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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뭉치 Apr 05. 2025

6.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잃은 핫도그

괴발자 모드 속 여섯 번째 이야기

아빠에 대해서 써야 하는데, 아직 용기가 없다. 처음 시작하는데도 담이 필요했고, 아직도 보고 싶다는 말 밖에 적지 못했다. 카지노 게임 시작 편에서는 유쾌한 상은씨를 소개하였으나, 아빠의 말년은 사실 애통함이 더 크다. 부모의 죽음은 일생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 어떤 슬픔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동안 아빠가 누워계신 관 사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 우리도 결국 궤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그래도 연재를 시작한 이유가 나와 같은 이유로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니 조금 용기를 냈다. 단전 밑에 있는 말을 끌어올려야 아빠를 영원히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머뭇거린다. 뭐가 문제라서 털어놓지 못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은 태어나기도 힘들고 죽기는 더 힘들다. 우리 아빠는 크게 아프지 않고 돌아가셨으니 나름 선방하셨다. 그리고 가끔 내 꿈에 나타나시는 걸 보면, 거기서도 잘 지내시나 보다. 엄마와 동생을 두고 유독 나한테만 자주 나타나시는데, 생전에도 대화 없는 부녀지간이라, 꿈에서도 침묵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맞고 집에서 며칠간 쉬었다. 아빠는 산책을 다녀와서 나에게 쿠킹포일에 쌓인 핫도그를 건네셨다. 다소 쌀쌀한 날씨 탓에 식어버린 소시지를 몇 점 베어 물고는 식탁에 그냥 두었다. 아마 나머지는 엄마가 버리셨을 것이다. 그게 아직도 생각이 난다. 다 먹을걸. 평생을 회사원으로 살다가 은퇴하신 아빠는 한동안 방황하셨다. 공장장, 법인장까지 지냈으니 왕년에는 잘 나가셨었는데, 집에 계신 아빠를 보니 맘이 불편했다. 십 년 넘게 직장에 다니고 나서야 나도 조금 그 맘을 알겠다. 나이 듦과 동시에 은퇴는 당연하지만, 매일 출근하시다 방에 있는 아빠를 보니 어색했고 원래도 말 없는 딸은 더 무뚝뚝해졌다. 그러는 와중에 아빠가 사다 주신 핫도그, 난 사실 영정사진보다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더 뚜렷하다. 맛있게 다 먹을걸, 살찐다고 튀긴 것 안 먹는다며 구시렁거리던 철없는 딸이었다. 지금도 엄마 댁 앞에는 그 핫도그 가게가 있다. 매번 지나갈 때마다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다. 그 가게를 지나갈 때마다 아빠 생각이 나는데, 제발 장사가 잘되어서 문 닫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빠는 기억을 잃는 병에 걸리셨다. 처음에는 말이 어눌해지고, 본인이 하는 말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지 화가 느셨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환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영상에서는 그들의 과격한 행동을 보여주는데, 실은 합당한 이유가 있다. 내가 아빠라도 그럴 것 같다.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 사람들과 하루 이틀 계속 생활하다 보면 분통이 터질 것이다. 발병 초반에는 이런 아빠가 이해되지 않아, 성화도 많이 냈다. 한 번은 고향인 산청으로 초등학교 친구들 모임에 간다고 하셨다. 당시만 해도 아빠는 외관상 온전해 보였고, 거동에도 문제가 없으셨다. 엄마와 같이 연신 말리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때 처음 아빠 손을 붙잡고 울었다. 그제야 고집을 멈추셨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셨다. 아빠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처음이고, 나도 그런 아빠가 어색해서 우리는 둘 다 마음을 다쳤다. 돌이켜 보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기억이 아니라, 소통하는 법을 잊기에 더욱 외로운 병 같다. 실제로 노인 중에는 우울증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아빠도 그랬던 것 같다. 예전의 아빠가 쓰는 화법이 아닌데, 나는 그 방식만 고수했으니 여전히 벽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환자를 가족으로 둔 분들에게 전한다. 아빠의 화는 진짜 역정이 아니라, 알아듣지 못해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뿐이니 마음 다치지 말자. 우리 아빠는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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