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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Dec 30. 2022

자란다는 건 할 수 카지노 가입 쿠폰 게 늘어간다는 얘기.

무럭무럭 자람 일기

자람, 자라남을 표현하는 말이 참 많다.키도 자라고 마음도 자란다고 해서 성장이라는 멋진 단어를 가져다 쓰기도 한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과정, 그 과정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 우리는 염려(앞일에 대하여 여러 가지를 마음을 써서 걱정함/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한다. 거의 모든 부모가 마음 한편에 염려를 품고 살지만 보통은 기대하고 기뻐하며 하루하루를 지켜보기 마련이다.


한 해가 저물고 새 해가 시작되는 무렵이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마음이 헝클어진다. 돌아보면 한 번도 평화롭고 잔잔하게 새해를 맞지 못한 기분도 든다. 후회든 염려든 기대든 이맘때 품는 감정은 무엇이 되었든 마음을 어지럽히는 거다. 그래서 아이를 본다. 물론 아이도 나름의 혼란과 염려를 품고 살겠지만 부모가 보기에 아이의 성장은 확실해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 왠지 안심이 된달까. 올해 무럭무럭 자랐듯 새해에도 무럭무럭 자랄 것이고 그 자람이 거의 기쁨이 될 것이 확실하니 이보다 더 좋은 감정 투자처가 있을까.


올 한 해 아이는 몸도 자랐지만 무엇보다 인간 사이에 필수적인 요소, 소통하는 능력이 크게 성장했다. 지난겨울 식탁 아래를 오가는 아이를 보며 이마를 찧지 않게 조심하자, 눈을 다치겠다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턱이 닿는 걸 보면 자람에는 도무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이에게 하는 대부분의 말을 알아듣고 호불호(좋고 싫음) 혹은 가불가(되거나 안 됨)를 표현할 수 있게 되어 편해진 게 있는가 하면 이제는 훈계와 설득을 병행해야 하는 현명함이 요구되는 숙제도 받은 참이다. 아이는 올해, 그렇게 부지런히 자랐다.


문득 자란다는 게 뭘까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나무가 씨앗으로 흙에 묻혀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듯 외관으로 보이는 성장도 자람이겠다. 사람은 겉모습, 몸이 자라는 것만을 얘기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기 마련이라서 어쩌면 쓰나 마나 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굳이 덧붙이면 나중에 아이가 글자를 배우고, 더 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 그때 우리가 이런 생각도 했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알게 하고 싶은 마음에 남기는 유서 같은 것이기도 하다.


자란다는 건 할 수 카지노 가입 쿠폰 게 늘어감을 의미한다. 자람의 반대말로 늙음을 쓴다면 늙는다는 건 할 수 카지노 가입 쿠폰 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의미겠다. 오해를 줄이기 위해 덧붙이면 나이 듦은 늙음과 다르다 생각한다. 나이 든다는 건 숫자가 더해진다는 의미라 그 어떤 인간도 극복할 수 없다. 올해가 가고 새해가 오면 나이가 는다. 가는 시간을 붙들지 않는 한, 파우스트 박사처럼 영혼을 악마에게 팔지 않는 한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누구나 나이 든다는 당연한 카지노 가입 쿠폰를 자연스럽게 하기가 이렇게 어렵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할 수 카지노 가입 쿠폰 게 늘어나지 않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젊은 사람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계발하고 새로운 시도에 꾸준히 도전하는 어른을 얼마든지 본다. 나이가 들어도 사람은 자랄 수 있다. 그것이 늙는 것과 나이 듦의 차이다. 아이는 그 늘어남의 폭이 크고 급격하다. 수저도 혼자 못 들던 아기가 한 해만 지나도 수저와 젓가락을 인생 이회차처럼 능숙하게 쓰는 일도 있다.


지난해에는 혼자 계단을 오르더니 이제는 자기만의 설정 속에서 혼자 놀기 시작했다. 혼자 노는 게 뭐 당연한 것 같고, 같이 놀 사람이 없어서 혼자 노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이나 말참견이 없어도 혼자 놀 수 있게 됐다는 건 내게 큰 성장의 증거다. 자기주장이 늘었고 세 단어를 빈번하게(자주) 쓴다.

싫어.

가.

뭐야.


싫어는 컨셉같다. 좋아하는 걸 하겠느냐고 물어봐도 처음에는 싫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듯 이야기하면 그제야 본마음을 드러낸다.

가! 는 '너 말고'의 의미인데 '지금 나에게 필요한 사람은'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특히 자주 쓰는 시간 대는 잠자기 직전부터 아침에 같이 놀자며 다가오기 전까지인데 다르게 해석하면 '지금은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요'가 된다.

뭐야~? 는 뭐야! 나 뭐야? 가 아니라 뭐야~?라는 게 중요하다. 뭔가 우스꽝스럽다는 느낌, 의외라는 감정, 이게 아닌데 싶은 예상 밖의 표현이다. 단호하다기보다 조심스러운 느낌으로 말하는데 의외지만 좀 재밌고 신기하다는 분위기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셋 중 제일 들으면 우스운표현도 뭐야~? 그 익살스러운 표정이 더해져서 정말 아이다운 천진함을 만끽하게 된달까.

뭐야~? 는 몇 가지를 전제(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을 이루기 위하여 먼저 내세우는 것/표준국어대사전)를 내포한다.

첫째, 아이가 어떤 대상 혹은 현상에 대해 일정한 이해를 갖고 있고 그것이 이러저러하게 변화하거나 움직일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게 왜 이렇게 되지?', '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는 표현을 한다는 건 기대하던 바와 다르다거나 자기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니까.

둘째, 그것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생각, 지금 눈으로 확인한 결과가 자신을 위협하거나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 혹은 대수롭지 않으며 변화할 수 있다는 유연함이다. 절대적인 거라 믿었다면 깜짝 놀라거나 주변에 도움을 청했을 텐데 당황하지 않고 웃음의 재료 삼아 즐긴다. 여유가 있을 땐 제스처도 함께 한다. 어깨를 으쓱하며 손바닥을 하늘로 들어 올리는. 내가 가르쳐주고도 적절한 상황에 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웃게 된다.


아이가 쓰는 표현들, 행동을 언젠가는 기록해야지. 새로운 표현이 생기면 기억해둬야지 생각만 하다 이제야 하나를 더한다. 지금은 이렇게 놀라운 성장의 모습이 나중에는 무수한 성장의 목격담 중 하나로 기억에서 지워질 것만 같아서 그전에 미리 습관의 하나로 기록하자고 마음먹는다.


아이는 많으면 하루에 두 번, 적으면 일주일에 서너 번쯤 TV를 본다. 전에는 아무리 약속을 하고 보기 시작했어도 끌 시간이 되면 울면서 싫다고 보채기만 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스스로, 자기 손으로 TV를 끄겠다고 한다. 시작도 자기가 하고 끝도 자기가 내고 싶어 하는 모습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마는 그 행동조차 성장의 한 페이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아 잠시 설렜다.

스스로 TV를 끌 수 있게 되었다.

할 수 있게 된 일 리스트에 하나를 더 적는다.


매 순간 자라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보며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는 자라고 있는가 늙어가고 있는가. 하고 싶은 걸 찾고, 할 수 있는 걸 하며, 시간이나 상황 환경을 변명 삼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지난 3년은 분명 평화롭고 안녕했지만 열심히 했는가를 생각하면 조금 자신 없는 대답을 내놓게 된다. 아이의 성장이 의식을 자극한다. 게으름을 깨우고 잔잔한 얼음 호수를 두드린다. 잠잠하지 않지만 얼어붙어버렸기에 잔잔할 수밖에 없던 나날에 비겁한 숨바꼭질은 그만두자고 생각하게 한다.


새해는 만 나이로 계산하게 된다고 한 살 덜 먹는다고, 어떤 기사 제목은 '한국인 어려진다'라고 쓰기도 하던데, 나이는 하나 더 늘겠으나 한 해만큼 늙지는 말자, 새삼 그런 다짐을.

카지노 가입 쿠폰야, 너를 생각하며 했다는 장황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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