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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심몽실 Apr 27. 2025

14. 카지노 게임 늘 일렁이며 흐른다.

마음먹은 대로 쉽게 쉽게 굴러가는 일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기대되고 설렌다고 하는데 나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걱정이 앞선다.

1월은 기대했던 일들이 어그러져서 단념하거나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던 일이 많았던 반면, 2월은 생각지 못한 훌륭한 차선책들과 그중에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할 일들로 정신이 없었다. 욕심냈던 카페자리는 비싼 권리금 때문에 결국 얻지 못했지만 오히려 차선책으로 구한 자리가 예산이나 상권 등 다방면에서 더 나았고, 아쉽게 놓쳤다 싶었던 방과후학교강사 일자리는 2월 말 다시 연락이 와서 카페오픈준비와 맞물려 몸과 마음이 바쁜 한 달이었다.




아직 '준비'의 'ㅈ'자도 꺼내지 못할 만큼 시작도 안 했지만 모든 것이 처음이라 물어물어 겨우 내디딘 한 걸음이 하등 쓸데없는 짓이 되어 다시 뒷걸음쳐 빙빙 되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그렇게 바보 같은 짓으로 시간과 힘, 그리고 비용을 낭비하다 보면 짜증과 화로 기운은 빠지고 이렇게 해서 목적지까지 제대로 도착할 수 있을까란 걱정으로 머리가 무거워진다.

다행히도 회피에 대한 반감과 깊숙이 뿌리박힌 책임감으로 멈추지 않고 기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덕분에 한 번씩 숨 고르며 뒤돌아보면, 한 때는 태산 같던 고민들이 이제는 낮은 뒷동산이 되어 다시 돌아간다면 단숨에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로 별 것 아닌 존재라는 걸 깨닫곤 한다. 보잘것없고 나약해 보이는 나의 무겁고 더딘 걸음이라도 멈추지 않고 가다 보면 어느새 큰 산 몇 개를 타고 넘었던 카지노 게임다.

하지만 시작 전에 A부터 Z까지 세세하게 미리 알고 싶고, 모든 것을 계획대로 통제하고 움직이고 싶다는 욕심과 집착이 두 다리를 잡고 늘어지다 보니 내딛는 걸음은 무겁고 힘은 남들의 배가 소모되어 금방 지치고, 하는 일마다 버겁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예측할 수 없는 일,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일은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다.



성향 자체가 스트레스 제조기인 나는 '흐르는 카지노 게임처럼 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너무 애타하지 말고 때로는 관망하듯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고 물줄기가 이끄는 대로 가보라고. 어차피 강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갈 테고 시간이 흘러 적당한 때가 되면 목적지 또는 그 부근에 도착해 있을 거라고.

어른들 말씀대로 ‘흐르는 카지노 게임’처럼 그때그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라는 사실은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거기까지 가는 길이 왜 이리 버겁고 숨이 찰까? 가는 길이 조금만 더 여유롭고 정신적, 체력적 에너지 소모가 조금만 덜 할 수는 없을까?


한참 이런 고민을 하면서 ‘흐르는 카지노 게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흐르는 카지노 게임’은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어 반짝이고,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물이다. 윤슬에 몸을 맡겨 편안하게 물길 따라 흘러가는 것이 ‘흐르는 카지노 게임’처럼 사는 삶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게 도대체 왜 힘들까......?! 혹시 내가 정의하는 '흐르는 카지노 게임'의 의미가 틀린 것은 아닐까?




흔히 우리는 인생은 행복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강물은 걸림돌 없이 평온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조그마한 바람에도 일렁이고 바위나 수초를 만날 때면 잠시 우회하며 흐른다. 멀리 보았을 때 그 작은 일렁임과 부딪침이 보이지 않았을 뿐 그게 당연한 일상이다.


그런데 그런 당연함을 인정하지 않고 인생은 항상 행복해야 하고 강물은 늘 평화롭게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평온함을 지키기 위해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조금이라도 일렁이는 물결마저 참지 못하고 짜증 내기 일쑤였다. 그리고 찰랑찰랑 일렁이는 강물처럼 불쑥불쑥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유연함이 부족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 소모가 되는 것이 당연했다.

‘흐르는 카지노 게임처럼’이라는 말은 잔잔한 물 위에 튜브를 띄우고 한가롭게 즐기며 살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수초와 바위에 걸리면 옆으로 돌아갈 줄도 알고 강풍을 만나면 한쪽으로만 향했던 물줄기가 역행해서 한참 지나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물살에 몸을 맡겨 다시 또 흘러간다는 의미일 텐데 나는 일렁이는 물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잠재우는데 급급했고, 생산성 없는 짜증과 화를 내며 쓸데없이 힘을 낭비했다. 그렇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던 최선은 사실 최선이 아니었고 성과 없는 소모전으로 힘은 남들의 배가 들어 지치기 일쑤였던 것이다.


‘흐르는 카지노 게임같은'의 시작은유려하게 흐르는카지노 게임이 아니다.인생은 원래 고통이라는 것, 카지노 게임 원래 일렁인다는 것. 이 사실들이 기본값이다. 지금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부터시작한다면'왜 이러지?'라는 내적갈등에서 기인한쓸데없는 소모전은줄게 될 카지노 게임다. 그런 소모전만 생략되어도 훨씬 더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결괏값이 나오지 않을까?


그러니 자신이 기대했던 대로 나아가지 않는 상황, 예상치 않게 발생하는 상황에 너무 마음 두지 말자. 부는 바람에 물결이 카지노 게임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우리가 할 일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 아니라 카지노 게임는 물결 타고 앞으로 나가는 일이다. 요동치는 물결을 탓하고 원망하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데 힘을 쏟는 것. 그것이 바로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 사는 '흐르는 카지노 게임처럼' 사는 삶의 올바른 정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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