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에 피어난 절망의 기록
가뭄, 그리고 폐허
1922년 여름, 하늘은 끝내 울지 않았다. 조선 팔도를 뒤덮은 가뭄은 마을을 말라붙은 사막으로 바꾸었다. 논밭은 거북등처럼 갈라졌고, 우물은 메마른 나뭇가지처럼 텅 비었다.
금당도의 작은 마을. 기복이네는 며칠째 뜸부기풀과 나뭇잎으로 허기를 달랬다. 어느덧 노모는 말도 없이 들기름 병만 만지작거렸고, 어린 아들은 밤마다 “밥 줘…” 하며 흐느꼈다.
“더는 못 버틴다.”
기복이는 마을 동각 마당에서 허기진 이웃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산 설고 물선 북쪽, 간도로의 길을 택했다.
"도회지에 일자리가 있다"는 소문을 쫓아, 가족을 이끌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떠난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절망으로 가득 찬 땅이었다.
“이게 나라냐… 어찌 살꼬… 죽으란 말이지.”
카지노 쿠폰는 손바닥만 한 땅을 파며 중얼거렸다. 그 땅엔 씨앗이 아닌, 절망이 묻혔다.
개간, 희망인가 착취인가
그해 가을, 일본 오사카에서 온 니시무라라는 이름의 사내가 금당도에 나타났다. 회색 양복 상의에 커다란 삿갓을 쓴 그는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바닷가에 서 있었다.
“이곳을 개간하면 모두 먹고살 수 있게 해 주겠다!”
그는 세포에서 봉동, 세추목의 개펄까지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배고픔에 지친 마을 사람들은 눈빛이 반짝였다. 누군가는 “저게 살 길이다” 중얼이며 망설임 없이 공사장으로 향했다.
삽을 들고, 망치를 들고, 희망을 품고.
하지만 그것은 희망이 아닌 덫이었다.
이 대규모 둑공사는 일본 제국의 산미증식계획의 일환이었다. 바닷물을 막아 간척지를 만들고 쌀을 늘려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한 식민지 착취의 전초기지.
니시무라는 수백 명의 조선인 일꾼들에게 삽과 괭이를 던져주며 외쳤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열두 시간 일해야 삯을 받는다!”
감독들의 채찍 소리는 공사장의 종소리처럼 울렸다.
카지노 쿠폰는 돌을 나르고, 흙을 퍼서 쌓고, 허리가 휘도록 일했다.
그러나 하루 품삯은 겨우 25전. 그마저도 열흘 치 밀려서,
종이 한 장 만보표로 대신 지급되었다.
“만보표를 잃으면 품삯도 없다. 알겠나?”
감독 하나가 비죽 웃으며 말했다.
“이게 무슨 장난이요! 만보 하나에 또 1전을 떼어 간다니!”
기복이가 니시무라 앞에서 분통를 터뜨렸다.
그의 손엔 잔뜩 구겨진 만보표 몇 장이 쥐어져 있었다.
니시무라는 담배를 피우며 냉소를 지었다.
“조선 놈들은 일도 못하면서 욕심만 많아.”
주위 일본인 감독들은 박장대소했다.
카지노 쿠폰의 주먹은 부르르 떨렸지만, 옆에서 조용히 그를 말리는 이웃의 손을 느꼈다.
“카지노 쿠폰아, 참아야 산다. 우린 밥을 먹어야 해…”
그날 밤, 조약돌 같은 조죽을 식구들과 나눠 먹으며 카지노 쿠폰는 마루에 등을 붙이고 울었다.
“저놈들이 우리 땅에서 우릴 굴려먹는다… 하늘이 어찌 이러심을 보시는가…”
겨울이 오기 직전, 공사터의 둑 일부가 무너졌다.
돌더미에 깔려 다친 이웃을 부축하는 카지노 쿠폰에게 일본인 감독은 소리쳤다.
“조선 놈들은 게으르고 불량하다! 다 너희들 탓이다!”
카지노 쿠폰의 눈동자는 그날 처음으로 붉게 일렁였다.
그는 곧 니시무라가 관리하는 쌀 창고를 보게 되었다.
산처럼 쌓인 쌀자루, 조선의 땀과 피, 그리고 굶주림의 결과.
“그게 다 어디로 가는지 아나? 일본 천황폐하께서 드시는 거다.”
한 일본인이 키득거렸다.
그해 겨울, 카지노 쿠폰의 노모가 굶주림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엄마… 이게 무슨 세상이에요…”
그의 눈물은 얼어붙은 땅 위로 떨어졌다.
다음 날, 카지노 쿠폰는 쌓아둔 만보표를 모아 불태웠다.
그 불길은 희망이 아니라 분노였다.
그는 삽 대신 돌을 들고 둑 공사장으로 달려갔다.
“일본 놈들아! 이게 다 너희 때문이다!”
채찍을 든 감독들을 향해 돌을 던졌고, 순식간에 달려든 헌병들에 의해 짓밟혔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니시무라의 차가운 눈빛이었다.
“조선 놈은 영원히 노예로 살아라.”
그날 밤, 기복이 둑 공사장에서 헌병에게 끌려간 뒤 마을은 침묵에 잠겼다.
이튿날, 그가 피투성이가 된 채 마을 어귀에 버려졌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온 이는 의회였다.
“카지노 쿠폰…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더냐…”
의회는 카지노 쿠폰의 얼굴을 덮고 있던 흙먼지를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그의 눈동자엔 무기력한 분노가 어른거렸다.
“저둑이 쌓일수록, 우리의 마음은 무너진다.”
근임은 정한수를 떠 와 카지노 쿠폰의 입술을 축였고, 복례는 조심스럽게 싸온 수수죽을 입에 댔다.
“카지노 쿠폰아, 한 입만 먹어. 이건 니 어머니가 늘 끓여주시던 그 맛 그대로다.”
카지노 쿠폰은 흐느꼈다.
"의회 어르신"
"나 하나 돌이 되어 던져져야…
우리 자식들이라도 고개 들고 살 거 같아서요…”
의회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래, 그 돌이 헛되지 않게 하자.
이제부터… 우리는 땅을 잃어도, 이름은 빼앗기지 말자.”
그 순간, 복례가 입을 열었다.
“눈물은, 흘릴 때마다 소금이 됩니다.
그 소금으로… 우린 다시 밥을 짓게 될 거예요.”
마당 가장자리에 섰던 근임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사람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곁이 있어야 해요. 카지노 쿠폰아… 너는 혼자 아니야.”
밤하늘엔 별 하나가 반짝였고, 마당 한켠 장독대 위엔 소금꽃이 조용히 피어 있었다.
#작가의 말
이후에도 카지노 쿠폰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의 아들, 규석이는아버지의 남긴 만보표를 손에 쥐고 말했다.
“이게 우리 민족의 피눈물이야.”
그 종이 한 장은 노동의 값이 아니라, 시대의 슬픔과 울분이었다.
일제가 남긴 상처는 분단과 빈곤으로 이어졌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은 스러지지 않았다.
“만보표 한 장이 쌓일 때마다, 우리는 한 걸음씩 자유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