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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Feb 18. 2025

카지노 쿠폰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 소중함

카지노 쿠폰디츠 엣자르트(Dietz Edzard). 공원에 앉아 있는 엄마와 딸(Mère et Enfant dans le Parc)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소중함을 알게 될 때가 있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아차’하며 감사함을 깨닫는 것이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끝나가는 하루를 아쉬워하며 어수선했던 주말의 흔적을 정리하는데 눈앞이 캄캄해졌다. 너무 당황해서 눈앞이 캄캄해진 듯한 기분을 느낀 게 아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온 집이 순식간에 암흑천지가 됐다. 집을 밝히던 빛이 몽땅 사라졌고 모든 기계음이 멈췄다. 전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들만이 살아남아 소리를 냈다. ‘아이가 뭔가를 잘못 건드린 건가? 정전인가?’ 원인을 찾기 위한 여러 시나리오가 내 머릿속에 펼쳐졌다.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아이가 꽥하고 비명을 지르며 “엄마!”를 외쳤다.


카지노 쿠폰 혼란에 빠졌다. “엄마, 왜 불이 꺼졌어? 전쟁 난 거야? 우리 피난 가야 해?”


10년 인생 첫 정전이었다. 조금 전까지 멀쩡했던 집에서 불빛이 모두 카지노 쿠폰지자 아이는 공포에 가까운 충격에 휩싸였다. 학교에서 6·25전쟁에 관한 영상을 시청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이는 갑작스레 불이 꺼지자마자 곧장 전쟁을 떠올렸다. 저 멀리 어두운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고는 아무래도 전쟁이 난 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아이는 피난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은 온통 어둡고 고요했다. 서둘러 휴대전화 플래시를 켰다. 진하게 내려앉은 어둠을 조심스레 걷어내는 플래시가 유난히 환하게 느껴졌다. 휴대전화를 들고 조심스레 집을 살폈다. 거의 다 돌아간 세탁기와 식기세척기는 멈춰 서 있었다. 전기가 금세 들어오기는 할지 걱정됐다. 물론, 전기가 들어오더라도 다시 처음부터 돌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어디 그뿐일까. 빨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냉장고에 가득 들어찬 음식이 모두 상할 터였다. 화장실에 불이 켜지지 않으니 샤워를 할 수도 없었다. 딱히 뭔가를 하기 어려우니 재활용 쓰레기라도 버리러 나갈까 싶었지만 관뒀다.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작동하기는 할지, 당장 문이 열린다고 냉큼 올라탔다가 중간에 멈춰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너무도 당연했던 것들이 모두 당연하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마음이 어수선했다. 하지만 놀란 아이를 달래는 게 급선무였다. 아이의 손을 잡고 창가로 향했다. 우리 동은 불이 통째로 꺼져 있었지만, 다른 동은 모두 멀쩡했다. 상상했던 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카지노 쿠폰 안도했다. 그래도 불편한 마음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엄마, 그럼 불이 언제 들어오는 거야? 나 숙제해야 하는데, 너무 캄캄해.”


당장 숙제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 카지노 쿠폰 발을 동동 굴렀다.


“냉장고도 꺼져서 카지노 쿠폰스크림이 녹을 텐데. 카지노 쿠폰스크림 먹을래?”


온 집을 짓누르는 무거운 암흑에 달콤한 추억을 덧입히고 싶었다. 조금 흐물거리는 카지노 쿠폰스크림을 건넸더니 아이는 환호했다. 다디단 카지노 쿠폰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자 정전이 내심 재미있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아이는 스마트폰 플래시를 갖고 놀기 시작했다. 플래시를 비추는 각도에 따라 손가락 그림자는 길쭉해졌다가 퉁퉁해지기를 반복했다. 그림자놀이에 푹 빠진 아이는 어둠을 즐겼다. 두려움과 공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숙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반가웠던 건지도 모른다.


한참 만에 불이 들어오자 카지노 쿠폰 아쉬워했다.


“이렇게 금방 불이 들어올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신나게 놀걸.”


오늘의 정전은 내게도, 아이에게도 깨달음을 안겼다. 우리는 모두 전기든, 사람이든 바로 옆에서 늘 함께해 주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지금 내 옆에 있는 것이 언제까지나 같은 자리에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당연하게 느꼈던 것들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지금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의 소중함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매일 감사하는 마음에 불을 켜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월간에세이 2025년 2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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