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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규 Feb 13. 2025

카지노 게임 셰프와 '무용한 도전'

펭귄의 모습으로 다가온 카지노 게임 김인태

공항 비행기 탑승구로 걸어가는데 한 청년이 다가와 머리를 숙였다. 뒷 사람에게 하는 인사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아무도 없었다.


“박상규 기자님이시죠?”


아는 얼굴이 아니었다. 비행기가 나만 남겨둔 채 날아갈까 봐 마음이 급했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청년도 말을 길게 하지 않았다.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제가 찍은 겁니다. 선물입니다.”


펭귄 사진이었다. 그게 끝이었다. 우린 각자의 탑승구로 찢어져 목적지가 다른 비행기를 탔다. 몇 년이 흘렀다.


2024년 10월 23일 밤,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김지수 기자의 강연을 들었다. 일정이 끝났을 때 한 청년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때 공항에서 만났던….”


공항에서 마주친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청년은 사진 몇 장을 건넸다. 펭귄 사진이었다.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아, 네…. 우리 자주 보네요!”


몇 년에 걸쳐 겨우 두 번인데 자주는 무슨. 물개박수까지는 가지 않고, 어쨌든 반가운 척(?)을 했다. 만날 때마다 펭귄 사진을 주는 걸 보면, 펭귄 전문 사진가인가 싶었다. 길게 이야기 나누진 않고 금방 또 각자의 길을 갔다.


‘셜록 창작클럽’을 작년 11월 열었다. ‘글쓰기 모임’이었는데, 참가자 11명 중 현직 변호사가 셋이었다. 현직 드라마 피디 한 명, 전 현직 언론인 3명, 외국계 투자회사 직원 한 명 등 다들 한 세월 사신 분들이었다. 20대 청년은 한 명이었다.


자기소개를 하는 첫 모임 시간. 20년 청년은 앞으로 나가 피피티를 했다. 화면에 펭귄 사진이 등장했다. 또, 그 청년이었다! 이쯤 되면 우연이 아닌 스토킹이 의심되는 상황. 알고보니 ‘카지노 게임의 카지노 게임’였다.


청년의 이름은 김인태. 대학에서 경제를 공부하다 카지노 게임를 꿈꾸고 1년간 요리를 배웠다. 카지노 게임에서 냉면을 만들어 먹는 SF소설 읽다가 문득 꿈을 꿨다.


“아, 카지노 게임에 가고 싶다.”


어느 날 ‘카지노 게임장보고과학기지’에서 보조 카지노 게임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 덜컥 합격했다. 김인태는 대학 다니다 말고 카지노 게임에 갔다. 남들 안 하는 짓말 골라하다 보니, 대학 졸업까지 10년 반 걸렸다. 경제학도가 미술을 복수 전공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지금은 증권사 개발자다….


여기까지가 김인태의 자기소개. 글쓰기 첫 모임이 끝나고 근처 호프집에서 그와 맥주를 마셨다. 나는 원래 ‘이탈한 자’를 좋아한다. 과거 <셜록 채용 공고 때 ‘기자 답지 않은 기자를 뽑는다’고 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첫 대면이니까, 나는 교양인(?) 답게 젓가락으로 쪽갈비를 뜯었다. 김인태는 카지노 게임(?) 답에 손으로 갈비를 뜯었다. 집으로 돌아가 그가 썼다는 책 <재밌으면 그걸로 충분해를 주문했다. ‘카지노 게임에서 쓴 파란만장 에세이’란 부제가 붙은 책이다.


카지노 게임


책 표지에 또 펭귄이 담겼다. 펭귄에 한 맺힌 남자인 듯했다. 금방 읽고 소감을 김인태에게 말했다.


“인위적으로 애써 꾸미지 않은, 편안한 글을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에세이를 안 쓰고 있는데, 글에 너무 힘을 주려다보니 오히려 더 못 쓰는 거 같아요. 김인태 씨 글을 보고 저를 돌아봤습니다.”


글쓰기 모임이 모두 끝나고 김인태씨에게 “셜록클럽을 하나 운영해 보라”고 제안했다. 그가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셜록클럽의 이름은 ‘카지노 게임의 카지노 게임와 함께 무용한 카지노 게임’.


<셜록의 친구 왓슨만 참여할 수 있다. 지금 왓슨에 가입해도 환영한다. 김인태도 왓슨이다.


그가 직접 구성한 ‘프로그램’이 다소 난해했지만, 오히려 그게 재미 포인트지 싶다. 많은 왓슨이 참여하면 좋겠다. 아마 재밌을 거다. 원래 이탈한 자가 골 때리고 재밌는 법이니까.


참고로, 김인태의 책을 읽고 나는 요즘 매일 일기를 쓴다. 그의 책에는 일기쓰기의 유용함에 대한 이야기가 꽤 길게 나온다. 그에게 좋은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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