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된 책을 위한 감상문 1
사족 :『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2011년 8월 출간되어 2023년 10월 31일 현재 3대 온라인 서점 중 한 곳에 재고 한 권만 남은 상태다. 절판인 줄 알았는데 절판이라기보다 품절 상태라는 게 정확해 보인다. 더하여 온라인 서점 리뷰 작성 시기가 출간 시기에 상당히 몰려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출간 이벤트 이후 판매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듯하다.
『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지인의 서재에서 왔다.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는데 아마 지인의 자녀가 읽었거나 읽히려고 사두었다가 이제는 쓸모가 적어 더 쓸모 있으리라 여겨지는 책방으로 옮겨온 것이다.
소설은 '바이킹 항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사냥과 약탈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5년 전 마을의 힘센 남자들이 항해를 떠난 사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부족은안의 부족에 약탈 당해 낯선 땅에 끌려와 노예가 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본래 이름이 아닌데복잡하고 낯선 본명 대신 불에 탄 듯 보이는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깔을 보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고 부르던 것이 새 이름이 되었다.
어느 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부족이 5년 전 당했던 것과 같은 일이 안의 부족을 덮친다. 마을의 장정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부족 사람들이마을의 여자와 아이, 노예들 모두를 약탈해 간 것이다. 집과 마을은 불타고 쓸만한 물건, 식량, 값나가는 것들은 모두 새로운 주인의 배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재앙이 지나가고 남은 것은 부족장의 아들인 안과 노예 온라인 카지노 게임뿐. 마을의 장정들이 항해에서 돌아오기까지 아직 많은 날이 남았기에 안과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한다.
문제는 두 사람의 관계다. 전날까지 안은 부족장의 아들이었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노예였다. 안은 궂은일, 더러운 일, 사냥, 요리 중 무엇 하나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반면에 노예였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안보다 힘이 셌고, 생존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더 많이알았고, 더 잘했다. 만약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안을 해치려 하건가반란을 일으켜도 막거나 지켜줄어른은없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5년 만에 자유를 찾았고 안은 그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보며 당황과 두려움을 느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안은 마을의 장정들이 돌아올 때까지 살아남으려면 서로의 힘을 합쳐야 함을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다만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도움이 될 것을 찾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 노예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는 게 안에게는 어색하고 낯설어서 혼란스러웠다. 태어나서 14년을 살아오면서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자신의 지위와 노예와의 관계, 지금은 노예지만 그전에는 자신과 다를 것 없는 자유로운 존재였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대해 더 오래,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해서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았을 때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했다. 노예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안이 의사소통에서 아무런 문제도 겪지 않는 점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본명이 낯설고 복잡했다는 걸 보면 문화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언어 체계는 유사해 보였다. 피부색과 문화가 조금 다르긴 해도 유사한 언어를 쓰는 부족을 약탈해 노예로 삼는 것도 이상했고 노예가 된 사람들이 부족의 장정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반란을 일으키지 않은 것도 이상했다. 바이킹 항해라는 약탈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방인의 시선에 한계가 있겠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완전한 자유를 누렸던 기억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노예가 된 상태를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이상했다. 부족장의 아들인 안을 대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태도를 보면 의문은 명확해진다. 약탈이라는 불행 앞에 대단히 담담한 태도와 안에게 특별히 적개심이나 복수심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노예와 주인의 관계를 두고 봤을 때 기이하기까지 했다. 생존을 최우선하는 합리적이고 냉정한 소년. 오히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주도적인 태도에 당황과 두려움을 느끼는 안의 태도가 더 익숙하고 공감됐다. 바이킹의 세계란 그런 것이었을까. 정복당했다면 승복하고 처지를 받아들여라. 그런 법이 있지는 않았을까?
초반을 지나면서 이어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안의 대화에서 문득 부모와 자식 관계와의 유사성이 떠올랐다. 부모는 세상에 아이를 내어놓은 책임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줘야 하고, 어려움이나 한계에 부딪혔을 때 도와야 하며 자식은 그런 부모가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면 소설 속 주인과 노예의 관계와 비슷해 보였다. 안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기대하고 미루는 일, 의존하는 마음, 수동적인 태도들 모두가 그랬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가 성장해 하나의 독립된 자아가 되어가듯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도 그런 유사성을 두드러지게 했다. 부모란 자녀를 노예 삼듯 영원히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보조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듯이.
작가는 어떤 의도로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을까.
제목에 그 힌트가 있을 것만 같다. 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스케는 '재'라는 의미다. 모두 타서 원래의 형태를 잃고 남은 것이 재인데 노예가 되기 전 부족장의 아들로 훗날 족장이 되었을 아스케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실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을까. 동시에 재는 재생 혹은 부정을 쫓는 순수함의 느낌도 풍긴다. 전혀 다른 세계에서 노예로 살게 됐지만 독립된 마음을 잃지 않고 기회가 찾아왔을 때 회복하는 모습에서 지금의 실패와 시련이 고통이나 절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나중을 위해 인내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자유를 되찾은 후에도 안의 부족이 살던 공간을 떠난다거나 안을 해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의 부족의 장정들이 돌아왔을 때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기 위한 연습, 대장장이가 되기 위한 준비와 연습에 온 힘을 쏟는다. 현재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갖춤과 동시에 자신의 가능성과 쓸모를 증명함으로써 되찾은 자유를 지켜내려는 성숙한 시도를 이어가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모습에서 교훈을 찾아보면 대장장이가 되는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완성한 잘 만든 칼을 안에게 선물하는 장면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싶다. 칼은 상대를 지배하거나 조종하는 힘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녹슨 창날과 낡은 칼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먼저 발견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안은 자신의 생명, 존재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달려있다고 느낀다. 주인이었지만 노예보다 나약해진 것이다. 칼이 없어 할 수 없는 일이 생기고 필요성을 느끼지만 스스로 만들 수 없음은 삶의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지 않음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렸던 안에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잘 만들어진 칼을 선물했던 것이다. 자신을 죽일 수도 있고 반대로 위협할 수도 있을 힘, 무기를 주인이었던 사람에게 선물하려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할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꺾이지 않는 의지와 함께 용기까지 갖춘 소년이었고, 안은 자신이 평생 동안 배우고 경험한 주인과 노예의 관계를 버리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자유를 지키겠다고 약속하는 변화를 이끌어 낸다. 약탈하고 타인을 지배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세계에서 지배와 종속이라는 고리가 당연하지 않으며 모두가 자신과 동등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배운 것이다. 생존을 위해 약탈과 사냥을 선택한 부족의 전통과 문화와 충돌할지도 모르지만 화해와 협력이라는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가능성이 되어줄 경험이 안에게 남았다.
『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사람이 살아가며 서로 도와야 하는 이유와 가능성을 두 소년을 대화와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제법 교훈적인 이 소설은 어쩌다 품절의 위기에 처했을까.
가장 큰 요인은 운이 아닐까 싶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부족이 약탈의 대상이 된 것도 안의 부족이 약탈당하는 것도 어쩌면 운이 없어서였는지 모른다. 약탈이라는 문화가 존재하는 한 언젠가 약탈당하는 날이 찾아오는 게 당연하겠지만 사람들은 '내가 한 일이 언젠가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라고 생각하기보다 '그런 일은 운이 나빠서 일어났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니까.
운이 좋기를 바란다.
여러분에게 최고의 최상의 최대의 운이 찾아가기를.
품절을 앞둔 책의 감상을 적다가 한 번 적은 내용을 모두 날렸다. 하루를 앓고 다시 적었는데 처음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슬픔은 슬픔으로 두고 다음에는 더 운이 좋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장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결심을 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