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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Apr 01. 2025

[EAT]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경상도식 소고기뭇국

온라인 카지노 게임Hot Soup, Marià Fortuny (19세기에 스페인에서 활동했던 화가 마리아 포투니가 그린 수프를 먹는 여자)


“넌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뭐야?”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떡볶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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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소설의 한 대목이라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대화다. 하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뜻을 알고 나면 말도 안 되는 대화라는 걸 금세 이해하게 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soul food)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흑인들의 고유 식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1900년대 초중반, 미국 남부에서 노예살이하던 흑인들이 백인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대거 이주하는 흑인 대이동(Great Migration)이 일어났다. 흑인들은 아프리카에서 미대륙으로, 노예 생활을 했던 남부에서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며 아프리카, 유럽, 미국의 식문화를 다채롭게 융합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다.


그렇다면, 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일까? 1960년대에는 ‘영혼’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soul)’이 흑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영혼을 뒤흔드는 마력 넘치는 목소리로 흑인들이 노래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음악’을 떠올려 보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라는 단어가 음악을 넘어 음식과도 결합된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


엉터리 콩글리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진짜 이름은‘컴포트 온라인 카지노 게임(comfort food)’다.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위로하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어법만 따지자면 아예 ‘컴포트 푸드’라고 표기하거나 ‘위로가 되는 음식’ 같은 어색한 번역투를 사용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왠지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이미 우리 생활에 너무 깊이 자리 잡은 것 같기도 하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아파트(APT.)’가 ‘아파트먼트(apartment)’의 나라 미국 거리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컴포트 푸드’보다 짧고 간결하게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전달한다면한국말의 틈새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는 콩글리시가 설 자리를 살짝 내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도 같다.



당신의 소고기뭇국은 무슨 색깔인가요?

사실, 음식만큼 누군가의 출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없다. 음식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경제나 정치가 주인공일 때와 달리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진다. 그런 탓에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취향과 입맛, 출신을 슬그머니 털어놓게 된다. 혹은 똑같은 음식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걸 보며 상대의 고향을 짐작하는 때도 있다. 고향 판별을 위해 가장 흔히 사용되는 음식은 달고나다.작은 국자에 설탕을 넣어 투명한 설탕물이 될 때까지 뜨거운 불에 녹이고는 베이킹소다를 넣어 적당히 부풀린 다음 탁 뒤집어서 만드는 설탕 과자 달고나.만드는 방법이야 어느 지역에서나 같겠지만 그 이름만은 변화무쌍하다. 표준어의 기준이 되는 서울에서는 ‘달고나’,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에서는 ‘띠기’, 대구를 비롯한 경북 지역에서는 ‘국자’, 부산을 비롯한 경상도에서는‘쪽자’. 생김새는 똑같아도 만드는 지역에 따라 그 이름이 이렇게 확연하게 달라지는 게 너무도 재미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OpenAI. (2024). Cartoon-style illustration of dalgona [Illustration]. Generated by DALL·E, OpenAI.


반대로 이름은 같은데 지역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달라지는 음식도 있다.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소고기뭇국도 그런 음식이다. 서울에서 소고기뭇국을 처음 먹어본 게 언제인지 딱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어디에서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소고기뭇국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음식이 내가 알고 있던 소고기뭇국과 너무 달라 당황했던 기억은 선명하다. 엄마가 집에서 끓여주던 소고기뭇국에는 소고기와 무가 그득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내가 받아든 소고기뭇국은 당당하게 소고기와 무가 들어갔다고 말하기에는 어색하고 민망할 정도로 국물뿐인 국이었다. 건더기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차이라면 차이였지만,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색깔이었다. 소고기뭇국이라는 건 소고기의 기름기를 머금은 고깃국물에 고춧가루의 붉은 빛이 엷게 퍼진 기름진 붉은빛인 줄만 알았는데, 서울의 소고기뭇국은 허여멀겠다.



경상도식 소고기뭇국

대학에 간 후 줄곧 서울에 살며 소고기뭇국을 먹을 때마다 이름만 같은짝퉁 음식을 먹는 기분이었다. 나쁘지는 않지만 충분하지 않은 맛이랄까. 엄마가 끓여준 소고기뭇국은 사실 여러모로 완벽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어슷하게 삐져서 썬 무와 국거리용 소고기를 참기름에 달달 볶는 게 시작이다. 소고기와 무가 잠기고도 남을 정도로 물을 충분히 부어주고 감칠맛을 더해줄 다시마와 국간장도 넣어야 한다. 물론, 경상도식 소고기뭇국의 차별점이 되는 고춧가루도 잊어서는 안 된다. 소고기와 무가 한소끔 끓어오르고 나면 깨끗하게 씻은 콩나물을 한 움큼 집어넣고 파도 듬뿍 넣어줘야 한다. 엄마가 소고기뭇국을 만드는 순서는 대략 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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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created using DALL.E through ChatGPT, OpenAI(2025)


이렇게 끓여낸 소고기뭇국은 그 맛이 정말이지 다채롭다. 제법 씹는 맛이 느껴지는 소고기와 고깃국물을 머금은 채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무를 함께 건져 먹는 재미가 일품이다. 네모반듯한 모양이 아니라 각기 다른 모양으로 어슷하게 썰린 무의 단면에서는 잘 익은 무 특유의 시원한 단맛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시원하게 국물로 스며든다. 게다가 적당히 삶긴 콩나물아삭아삭한 소리를 내며 시원하고 진한 국물과 함께 목구멍으로 훌훌 넘어간다. 어디 그뿐인가! 경상도식 소고기뭇국은 단짠의 조화가 환상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소고기를 우려낸 진한 국물에 무와 콩나물을 더해져 맛있는 국의 기본이랄 수 있는 극강의 감칠맛이 탄생한다. 인공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엄마표 국간장이 만들어낸 적당히 짭조름한 맛에 커다란 자연산 다시마 조각에서 우러난 들큰한 맛이 더해지면 단짠의 완벽한 밸런스가 맞춰진다.

20년을‘쪽자’라고 부르며 살았던 설탕 과자가 사실은 ‘달고나’라는 사실쯤은 어떤 거부감도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쪽자’이면 어떻고, ‘달고나’면 어떻겠는가. 게다가, 표준어란 무릇 ‘교양 있는 서울 사람들이 쓰는 말’이라고 정의돼 있으니 그 기준을 따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하지만 ‘소고기뭇국’ 앞에 ‘경상도식’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다른 얘기다. ‘말이야 서울이 무조건 기준이 된다 쳐도 맛의 기준을 찾을 때는 좀 더 완벽하고 훌륭한 맛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발심이 불쑥 치미는 것도 사실이다. ‘경상도식 소고기뭇국’을 표준 ‘소고기뭇국’으로 인정하고, 서울에서 주로 먹는 허여멀건 소고기뭇국에 ‘서울식 소고기뭇국’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어떨까?턱도 없는 상상을 하며 혼자 킥킥 웃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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