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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북극 Dec 31. 2024

기억에 대한 오해/카지노 게임 위로

"어쩔 수 없지"라며 카지노 게임가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카지노 게임 눈을 제대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나에게로 다가오는 카지노 게임의 눈빛을 놓치지 않으려 애써 살펴보았다.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한 카지노 게임의 말이 포기나 한숨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카지노 게임의 눈에서 알 수 있었다.

깊은 애정과 관심 어린 걱정으로 나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안심될 수가 없었다.


의지가 담긴 카지노 게임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걷던 나는, 카지노 게임가 나를 등지고 있다는 것이 더는 나와 함께 걸을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다가가지 못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지 라는 말과 함께 돌아서 나에게 걸어올 때 드디어 끝이 왔구나 짐작했었다.


그러나 카지노 게임는 나의 짐작과는 달리 안타까움으로 나에게 말을 걸오 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놀라움과 기쁨 마음으로 카지노 게임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는 내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카지노 게임의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흩날렸다.

부드럽고 매끈한 머리카락은 바람이 쓰다듬듯이 훑고 지나갔다.


바람 속에서 잃어버린 마음의 흔적이 느껴져서인지, 바람에 스쳐 지나가는 카지노 게임의 머리카락의 질감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했다.


실체로서의 나로서, 카지노 게임의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그 부드러운 감촉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었다.

그 마음을 카지노 게임는 알고 있는 것일까 빙긋이 웃고 있는 카지노 게임는 다시 한번 손을 나에게로 뻗으며 나의 손을 원하고 있다.


따뜻하고 애정이 담긴 카지노 게임의 손은 작고 아담했다.

손을 잡은 카지노 게임는 나와 나란히 옆에 서서 나와 걸음을 맞추며 걸어 나갔다.


"시간이 별로 없다고 한 말 기억해?"


"그래 기억하고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 시간은 때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흐르고 있어."


"내가 시간이 별로 없다고 한 것은 너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었어."


"너의 시간은..."


잠시 말을 멈춘 카지노 게임는 하늘처럼 보이는 머리 위의 그곳을 잠시 살펴보는 듯했다.


"너의 시간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어."


"이미 시간의 끝에서 모든 기회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아직 시간의 출발점에 들어서지 않았을지도 몰라."


우리? 여전히 우리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데 카지노 게임도 우리를 언급할 때는 당연히 나도 알고 있는 듯 말했다.

카지노 게임가 말하는 시간의 끝과 시작되지 않은 시간 역시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모든 기회를 잃어버렸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모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는 건 아니야"


"물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건 네가 길을 떠나오면서 감수해야 될

위험 중 하나였을 뿐이야."


"기회는... 여러 가지 가능성중에 하나일 뿐이야"

"그러니까 하나의 가능성이 기회를 잃었다는 것일 뿐이야."


"그러나 지금의 기회가 마지막이고 그것이 유일한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이번 기회가 가진 위험성이야."

"너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쉽게 놓치고 말았어.

그래서 네가 얼마나 먼 곳까지 가버렸는지, 너와 우리의 틈이 얼마나 깊게 자리 잡았는지를 알지 못했어."


"우리의 경고도 너에게는 소용이 없었어."

"물 위의 파문들도 평소에는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못한 틈들로 모조리 사라져 버렸어."


"아마도 그것은 네가가 언제가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마음을 바람에 실려 날려 버린 것과 관련이 있을 거야."


"텅 빈 마음으로 너는 깊은 고요의 시간을 갖게 되었지만 그것이 마음의 평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어.

너에게서 떠나가버린 마음은 너를 대신해서 여러 곳을 다녀왔지."


"가끔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너의 마음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했지만, 너는 고요의 시간 속에서 그것이 네가 진정으로 바라던 평화라고 믿으며 그 미약한 존재감을 스스로 지워버리곤 했어."


"마음은 이제 더 이상 네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어."


"텅 빈 마음에도 가끔 마음과 비슷한 무언가가 자리 잡으려 했지만, 그곳엔 이미 깊고 강렬한 어둠의 힘이 자리하고 있었어. 그 어둠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어."


"네가 믿었던 고요의 시간에 조금씩 틈이 생기기 시작한 건, 어둠 속 무언가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했기 때문이야."


"어둠 속 무언가는 마음이 남긴 빈 공간이 좁다는 것을 깨닫고, 점점 더 넓은 곳으로 뻗어 나가려 했어."


"그 무언가는 네 마음의 빈 공간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자라났어."

"어느 순간, 그것이 너무 커져서 네 본모습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너를 대신하려 했어."


"시간이 없다고 말한 건, 그것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빠르기 때문이었어."


"그렇지만 좀 전에 말했듯이 그렇다고 해서 너의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아니야."


"이것은 여러 가능성중 하나 일뿐이라는 것을 잊지 마."


"어둠 속의 그것이 강력하다고 하지만 너의 의지는 그것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을 알아야 돼"


"여러 곳을 헤맨 너의 마음도 이제는 너에게 돌아오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어."


"평화의 시간이라는 위선에서 벗어나 너는 진정한 너를 만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잊지 마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어."


"그렇지만 시간의 개념은 상대적인 것이라는 것, 그리고 시간의 끝에서도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마."


"우리는 너를 포기하지 않았어."


"그건 너 역시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카지노 게임는 다시 잠시 말을 멈추고 하늘이라고 생각되는 그곳의 기척을 살피듯 올려다보았다.


"길을 잃는 건 항해사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야."


"길을 잃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건 아니야."


"포기하지 않고 하늘의 별을 찾아야 해. 시간이 걸리고 더딜지라도, 그곳에는 별이 있어."


"지금 별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


카지노 게임의 작은 손이 내 안에서 점점이 작아져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묻어있는 바람이 카지노 게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불어왔다.


하늘이라고 생각되는 그곳을 나도 바라본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저곳 어느 곳에 나에게 길을 떠나도록 비추어 주었던 별이 감추어져 있을까


먼 곳을 떠돌다 바람에 실려온 마음들이 나에게 돌아오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 것을 나는 받아 들 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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