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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y 15.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없이 살지 않기로 했다

내가 평소에 자주 하는 말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날, 출근하자마자 팀장님이 물었다.


“한강 작가 책 읽어봤어?”

“아뇨, 아직요.”


“에이~ 글 쓴다는 사람이 그럼 쓰나.”

“제가 왜요?”




나는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는다. 원래도 그랬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 뒤로는 더 멀어졌다. 아내를 제외하면 평소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속으로는 늘 질문한다.

왜?

원래 그런 성향이었는지, 책을 읽고 나서 달라진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의 나는 마주치는 모든 것에 이유를 찾는다. 그래서 가장 자주 하는 말이 무엇일까 떠올려보면 역시 ‘왜?’였다. 이제는 거의 속으로만 되뇌는 말이지만.


예전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그러다 군 생활 중 우연히 책을 읽게 되면서 세상의 모든 것에 물음표를 달기 시작했다. 내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 열심히 일하면 성공하는 줄 알았다. 3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게 인생이라 여겼다. 성격이 나쁜 사람은 불행할 거라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했고, 어른에게는 무조건 공손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그 모든 믿음에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다.


당연하다고 여긴 것들은 결국 누군가가 심어놓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다. 내 안에 ‘진짜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없었다. 남들과 비슷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했던 건 애초부터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점점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됐다. 문제는 그럴수록 사람들과 대화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에 의문을 던지면 사람들은 불편해했다. 근거가 빈약한 주장을 내세우며 언성을 높이는 그들과 점점 거리를 두다보니 자연스럽게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쓸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신하게 됐다. 차라리 고독한 편이 낫다고. 나는 뭔가 삐걱거리는 질서에 휘둘려 살 운명이 아니라고. 난 내가 발견한 세계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진짜’를 원했다.


머릿속에는 늘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라고 믿는 수많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떠다닌다. 그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을 방치하면 어느새 고정관념이 되어 내 시야와 마음을 좁게 만들었다. 이미 굳어진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을 깨뜨리고 새로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들어올 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일 읽고 매일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은 고되고 힘들지만 그만큼 깊은 행복을 안겨준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원래부터 정해진 방향대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도 세상이 이상하다고 느끼곤 했다. 다만 그때는 그것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멍하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잠겨 있던 시간들도 그 연장선이었을 것이다.


‘왜?’라는 질문 덕분에 익숙한 것들과 이별할 수 있었고, 그 질문 덕분에 나는 조금은 특별해졌다. 다만 요즘 문득 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있다. 결국 내가 도달하게 될 진실은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사실 아닐까.나는 이미 알고 있는 그 답을 향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한 걸음씩 되돌아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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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보가 쓴 책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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