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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 Dec 02. 2024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자빠진다

아무리 몸으로 배운 게 오래간다지만

왼팔 삼두근 쪽이 아프다. 어제는 괜찮더니 자고 일어나니 그렇다. 중부지역에 역대급 폭설이 첫눈으로 내렸다는데 인제는 눈이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았다. 지난주 화요일에 10cm 정도 눈이 쌓였고 수요일, 목요일에는 간간이 흩날리는 정도였다. 토요일에 인제읍을 한 바퀴 돌고(2시간 정도) 집에서 쉬다가 갑자기 눈이 다 녹기 전에 자작나무숲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작나무숲 안내소에 전화해서 입산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아이젠과 스틱을 준비해서 2시 이전에 입산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10월에 공룡능선에 가려고 준비해 둔 아이젠을 챙겼다. 자작나무숲은 위쪽 임도만 개방되어 있었다. 임도에서도 길가 쪽 인도로 조심조심 걸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아이젠이 눈과 얼음에 꽂히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날이 푸근해서 걷기도 좋았다. 땀이 많이 나서 워머를 벗어 패닝 주머니에 넣고 패딩은 벗어서 허리에 묶고 걸었다. 어느새 전망대와 별바라기숲으로 갈라지는 곳에 다 달았다. 이정표 사진을 찍고 싶었다. 몇 주 전에 읍내 군인용품점에 가서 스마트폰 터치가 되는 장갑이라고 해서 군용 장갑을 샀는데 장갑이 커서인지 터치가 잘되지 않아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오른손 장갑을 벗어야 했다.


멈춰 서서 오른쪽 장갑을 벗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이정표 앞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상체는 이미 앞으로 가고 있는데 발이 얼어붙은 것처럼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일어나서 둘러보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별바리기숲 좁은 길 쪽에 가 있었다. 마치 내가 전망대 쪽으로 안 가고 별바라기숲 쪽으로 갈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넘어질 상황이 아닌데 등산화 끈을 밟았나 생각했다. 살펴보니 등산화 끈은 죄가 없었다. 아이젠이 범인이었다. 왼발 아이젠의 연결고리 벌어진 틈에 오른발 아이젠 어디가 끼였던 것 같았다. 아이젠 둘이 어쩌다 연결된 상태에서 왼발 아이젠의 연결고리가 앞으로 가려는 내 체중을 감당하느라 벌어져 있었다. 내려올 때 허리가 뻐근했을 뿐 팔은 아프지 않았는데. 오른손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들고 있었으니 그 짧은 순간에 왼손이 바닥을 짚으며 충격을 완화시키려 했던 것 같다.


어제는 엎어졌지만 지난주는 넘어졌다. 지난주 일요일에 a, b와 설악산 금강굴에 다녀올 때 비선대 앞 넓은 데크에서 간식을 먹다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데크 아래로 떨어뜨렸다. 얼른 계곡과 가까운 쪽 계단으로 내려가서 데크 난간 틈으로 몸을 구부려 아래로 내려갔다. 눈이 밝은 b가 데크 위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위치를 알려줘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주웠다. 다행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낙엽 위에 떨어져서 부서지지 않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깨지지 않았고 물에 빠지지도 않아 좋아서 약간 흥분했었나. 데크로 올라오기 위해 바위를 건너가다가 물기가 살짝 묻은 바위에 발을 올렸다가 그만 그대로 엉덩방아 찧으며 넘어졌다. 물기가 얼어있었던 것이다. a와 b는 위에서 짐을 챙기느라 넘어지는 나를 보지 못했다. 지나가던 등산객 세 분이 "아이구구, 조심하세요, 괜찮으세요, 손 잡아 드릴게요"하며 데크 난간 틈 사이로 내가 올라갈 수 있도록 손을 잡아줬었다. 그 물기가 살얼음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생각해 보니 지난달 말에도 넘어졌다. 아니 엎어졌다. 퇴근 후 배드민턴을 치고 나서 a와 함께 원통에 내 차로 저녁 먹으러 갔다가 저녁을 먹고 나서 차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차도 인적도 없는 도로에서 50센티미터 정도의 약간 경사진 비탈로 걸어가면 주차장 입구로 돌아가는 것보다 빨리 차에 갈 수 있었다. a가 "이리로 가요" 하며 먼저 비탈로 올라가길래 나도 a를 따라 올라가서 전면 주차해 놓은 운전석 쪽 문을 열면 되는 순간이었다. 그때도 상체는 이미 앞으로 가고 있는데 발이 무언가에 걸려 오지 못하고 있었다. 상체가 바닥을 향해 엎어지는 와중에도 주머니에 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걱정되었다. 두 손을 앞으로 죽 뻗으며 힘을 줘서 배에 충격이 덜하도록 자세를 취했다(두 팔과 두 다리를 쭉 펴고 바닥에 엎어져 어리둥절해하는 개구리를 상상하면 된다). 손바닥이 따갑고 무릎이 아팠지만, 이 나이에 넘어진다는 게 창피했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깨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가로등이 있었지만 자동차 그림자 때문에 주차방지턱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천천히 걸었으면 조금 비틀하다가 중심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넘어질 때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덩달아 고생이다. 아직 깨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5만 장 넘는 사진이 들어있는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안녕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여러 번의 경고성 전조들이 생긴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떠오른다. 최근 한 달여 동안 연달아 세 번이나 넘어졌다는 건 앞으로 언제 또 넘어져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든 코든 깨질 일이 생길지 모르니 미리미리 조심하라는 뜻일 게다. 그나저나 글로 배운 것보다 몸으로 배운 게 오래간다고 하는데 나는 뭘 얼마나 오랫동안 잊지 못할 지식을 배우려고 이렇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넘어지고 엎어지는지 모르겠다.


2024.11.24. 속초 설악산 금강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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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대에서 본 금강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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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굴에서 본 천불동 계곡 / 비선대 데크 아래




2024.12.01. 인제 자작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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