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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래 Apr 07. 2025

물결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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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Delaroche, 젊은 순교자들 La jeune martyre. (1853-1855)

디오클레티아누스 왕조 시대때 거짓 신에게 희생물로 바쳐지기를 거부한 소녀가 사형을 당해 테베레 강에 던져진 것을 나타낸 그림. 낭만주의를 극대화한 작품. 루브르에서 다시 한 번 꼭 만나고 싶은 작품이면서 오늘 나의 배영의 모습과 흡사. 킥판을 배 위에 올리고 물결에 기대어 발을 첨벙첨벙. 물아일체!




피곤이여~ 안녕

월요일은 집에서 40분 거리의 학교로 수업을 간다. 주말에 가족들과 나들이라도 다녀오면 월요일은 오전부터 바빠진다. 걸어서 40분 거리의 중학교에 다니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15분쯤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데려다주고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는다. 미리 수업 준비를 하지 못했다면 머리와 손과 다리가 바빠진다. 아침 겸 점심으로 우유 한 잔, 달걀 하나, 최근 친구에게 선물 받은 종합 비타민을 주섬주섬 입안에 넣고 여러 번에 걸쳐 물을 삼킨다. 올해는 생일 선물로 비타민류의 건강보조 식품이 많이 들어왔다. 작년과 다르게 어떻게든 하루에 먹어도 되는 양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모두 챙겨 먹는다. 아프면 모든 게 소용없다는 걸 최근 몇 년에 걸쳐 피부로 느끼면서 각인하고 있다.



작년의 나는 하루 두 타임 초등학교 카지노 가입 쿠폰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곧장 침실로 들어가 기절하곤 했다. 우리 카지노 가입 쿠폰 저녁은 운전해서 돌아오는 길에 미리 비빔밥이나 치킨을 시켜 나의 도착과 맞물리게 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어릴 땐 독박 육아를 했음에도 체력이 있었기에 힘겹기보다는 카지노 가입 쿠폰와 밀착된 시간에 행복감을 느꼈다. 내 인생에 그렇게 여유로운 시절이 또 있었을까 싶게 카지노 가입 쿠폰와 보낸 시간은 마음의 여유를 안겨 주었다. 세상이 그토록 느슨하고 느리게 갈 수도 있었던 거였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필요한 물품을 등 뒤에 한 짐을 짊어지고 또래 카지노 가입 쿠폰보다 훨씬 무게가 나가는 돌덩이 같은 카지노 가입 쿠폰를 아기 띠로 안고 다니던 그 시 절었음에도 힘들고 짜증스러운 감정보다는 카지노 가입 쿠폰 덕분에 삶의 의미를 느끼던 날들이었다. 20대 후반, 파리에서 걷던 날들도 마음의 여유와 삶의 느슨함을 주곤 했지만 주머니 사정이 곤궁할 때라 마음 한편엔 지출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게 늘 따라다녔다. 몸이 쉬어도 마음은 온전히 쉴 수 없었다.



인생 전반을 놓고 봤을 때 내가 쉼이라고 느낀 시절은 아이를 안고 아이 손을 잡고 놀이터에 나가거나 미술관을 다니거나 공연장을 찾고 광교산에 다니던 때다. 꼬마 때부터 산엘 데리고 다녀서 곧잘 걸었다. 광교산 종점에서 약수터까지 걸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엔 어김없이 국수 한 그릇과 파전 하나를 시켰다. 지압돌이 깔린 곳을 맨발로 내려오던 아이는 내 손바닥만 한 신발을 신고서 국수파는 곳으로 가서 한 테이블을 차지하곤 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와 함께 했던 날들은 청량한 여름의 모양처럼 뜨겁고 시원했다. 책을 내고 갑자기 바빠진 내 삶, 그러는 사이 카지노 가입 쿠폰는 중학생이 되었고 욕심 없는 부부에게서태어난 아이 역시 별 욕심 없이 학교생활에 충실하다. 일하는 엄마라는 죄책감은 갖지 않으려고 한다. 매일 출근하는 엄마는 아니라 엄마 물도 끓여주고 햄버그스테이크도 직접 만들어 주고 때마다 다양한 재료를 넣은 스파게티도 해주니까 말이다. 물론 예전보다 그 횟수가 줄었지만 체력이 지하까지 파고들어간 지금, 이 정도면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트라우마로 시작한 운동

건강보조 식품을 더 많이 챙겨 먹고 있는 요즘, 하루 두 타임 수업 후 집에 들어와도 바로 기절하지 않는다. 그것뿐만 아니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아이와 함께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수영까지 간다. 6시 30분 수영반엔 체격 좋은 아저씨들 사이 나를 포함한 아줌마는 달랑 세 명뿐이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 접영 한 팔에서 수영을 접을 수밖에 없던 나는 양팔을 나비처럼 펼쳤다가 접으며 멋지게 물살을 가르고 싶었다. 일주일에 세 번 강습을 받고 나머지 이틀 동안은 자유수영을 했다. 왕복 한 시간 거리를 꼬박 걸어 다니며 특별한 일이 아니면 수영을 빼먹지 않았다. 일단작하면 열심히 하는 타입이다. 코로나 이후 세상이 많이 달라졌듯 내가 사는 주변도 바뀌었다. 걸어서 한 시간 거리의 수영장엔 사람이 많아 수영 전과 후에 씻기도 힘들게 되었고 원거리 수영장은 없어지거나 수리로 한참 문을 닫았다.



꼭 하고 싶은 운동이 수영이었는데 여건이 쉽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 집 앞에 우리나라 최초의 미래형 통합 학교가 들어오며 수원시청소년재단에서 운영하는 권선배움 마루가 들어섰다. 사실, 아파트를 분양하며 오래지 않아 생길 것처럼 광고를 했기에 우리 아이가 혜택을 볼 수 있겠구나 했던 곳이 입주 10년 만에 들어섰다. 아이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어느 하나 혜택을 보지 못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학교를 두고 40분을 걸어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중학교 2학년이 되니 전학을 달가워하지 않아 기존 학교를 고수하고 있다. 아이는 멀어도 별 불만이 없다. 내게는 걸어서 5분 거리의 수영장, 그야말로 득템이다. 10년을 기다렸다면 중간에 부아가 치밀어 오를 수도 있었겠지만 잊고 있었다. 빈땅 투성이인 곳에 10단지와 11단지가 들어서고 상가가 지어지고 학교와 수영장이들어오는 동안 그야말로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래서일까. 기다린 것에 대한 억울함 보다 갑자기 들어선 것 같은 수영장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 딱 한자리가 남았을 때 운 좋게 등록하고 월, 수, 금 수영을 시작했다.



거구의 남자들이 앞에 주르륵 서서 자유형 대기를 한다. 자세야 어찌 되었든 중급반 남자들의 속도가 빠르다. 코가 잔뜩 막힌 내가 무슨 배짱으로 수영장을 가는지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하다 보면 뚫리지 않을까 싶어 수영을 시작했다.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 24미터를 자유형으로 가려면 3번은 쉬게 된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호흡이 가빠져 레일 끝까지 한 번에 가기가 힘들다. 나는 누구를 이기기 위해 수영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내 몸이 조금 더 건강해지고 내가 채 배우지 못한 접영을 배우고 싶을 뿐이다. 이 충분한 동기는 내 무거운 몸을 수영장까지 기꺼이 옮겨 놓는다. 50분을 자유형과 배영으로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숨이 끊어져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고 살아서 그 시간이 끝난다. 그렇게 숨을 헐떡이다가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오면 새사람이 된 것처럼 기분이 상쾌해진다. 체력 좋은 아저씨들 꽁무니에서 그 긴 텀을 따라가느라 힘들었지만 꽁무니를 따라간 것만 해도 어디냐 싶다.



수업이 끝나도 집에 돌아와 기절할 수가 없게 만들었다. 수영 후에도 기절하지 않는다. 명상음악을 틀어두고 글도 쓴다. 아침 7시 20분에 시작한 하루가 10가 넘어도 이어진다. 나는 이거면 만족이다. 나 대로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니 내 삶에 뭐라도 하나 더 얹어지고 어제 하지 못했던 걸 오늘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왜냐하면,시작했다면 머지않아 내가 원하는 접영을 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나를 두고 사람들은 개인주의 자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개인주의자가 맞다. 내게 집중하는 시간을 좋아하니까. 내가 건강해져서 우리 아이에게 조금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신랑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주고 글 쓰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나는 개인주의자로 살고 싶다. 물이 무서워 튜브 없이 발도 담그지 못했던 나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발목을 잡아 수영장 가는 걸 싫어하던 나다. 내가 싫어하던 것, 내가 무서워하던 것, 나의 트라우마, 그런 것들을 하나씩 깨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개인주의 자라도 상관없다. 그게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기주의자란 이야기는 아니니까.


아프지 말고 건강

올해는 어떻게든 체력을 끌어올려볼 생각이다. 락스 물과 비염은 어쩐지 더 독한 병을 가져올 것 같지만 마음이 평온해지니 일단 시작이다. 몸은 마음에서 만들어지니까 말이다. 내 마음이 수영장에서 기쁘다면 내 몸도 함께 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힘들게 낳고는 하루키처럼 뛸 수는 없지만(이것도 차차 극복할 생각이다) 물속에서 하는 수영이라면 괜찮지 싶다. 시작은 반이고,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타입에 공을 들여 열심히 하는 편이니 25미터까지 한숨에 갈 수 있는 날도 곧 올 거라고 생각한다. 하루의 스케줄이 적지 않지만 마음이 참 가볍다. 내가 살아낸 오늘 하루가 참 단단하다. 그러니 이런 날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운동해야지.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지.



지막수업 시작하며 한 카지노 가입 쿠폰가 집에서 만든 꽃다발이라며 선물을 주고자리에앉았다. 꽃은 본인이 만들고 리본은 엄마가 묶어 줬다고 했다. 내 오늘 하루가 이 예쁜 꽃다발 같다. 삶이란 아무리 완벽을 추구해도 완벽할 수가 없다. 고사리 손으로 만든 꽃다발의 모양처럼 어딘지 모르게 엉성한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누구도 여러 번의 삶을 살아 본 적이 없기에 삐뚤빼뚤하다.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고 온기가 돌고 마음이 동한다. 나즈막한 산정도 걸을 수 있고 맛있게 먹은 음식을 소화할 수 있기만 해도 삶은 행복해질수 있다. 코로 듬뿍 공기를 들이마실 수만 있어도 삶은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다. 삶은 그런 날들을 더 많이 알아채고 발견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나는 오늘 내 하루치의 게임에서 이겼다고 볼 수 있다. 평소라면 기절해 있을 시간에 맑게 깨어있으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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