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네 텃밭
우리 집 텃밭의 이름은 "모서리네 텃밭"이다. 아들의 이름 끝자 "모"와 딸의 이름 끝자인 "서"를 합쳐"모서리네"라고 지었다.
주말아침, 중딩이 딸 아들과 집 근처 텃밭에 갔다. 퇴비를 뿌려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땅 10평에 퇴비 5포대를뿌린다. 일상이바빠도 농사는 때가 있어서 해야 할 일을 그때 그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싹을 틔울 수 있다. 인생하고 똑같다. 나는 무거운 퇴비를 끌어다가 밭 중간마다 놓고, 딸은 퇴비를 골고루 뿌리는 일을 맡았으며, 카지노 게임은 밭을 네모 반듯하게 만들기 위해 삽으로 가장자리 흙을 각 잡아 퍼 올리는 일을 했다.
퇴비를 어떻게 뿌리는지 감이 안 온다고 딸이 말했다. 감이 안 올 수밖에 없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이니 말이다. "빵에 카지노 게임 바르듯 골고루 해봐"라고 했더니, 바로 이해가 되었단다. 딸은 빵에 카지노 게임 바르듯 농기계로흙과 퇴비를 섞어가며 꼼꼼하게 펴 발랐다. 가축의 분뇨로 만들어진 퇴비라고 하면 기겁할 것이기에 낙엽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해두었다.
카지노 게임은 밭 사이 통로를 만들기 위해 쇠스랑(레기)으로 쓱쓱 흙을 쓸면서 길게 지나갔다. 그후 삐져나온 흙을 반듯하게 삽으로 퍼올리는 일을 했다. 삽질을 어색해하길래 왼발로 삽 위를 꾹 눌러 반동으로 흙을 들어 올리라고 시범을 보여줬다. 이해가 되었다며 작업한다. 아들에게도 삽질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들도 처음 해보는 일이니 말이다.
옆밭 할아버지께서 오셔서 아들에게 고랑 만드는 방법을 시범 보이며 알려주셨다. 시범을 보여주시며,10평 끝까지 쭉쭉 흙을 쓸어가셨다. 많이 답답하셨나 보다.
남편은 분리수거와 빨래 돌리기, 싱크대 경첩 고장 난 걸 수리하느라 집에 머물렀었다. '농사를 싫어한다'.서울태생이라서 농사를 모른다고 말하지만 아마 삽질이싫을수 있다. 오늘 퇴비를 뿌리고 밭의 모양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 했으니,퇴비의 가스가 다 빠지면,3일 뒤수요일퇴근 후 4인 가족이 다시 텃밭에 가기로 했다. 협동해서 비닐 멀칭을 하기 위해서다. 비닐멀칭만 하면 올해 농사는 끝난 거라 보면 된다. 다음은 하늘과 바람과 비 그리고 태양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비닐 멀칭을 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싶지만, 아이들은 입시 공부에, 나와 남편은 바쁜 맞벌이라 잡초로 남의 밭에 피해를 줄 수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멀칭을 하려고 한다. 아마도 퇴직하거나 전업 농사꾼이 되면 그때는 비닐 멀칭을 하지 않고 매일 돋아나는 잡풀을 제거하며 유유히 농사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스터디카페에 보고서 작업하러, 카지노 게임은 영어학원에 내신시험 대비 보충수업 받으러 갔다.남편과 딸은 거실에누워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를볼 것이다.
오늘도 아무 일 일어나지 않은 귀한 하루를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