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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르마 베르디 축제 (2)
2025년 노블레스 매거진 5월호 게재
점점 많은 사람이 르네상스에서 현대에 이르는 서양 미술에 눈을 밝힌다. 비단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그런 수요를 노리는 대형 전시회가 줄을 잇는다. 그러나 르네상스의 발원지인 이탈리아 미술을 향한 관심은 어쩐지 바로크의 거장 카라바조 이후론 뜸하다. 오페라의 황금기인 베르디와 푸치니 시대에 이탈리아 미술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였을까? 세 사람만 꼽으라면 아예츠, 세간티니, 미케티를 들겠다. 이들을 만나려면 ‘근대 미술관’(Galleria d’arte moderna, ‘GAM’이라 줄여 부른다)을 가야 한다. 로마, 밀라노, 토리노, 베로나 등 어지간한 도시에는 모두 근대 미술관이 있지만,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들에겐 유적과 고전 예술에 밀려 찬밥 신세이다. 밀라노 근대 미술관은 로마에 비해 규모는 작아도 내용은 매우 알차다. 아예츠로 시작해 세간티니로 끝나는 동선은 늘 “여기 살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란체스코 아예츠(Francesco Hayez, 1791~1882)는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에 태어나 스트라빈스키가 태어난 해에 죽었다. 마치 구시대와 현대를 잇는 가교와 같은 느낌이다. 이탈리아의 많은 근대 미술관이 아예츠를 내걸고 있지만, 가장 주목받는 걸작은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의 <입맞춤 Il bacio이다. 컴컴한 어둠 속에 부둥켜안은 두 남녀는 얼굴조차 보이지 않아도 강렬한 빛을 뿜는다. 급박한 위험을 무릅쓴 애틋한 만남을 담아냈음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1859년에 당시 사람들은 이 그림을 이탈리아의 상황에 대한 비유라고 직감했다. 이 해에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와 사르데냐 왕국의 카보우르 재상이 맺은 동맹은 이탈리아 북부를 지배하던 오스트리아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통일운동(‘리소르지멘토 Risorgimento’라 부른다)은 정점을 찍었다. 두 연인의 옷에 쓰인 빨강, 파랑, 하양의 삼색은 곧 결정적 기여를 한 프랑스 국기에 대한 경의이다. 아예츠는 뒷날 다시 그린 연작에서 남성의 망토를 녹색으로 바꿔 통일 이탈리아의 삼색을 표현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평론가가 정확히 말했다. “조국을 향한 사랑은 여인에 대한 사랑과 완벽히 일치한다. 그녀의 피부는 이탈리아 전체의 피부이다. 그녀의 몸은 국가이다. 그녀의 입술은 통일의 순간이다.”
아예츠는 이보다 앞서 비슷한 구도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마지막 입맞춤을 그렸다. 추방령을 당한 로미오는 몰래 줄리엣과 첫날밤을 보낸 뒤 아쉽게 작별한다. 밤을 예찬하고 낮을 저어하는 이 부분은 기사 문학 <트리스탄과 이졸데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아예츠는 ‘낭만적 사랑’의 아이콘을 리소르지멘토의 상징으로 승화시켰다. 뒷날 밀라노에서 이 그림을 본 구스타프 클림트가 라벤나의 황금빛 모자이크에서 받은 영감과 결합해 자신의 <입맞춤 Der Kuss을 완성했음을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아예츠가 그린 <도제 주세페 포스카리와 아들 자코모의 마지막 만남주세페 베르디(1813~1901)는 아예츠의 아들뻘이다. 그는 아예츠의 <도제 주세페 포스카리와 아들 자코모의 마지막 만남을 보고 감동해 <포스카리 가문의 두 사람을 작곡온라인 카지노 게임. 두 사람의 동명 작품 <시칠리아의 저녁기도 또한 그림과 음악이 어깨를 맞대는 걸작이다. 그러면 아예츠의 <입맞춤이 배경이 될 만한 베르디의 작품은 무엇일까?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무도회(Un ballo in maschera)를 보러 베르디 고향 마을 부세토(Busseto)를 찾았다. 파르마 베르디 페스티벌 가운데 음악원 학생들이 출연하는 무대가 이곳 작은 오페라 극장에 마련되곤 한다.
베르디 중기의 걸작 <온라인 카지노 게임무도회는 보스턴 총독 리카르도와 그의 참모이자 친구 레나토 그리고 레나토의 아내 아멜리아 사이의 삼각관계와 정치적 음모가 뼈대이다.
리카르도는 레나토 몰래 아멜리아와 맘을 주고받았다. 점장이 울리카는 아멜리아에게 둘의 사랑 탓에 리카르도가 죽을 것이라고 예언하며, 사랑을 잊는 약초를 알려준다. 들판에서 약초를 구하던 아멜리아에게 리카르도가 찾아오자, 숨죽인 사랑이 불타오른다. 그때 레나토가 정적의 암살 위험을 알리러 친구에게 다가온다. 리카르도는 그에게 여인의 정체를 묻지 말고 잘 바래다주라고 부탁한 뒤에 몸을 피한다. 결국 아내의 부정(不貞)을 눈치챈 레나토는 곧 열릴 온라인 카지노 게임무도회에서 친구를 죽이기로 다짐한다. 리카르도는 걷잡을 수 없는 정치와 사랑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고자 친구 부부를 영국으로 돌려보내려 하지만 레나토의 칼이 먼저 그를 찌른다. 리카르도는 죽어가며 아멜리아는 명예를 더럽히지 않았다고 맹세하고, 모두를 용서한다.
르네상스 이래 유럽 궁정에는 겨울의 시작부터 봄철 카니발 축제까지 무도회가 이어졌다. 이는 자연의 주기와 연결된 문화 관습에 뿌리를 둔다. 곧 겨울은 만물의 부활을 준비하는 기간이며, 봄엔 생명이 시작된다. 무도회는 암수의 ‘짝짓기’를 제도적으로 양식화한 틀이다. 오늘날도 사교계에 첫발을 딛는 새내기를 위한 무도회를 흔히 볼 수 있다. 향락의 베네치아는 그런 무도회에 익명성을 주려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무도회를 고안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아름다움과 추함, 신분의 높고 낮음을 가렸다. 심지어 공공연한 일탈과 불륜을 조장했다.
리카르도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무도회를 앞두고 현실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벗어던지고 일상을 회복하려 했다.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무도회가 열리면 레나토와 정적들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쓴 그를 찾느라 혈안이다. 아멜리아는 남편의 복수 계획을 미리 리카르도에게 알렸지만 맘이 놓이지 않아 그에게 다가가 지금이라도 피하라고 부탁한다. 레나토는 이미 그녀를 마지막 만나는 이 자리를 목숨과도 바꾸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레나토는 아내 곁의 남자가 ‘그’임을 직감한다. 이런 팽팽한 긴장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도회 음악은 경쾌하다.
나는 2막 연인의 밀회에서 아예츠의 <입맞춤을 떠올렸으나, 어쩌면 리소르지멘토가 한창일 때 쓴 <온라인 카지노 게임무도회의 품은 뜻은 그보다 훨씬 복잡할지 모른다. 통일을 주도한 사르데냐 왕국은 사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완충지인 변방에 불과했다. 강력한 세속권력을 원치 않는 교황은 통일에 부정적이었다. 오스트리아의 통치를 받는 롬바르디아와 베네치아는 앞장서 사르데냐 편에 섰다. 양시칠리아왕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다가 가장 먼저 가리발디 장군에게 정복되었다. 역시 독립국인 토스카나 공국은 가운데에서 판세를 영리하게 살피다가 국민투표로 통일 왕국에 합류했다. 지역 이기주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쓴 여러 정권이 ‘이탈리아’라는 대의를 이루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베르디는 사랑(통일)을 위해선 목숨과 권력도 내려놓을 수 있고, 용서와 화해만이 마지막 과업에 도달하게 한다는 사실을 그리려 한 것이 아닐까?
바로크 음악의 대가이면서 점차 낭만주의까지 영역을 넓히는 파비오 비온디가 이날 지휘자. 중요한 조역인 레나토와 울리카를 우리나라 바리톤 강해(2023년 베르디 콩쿠르 우승자)와 메조소프라노 이단비가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현지 한 매체는 특히 이단비를 “제우스 머리에서 태어난 아테나처럼 이 역할에 준비되었다”라고 평온라인 카지노 게임.
비온디, 강해, 이단비파르마 베르디 축제 담당자는 나를 다른 두 이탈리아 저널리스트와 한 박스석에 앉혔다. 우리는 마치 진짜 무도회의 갤러리처럼 <온라인 카지노 게임무도회를 관람했다. 나보다 스무 살 많은 오를란도 페레라는 최근 이탈리아 공영 방송(RAI)에서 정년 퇴임하고 비발디에 관한 책을 쓴 평론가이다. 오를란도와 나는 쉬는 시간마다 극장 뜰에서 이탈리아 음악 전반에 대한 얘길 나눴다. 나는 그에 이끌려 다음날의 축제 마지막 공연을 포기하고, 파르마 성모승천 대성당에서 열리는 비발디 콘서트에 가기로 했다. 나는 최고의 비발디 전문가인 오를란도, 전날의 지휘자 비온디와 나란히 앉았다.
오를란도는 파르마의 거장 코레조의 천장화가 그려진 성당에서 비발디의 두 개의 합창(여기서는 오케스트라를 말한다)이 반주하는 협주곡을 듣는 장관에 연신 흥분했다. 과연 솟구치듯 날아오르는 협주곡은 코레조의 원근법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다. 이 곡의 작곡가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무도회의 결과로 태어난 원치 않는 생명을 맡아 기르는 베네치아 보육원에서 음악을 가르쳤다. 파르마 대성당의 주인인 원죄 없는 성모 마리아가 누구보다 반겼을 사람이 바로 ‘붉은 머리의 사제’ 비발디 아닌가! 코레조의 천장화 너머로는 전날 밤 부세토의 농가 위를 밝혔던 보름달과 별들이 비발디의 선율에 맞춰 그들만의 무도회를 펼치는 듯했다.
나만 따라다니는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