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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Sep 21. 2024

Memento mori

카지노 게임 추천Over Eternal Quiet, Tretyakov Gallery, 1890

Memento mori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 1860~1904)이 1892 경 발표한 ‘메뚜기(The Grasshopper)’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여자 주인공 ‘올가 이바노브나 디모바’는 그렇고 그런 작곡가로서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 음악가 등과 어울리는 사교 모임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 ‘오십 디모프’는 성실한 의사로서 아내인 ‘디모바’와 어울리는 사람들과는 잘 맞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던 중 ‘디모바’와 어울리는 사람들 중 ‘디모바’와 서로 끌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카지노 게임 추천였던 ‘랴보프스키’였다. 두 사람, 즉 ‘디모바’와 ‘랴보프스키’는 거의 공개적인 연인이 되었는데도 남편 ‘디모프’는 그저 관대하기만 하다.


이런 남편의 무관심에 가까운 관대함에 오히려 분노하던 ‘디모바’에게 마음에 상처를 주려 했는지 남편 ‘디모프’는(부주의인지 아니면 스스로 계획했는지 알 수 없지만) 환자의 혈액을 다루다가 디프테리아에 감염되어 죽어간다. 이 사실을 안 ‘디모바’는 죽어가는 남편에게 와서 회개하지만 …… 뭐 줄거리는 대충 이러한데 중요한 사실은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두 연인 즉, ‘올가 이바노브나 디모바’와 화가인 ‘랴보브스키’는 실제 인물을 묘사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화가인 ‘랴보브스키’의 실제 인물은 ‘체호프’의 절친이었던 화가 ‘아이작 일리치 레비탄’(Isaac Ilyich Levitan, 1860년~1900년)이었다.


이 단편 소설 발표(1892년 경)를 계기로 둘 사이는 멀어졌다고 알려지는데(심지어 ‘레비탄’은 ‘체호프’에게 결투까지 신청할까 생각했다고 함) 그 후 3년 뒤에 화해했고, 화가 ‘레비탄’은 1900년에, 체홉은 1904년에 죽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만다.


‘레비탄’의 스승은 ‘알렉세이 사브라소프’(Alexei Savrasov, 1830~1897)였는데 그는 러시아 이동전람파의 일원으로 러시아적 풍경화에 뛰어난 화가였다. ‘사브라소프’가 영향을 받은 사람은 프랑스의 화가인 ‘코로’(Jean-Baptiste-Camille Corot, 1796~1875)였다.


‘코로’는 18세기말 대두된 신 고전주의의 충실한 계승자이자 인상주의의 시작점에 위치하고 있는 프랑스 카지노 게임 추천로서 당시 신 고전주의 풍경카지노 게임 추천로 이름이 높았던 ‘아실 에트나 미샬롱’(Achille-Etna Michallon, 1796~1822)과 ‘장 빅토로 베르탱’(Jean-Victor Bertin, 1767~1842)으로부터 카지노 게임 추천수업을 받았는데, “자연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진실하게 묘사하라”는 ‘미샬롱’의 조언은 그의 평생 지침이 되었다.


‘코로’에게 영향을 미친 ‘신 고전주의’가 지향하는 것은 독일 출신의 ‘요한 요하임 빙켈만’(Johann Joachim Winckelmann, 1717~1768)이 1756년에 발표한 『그리스 예술 모방론』에서 주장한 '고대 그리스의 이성적 고귀함'과 18세기말과 19세기 중반까지 유럽을 지배했던 정치, 사회 철학이었던 '계몽주의'였다.


‘코로’는 1825년부터 1828년까지 3년간 이탈리아 체류와 그 뒤 두 차례에 걸친 이탈리아 여행은 코로의 예술적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랑스로 돌아온 이후에는 파리 근교의 ‘퐁텐블로’ 숲에서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찾았고 그는 그곳에 거처를 마련하였다. 당시 많은 프랑스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코로’를 뒤따라 ‘퐁텐블로’ 입구의 작은 마을인 ‘바르비종’으로 거처를 옮겼는데 이것으로부터 ‘바르비종파’(École de Barbizon)가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바르비종 화풍을 러시아 식으로 재 해석한 사람이 ‘사브라소프’였고 ‘레비탄’은 스승 ‘사브라소프’의 전통에 따라 러시아 풍경을 그렸다. 그의 이 그림, ‘영원한 평화 위에서’(트레티야코프 갤러리 소장, 1890)은 스승의 그림자와 함께 화가 자신의 삶에 대한 명상과 러시아적 풍경이 적절한 비율로 잘 녹아있는 작품이다.


그림의 무대는 가을이 시작되는 볼가강이다. 볼가강은 수도 모스크바에서 4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원하여 모스크바 주변을 거쳐 카스피해로 흘러 들어가는 강이다. 러시아 문학과 민속에서 볼가강은 종종 Volga-Matushka (볼가-어머니)라고 부를 정도로 러시아 예술 전반에 볼가강의 영향이 크다. 저 유명한 일리야 레핀(Ilya Repin,1844~1930)의 ‘Barge Haulers on the Volga (1870–1873)’의 무대도 역시 볼가강이다.


‘레비탄’의 시점은 볼가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다. 러시아 정교회의 낡은 목조교회가 보이고 강 위 하늘에는 구름이 유장하게 흐른다. 열 일곱 이전에 부모를 잃은 ‘레비탄’의 심상은 언제나 고적했다. 행복한 기억보다는 불행이 많은 그는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는데 강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한 없는 쓸쓸함이 느껴진다.


해가 기울어 아주 희미한 석양과 어둠이 함께 내려앉는 수면과 작은 삼각주, 그 장면을 언덕 위에서 하염없이 바라보았을 ‘레비탄’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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