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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Apr 03. 2025

풋카지노 게임이 할퀴고 간 자리에

엠마 도노휴, 러니드 바이 하트 : 미친 카지노 게임의 편지

아, 이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을 대체 뭐라고 해야 좋을까.


http://aladin.kr/p/fRGTn


정말이지 부제가 이토록 적절할 수가 없다. 미쳤네, 미쳤어. 어째서 이런 속앓이 같은 감탄사만 내뱉는가 하면, 이 이야기는 실화이기 때문이다. 맙소사, oh my goodness, holy cow. 그냥 소설이었으면, 잘 읽었다 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실화란다. 실화? 진짜로요?


10년의 간격을 두고 절절한 러브레터와 기숙학교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얘기지만, 책 뒤표지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기숙학교에서 만난 소녀들의 첫카지노 게임 이야기라고 소개돼 있는데 1805년이... 빅토리아 시대에 들어가... 나? 인가...? 아니지 않나...

어쨌거나.


기숙학교의 여학생들이 각자 어딘가에서 첫카지노 게임의 열병을 앓고 왔다는 것이 아니다. 이상의 소개에서 짐작하셨겠지만. 아, 정말이지 이성애건 동성애건, 헌신하면 헌신짝 되는 것은 픽션이건 현실이건 진리인가. 주인공은 인도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일라이자 레인과 앤 리스터, 두 여학생이다. 더불어 전술했듯 그들은 실존인물들이다(여기서 멘탈 한 번 박살 났음). 앤 리스터로 말하자면 현대적 레즈비언의 시조와도 같은 인물이며 얼마나 대단한 애정편력을 선보였던지, 당시의 사람들은 심지어 그게 다 지어낸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다 현실은 늘 픽션을 능가하는 법)


우리는 열네 살 때 어디든 다 가겠다고 맹세했어. 그걸 잊지 않았기를 바라. 전설적인 아르노강뿐 카지노 게임라 다뉴브강, 모스크바강, 심지어 인더스강과 갠지스강의 기슭에서도 너랑 내가 왜 마음껏 먹고 즐기지 못하겠어? -147쪽


다른 사람이랑 해 제발. 아 이미 끝난 일이지. 둘 다 백골 된 지 오래야...


이 두 사람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일라이자는 매일 리스터와 마음이 맞는 지점을 새롭게 발견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동류의 연민이 꽃이 피는 잡초처럼 쑥쑥 자라난다. -162쪽


첫카지노 게임을 겪는 풋내기들의 전형적인 착각이지만 그땐 모르지. 모르는 게 맞지. 하지만 왜 내 속이 터지냐고.


킹스 매너라는 기숙학교에 들어간 앤 리스터는 혼혈아인 일라이자 레인의 룸메이트가 된다. 친구가 없던 것은 아니었어도 혼혈아라는 특수한 입장 때문에 - 그것도 다른 나라도 아닌 식민지 인도의 - 늘 어딘가 주눅 들어 있던 일라이자에게 성큼 다가왔던, 친밀하게 굴었던 앤 리스터에게 두터운 우정을 느끼게 됐으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다 그런 친밀감이 어쩌다 연애의 감정으로 자라났느냐... 까지 여기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다만 그렇게 자존감이 옅은 소녀가 생전 처음 겪어본 카지노 게임의 열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뿌리째 다 내어줬다는 것이 비극의 발단이라면 발단이겠다. 하나 있었던 언니만이라도 일라이자와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모두 쓸데없는 이야기지만 가장 좋은 시절의 연인들이 으레 그러하듯 앤 리스터가 속삭이는 온갖 카지노 게임의 밀어들에 온 마음을 다 내주고 미래마저 내주었던 심약한 일라이자 레인이, 앤 리스터가 변심했을 때 회생 불가능한 수준으로 무너져 내릴 것이 너무 뻔히 예상되어서 중간에서 그만 읽을까를 얼마나 여러 번 고민했던가. 바로 어제 '무엇이 닥칠지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마침내 현실로 실현시키는' 인물에 대해서 쓰긴 했지만, 제가 별로 그러고 싶진 않거든요. 영웅은 아무나 하나 (먼산).


"네 거잖아."
아, 그냥 반지를 돌려주는 것이다.
"카지노 게임야." 일라이자가 나직이 말한다.
"받아."
"됐어, 나는 한 번 준 건 돌려받지 않아."
리스터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녀는 손을 오므려 다이아몬드를 꽉 움켜쥔다. -195쪽


뺏어와 빨리 빼앗아 와... 걔는 니가 어떤 마음으로 그 반지를 준 건지 몰라 카지노 게임 알지만 모른척하는 거야 끝까지 모르는 척할 거야 카지노 게임 아마 앗싸 횡재다 속으로 외치고 있을걸... 정신 차리고 빨리 받아오라고 이 *멍충이야...


라고 나는 가슴을 퍽퍽 치지만... 뭐가 달라져 이미 끝났다고 (절규) 나는 원래 이렇게 심하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책을 읽는 스타일이 아니다 아닌데 그냥 밤고구마 백만 개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이다를 주세요, 하지만 이 실화기반 소설에는 사이다 따윈 없고 그래서 결국 욱하고 치민 속을 움켜쥐고 책을 덮을 수밖에.


(이성을 되찾고)


그래서 자신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겼다고 말하는 앤 리스터의 앞에서 간신히 버텨냈던 일라이자 레인이, 변심한 사람이무려 세 번째 바뀐 연인을 소개할 때쯤 제정신을 유지하는 게 더 이상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차였으면 잊고 잘 살 일이지 연락을 왜 해 왜. 하지만 마음을 둘 만한 정신적 기반이라고 할 게 없었던 일라이자가 앤 리스터에게 집착하는 게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카지노 게임어서, 힘들었다. 세상 힘든 독서. 픽션이 카지노 게임어서 입술 꾹꾹 깨물면서 오기로 끝까지 다 읽었는데, 생각해 보니 엠마 도노휴의 다른 책도 이랬다. 어휴. 우스갯소리를 하나 덧붙이자면 지금 병행 읽기를 하고 있는 책은 「코번트가든의 여자들」이라는 사회학 논픽션인데, 참말이지 18-19세기 영국은 참... 참... 그으렇네에...


나는 오직 현재시제만이 중요한 이유도 나 자신에게 물어봐. 내가 기억 속으로 뛰어들어 물고기처럼 헤엄친다면 과거도 일종의 현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순간은 빠르게 지나가 알아차리자마자 사라지니까. 어쩌면 과거, 현재, 미래는 모두 현실의 얇은 조각일지도 몰라. 모두 깜빡거리고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 똑같이 진짜일지도 몰라. 비록 200년이나 지났고 전부 말뿐이기는 하지만, 독자가 희곡 책을 펼쳐서 실리아와 로잘린드가 함께 숲으로 도망칠 수 있게 해주는 한 그들이 절대 죽지 않는다면, 우리 카지노 게임도 그걸 판독할 눈이 있는 한 핏빛 갈색 잉크의 흔적 속에서 계속 살 수 있지 않을까? -301쪽


이 처자가 지금 뭐래는 거야. 이 빅고구마를 어떻게 나 혼자 먹냐고요... 그럴 수 없단 말입니다. ㅎㅎㅎ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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