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 일상...내게만 허락되지 않은 카지노 게임이었을까
집에서 밥해먹는게 그렇게 카지노 게임하더라
어린시절 생각했던 어른의 삶이란 이랬다. 아침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샤워를 한 뒤 막 내린 커피를 들고 출근을 한다. 회사에선 커리어우먼으로 열일한 뒤 퇴근길에 시장봐온 재료로 카지노 게임 해먹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 뒤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드는 그런. 잡지같은데서 본 어른들은 그렇게 살았다.('신디 더 퍼키', '키키' 등 어릴때 보던 패션잡지에서 본 어른들은 그랬다)
고3때보단 백만배 카지노 게임했지만 대학생때는 빨리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동아리 모임에 오는 선배들이 피로해보이긴 했지만, "취업은 천천히 해도 된다"고 했지만, 가진자들의 '배부른 조언'같은 느낌이었다. "저는 빨리 취업하고 싶은데요 헤헤"
가능하다면(내가 하고 싶을때 단박에 취업을 할 수 있다면) 굳이 취업을 빨리 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아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요가는, 커피는 개뿔. 꼭두새벽에 일어나 샤워를 해도 반밖에 안 떠진 눈에 물 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만원지하철에 밀어넣고는('탄다'는 표현은 부족하다) 회사로 출근해 밖이 깜깜할때 퇴근을 했다.
집에서 밥을 해먹는 행위가 얼마나 고귀한 행위일까. 게을러서 밥을 사먹는게 아니다. 대개는 회사 근처에서 카지노 게임 해결해야해서 당연히 식당을 찾을 수밖에 없고, 퇴근하면 밤인데 그때 장을 봐서 요리를 시작하면 자정에나 카지노 게임 먹을수밖에 없으니 다른 선택지가 없다. 악덕회사에 다니는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결혼한 친구가 "결혼하고 한참만에 칼퇴해 집에서 신랑이랑 저녁을 해 먹는데 카지노 게임해서 눈물이 나더라"고 한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해먹는 카지노 게임이, 그 일상이 허락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고 나와 9급 공무원 시험을 봐서 동네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친구 한 명정도?
14년 전에 도입됐다는 주5일제는 공기업이 아니면 지키는 회사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신제품 출시시점이 당겨져서, 고객사가 납품기일을 당겨서, 갑자기 업무가 떨어져서,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나는 출근했고 동생도 출근했고 친구도 출근했다. 징검다리연휴는 커녕 "'남들(은 다) 쉬는(것처럼 보이는)날' 나도 쉬어보면 소원이 없겠다"는 푸념만 해일처럼 밀려왔다.
우리 회사가 유독 악덕회사여서, 내가 특별히 워크홀릭이었나. 퇴근 후 가족들과(또는 혼자라도) 직접 저녁식사를 만들어서 먹는 것, 주말엔 느즈막히 일어나 TV를 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책을 보는 것, 학교에서 교과서에서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배운 것이 왜 내게는, 네게는 카지노 게임 않는지.
일을 쉬면서 가장 달라진 것을 꼽으라면 삼시세끼를 제 시간에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취직을 하고 먹은 횟수을 손에 꼽았던 아침을 매일 먹을 수 있게 됐고, 카지노 게임도 소화시키고 잠자리에 들기 좋은 시간(오후 6~7시쯤)에 먹을 수 있게 됐다.
음식도 해먹는 횟수도 현저히 늘었다. 지금까지 요리가 '정시퇴근'과 '몸과 마음의 에너지 잔류'라는 필요충분조건이 성립한 뒤에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였다면 지금은 아니다. 요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내 손으로 직접 재료를 고르고 요리를 하니 왠지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자주 태워먹어서 '조미료 들이부은 음식보다 건강에 더 안 좋을것 같다'는 말도 듣는건 함정이지만)
무엇보다 삶을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같다. 쏟아지는 물벼락을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물결에 몸을 맡기고 함께 흘러가는 기분이 든다. 버텨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걸어가는 삶. 밀물처럼 매일 밀려들던 '이게 사람사는 건가'하는 생각도 썰물처럼 멀어졌다.
제때 저녁을 해먹고, 주말에는 쉬는, 어렸을적 평균적이고 일상적인 삶이라고 배웠던 그 삶이, 그 카지노 게임이 보편적이지 않은 특별한 사람들의 행운처럼 되어버린 이곳에서 갈길을 잃고 주저앉은 나는 아직도 어디로 발을 내딛어야할지 알지 못한다. 그저 주위를 돌아보며 두리번 거릴뿐. 사는게 참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