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나는 오랫동안 고슴도치처럼 살아왔다. 상처 받은 경험들로 삶을 이어왔고, 그때마다 사람을 가지치기 하듯 끊어내는 일이 내 일상이었다. 사람에게 기대려는 마음보다는 먼저 거리를 두고 나를 지키는 쪽이 더 익숙했다. 내 안에는 무언가 따뜻한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동시에 누군가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등을 세우고 마는 고슴도치 같았다. 그렇게 살면서도 마음 어딘가는 늘 허전했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이 구석구석 쌓여 있었다. 그게 외로움인지, 분노인지, 슬픔인지 조차 분간이 가지 않았고, 그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가 보다”라고 체념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낯설지 않은 공허함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퍼즐처럼 마음의 빈 자리가 채워졌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설계 안에 있었다는 확신이 찾아왔다. 사람에게 실망하고 등을 돌리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나는, 이제 그 마음을 안고도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단절을 선택하던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먼저 건네고 싶은 소망이 생겼고, 그 상처를 통해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하나님은 내 안의 날카로운 모서리들까지 사용하셔서 나의 소명을 빚어가고 계셨다.
나는 글을 좋아한다. 오래전부터 문장을 다듬고, 단어를 고르고, 마음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사랑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 글의 중심에 ‘나’가 아닌 하나님을 두게 되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 글을 통해 단 한 사람에게라도 닿고 싶었던 것이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조용히 위로 받거나,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그 오랜 갈망. 그것이 결국 하나님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가시를 다 빼고 보니, 나는 두더지였다.
어둠 속에서 닿기를, 향하기를 소망카지노 쿠폰 두더지. 두더지는 본능적으로 땅을 파는 존재다. 어둡고 좁은 터널을 파고 또 파며, 길을 내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 두더지는, 익숙한 어둠을 지나 빛을 향해 고개를 들어본 두더지다. 그리고 다시 땅속으로 들어간다. 두더지의 소명은 빛을 본 자로서,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에게 길을 내어주는 것이다. ‘도피’가 아니라 ‘파송’으로.
빛을 향해 한 번 고개를 들어본 자는, 이제 그 빛을 향해 가는 길을 다른 누군가에게도 내어주는 존재가 된다. 두더지는 말 없이 길을 만든다. 그 길은 보이지 않지만 연결되고, 어둡지만 누군가에겐 숨통이 되는 터널이 된다. 두더지의 소명은 한 번 본 빛을 기억하며, 어둠 속에도 길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 끝에 또 다른 누군가가 고개를 내밀 수 있도록. 그 한 사람을 위해, 기도와 글, 묵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땅을 판다.
오늘은 예수님이 돌아가신 것을 묵상했다. 십자가 아래에서 해면에 신 포도주를 적시는 사람, 비웃는 자들, 침묵하는 자들, ‘멀리서’ 바라보는 여자들.우리 대부분은 아마 바라보는 여자들 쪽에 있을 카지노 쿠폰다.멀리서도 떠나지 못하고, 가까이 가기엔 감당이 안 돼서그저 울면서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들.우리는 너무 크고 원대하기 때문에그분의 생각을 감히 알지 못 한다.우리는 늘 믿는 것 하나도 제대로 못해서 쩔쩔매고,오늘도 사랑을 잘 못하고, 회개도 덜하고,자신조차 이해 못 카지노 쿠폰 사람으로 살아간다.하지만 그분은 이미그 믿음 없는 자들을 위한 구속을 완성하셨고,심지어 그 후의 시간까지 계획하고 계신다.지금도,“영원히 하나님과 함께 할 자들”을 위한다음 장면을 써내려가고 계시다는 걸.이제 나는 안다. 나의 소명은 결과로 증명되거나, 누군가에게 입증받기 위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하나님 나라 만들기에도 바쁘고 벅찬 시간이라는 것을.
나의 소명은, 가시적이지 않지만 분명히 가시적인 것이다. 닿는 것이고, 향카지노 쿠폰 것이다.닿는 것도 중요하고, 향하는 것도 귀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결국 ‘무엇을 들고 가느냐’이다. 닿는다는 건 결과이고, 향한다는 건 방향인데, 그 사이를 잇는 것은 내가 품은 마음과 내가 지닌 진실, 즉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가를 구별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묻는다.
“오늘 하나님이 예비하신 것은 무엇입니까?”
“제가 들고 가야 할 것은 이카지노 쿠폰 맞습니까?”
호주머니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재차 확인한다. 이것이 내 것인지, 하나님 것인지. 내 감정인지, 하나님의 마음인지. 내 기획인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인지. 청지기의 마음으로, 매일 새롭게 맡은 것을 품에 안고 걷는 사람.
* 본 글은 한소망교회 사순절 Think 프로젝트 《그러므로 생각하라》 묵상집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