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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심몽실 Apr 16. 2025

09. 온라인 카지노 게임야 채운다.

드디어 퇴원을 했다. 중간에 골절부위가 벌어져 반깁스로 바꾸고 예상보다 길어진 병원생활로 3주 만에 밖을 나왔다. 3월 말의 날씨는 아직도 쌀쌀했지만 답답한 병원 밖을 나오니 그저 그 모든 게 상쾌한 봄바람이었다. 다리는 반깁스에서 통깁스로 바뀌었고 거동은 더욱 불편해졌지만 병원 탈출에 비하면 깁스가 반이냐 통이냐 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생각지 않은 부상과 길어진 입원, 그리고 아직 한 달 가까이 더 '장착'하고 있어야 할 깁스 때문에 4월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방과 후 수업 강사 일은 무산되었다. 싫다고 떠난 교직생활이었지만 그래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옛말처럼 새로운 일 시작 전, 가계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적당한 일이다 싶었는데 일면식도 없는 방과 후 강사를 한 달이나 기다려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안 봐도 뻔한 학교사정이기에 섭섭함보다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한편으로 시원한 마음이다. 내가 미련해서 스스로 놓지 못하고 있던 집착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말미암아 확실히 끊어내는 느낌이랄까?




'영어'라는 굴레는 초등학교4학년, 처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접했을 때부터 30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내 옆에 붙어 있던 존재였고, 그래서 그런 존재를 놓는다는 것은 불안함 그 자체였다.


퇴사를 하고 새로운 일을 도전해 보자 하면서도 가장 먼저 세운 계획은 영어공부였고, 무릎부상으로 병원생활이 시작되었음에도 마지막까지 놓지 못한 것도 영어공부였다. 영어를 놓는다는 것은 나 자신이 '무'가 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 '영어'를 덜어내야만 다른 것을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나의 생활 속에 영어가 너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새로운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 보였다. 사실 오전 나절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하고 나면 하루 절반의 시간과 에너지를 쓴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것을 시도하기에는 시간도 힘도 부족해 새로운 도전은 늘 뒷전이 되기 십상이었다.


그러던 중, 방과 후 수업 강사 계약 해지 소식은 이제는 정말 영어를 놓을 때구나 싶었다. '수업준비'라는 최후의 목적까지 상실한 목적 없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는 이제 그만 작별할 때였다.


긴 고민 끝에 책상머리에 앉아서 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계획표에서 모두 삭제했다. 이제야 어지러웠던 계획표만큼이나 분주했던 마음도 차분해진다. 깨끗하게 비워진 계획표 중심에 새로운 자격증 공부를 채워 넣었다.


'제과제빵기능사 필기'



누군가는 굳이 영어를 놓으면서 준비할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퇴사 후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목적을 상실한 채 정처 없이 떠도는 부유물 같은 존재였다. 학창 시절에는 좋은 점수를 위해, 대학생 때는 취업을 위해, 그리고 영어교사라는 업으로 살 때까지 항상 분명한 목적을 가진 온라인 카지노 게임였지만 지금은 그저 나의 생각과 마음을 탁하게 만들어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도 그 많던 부유물을 치우고 나니 무엇을 선택해야 하고 집중해야 할지 분명해진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 삶의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내보냈다. 이제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못해도 되는 사람'이 되었으니 부담 없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즐기기로 했다.


대신 그 중심을 다른 선택지로 채웠다. 남편의 카페 창업계획에 동참하기로. 그 첫 번째 도전으로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증을 선택했다.


분명한 목적이 정해지고 나니 떠돌던 생각들이 차분히 제자리를 찾아간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야 불안하게 흔들리던 서핑보드의 중심을 잡고 집중해서 파도를 탈 준비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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