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고용한 직원에게 지시를 받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가라는 명령을 받는 경우를 당하는 사람은 그러는 동안 사내다움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화자가 카지노 게임를 보고 느낀 충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무장해제’와 ‘사내다움’이라는 단어가 화자가 느낀 극단적인 생각을 잘 나타내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존재에게 연민은 고통이 아닌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그런 연민으로는 효과적인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지각이 마침내 생기면 상식에 따라 영혼은 연민을 버릴 수밖에 없다. 그날 아침 목격한 것으로 말미암아 나는 그 필경사가 선천적인 불치병의 희생자라는 것을 납득하게 되었다. 내가 그의 육신에 자선을 베풀 수는 있다. 그러나 그를 아프게 하는 것은 그의 육신이 아니다. 아픔을 겪는 것은 그의 영혼인데, 그 영혼에는 내 손이 미치지 않는다.


-. 화자가 스스로 생각해서 고정된 관념적 연민을 만들고 있는 단락이다. 관념적 연민을 만듦으로써 그것으로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그는 여느 때처럼 사무실의 붙박이 같은 존재로 남아 있었다. 아니 - 그게 가능하다면 - 그는 전보다 더욱더 붙박이가 되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무실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가 왜 거기 남아 있어야 하는가? 그는 이제 목걸이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짊어지자니 괴로운 연자 맷돌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딱했다.


-. 화자가 카지노 게임를 이해했다고 자신했지만 상황이 화자의 생각을 계속 넘어서면서 계속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찾으려 노력하는 부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