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카지노 게임 17 가스라이팅에서 탈출하라
예전부터 알려진 개념이지만, 최근 들어 '가스라이팅'범죄나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상대방을 착취하는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언급되는 여러 피해 사례들이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르시시스트는 기존의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보다 훨씬 위험해 보인다. 그들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그냥 '관계를 끊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나르시시스트는 예전에는 공주병, 왕자병 정도로 우스갯거리로 자주 언급되었으나, 나르시시스트는 남의 성과를 갈취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거나, 가스라이팅으로 상대방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서슴지 않으며, 자신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작업에 능하다. 특히 본인의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유튜브만 찾아봐도, 나르시시스트에게 수십 년을 고통받다가 겨우겨우 벗어난 사람들이 하는 경고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 역시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에게 오랫동안 피해를 입은 당사자로서, 그런 이야기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척 아파온다.
봉준호 감독의 <무료 카지노 게임 17은 SF라는 장르를 통해, 현대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풍자한 영화다. 이 영화는 풍자의 레이어가 깊은 층위로 되어있어, 관객이 어떻게 보고 싶은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요새 한국이나 미국의 정치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인 만큼, 정치인이나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가 다른 측면보다 더 강조되고 드러나는 건 사실이다. 갈아 만든 소스도, 노동자를 갈아서 만들어 낸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인 우리 자신을 대놓고 비판한다. 너무 노골적이라고 생각될 만큼, 봉준호는 비유를 잘 못 알아듣는 미국인들도 알아들으라는 듯 떠먹여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라는 명목으로, 많은 개연성을 그냥 퉁치고 넘어가버리기도 한다. 특히 외계원주민인 크리퍼에 대한 인간들의 인식이나 설정은, 90년대 영화인 폴 버호벤 감독의 <스타쉽 트루퍼스보다 오히려 뒤떨어져 보일 정도다. <스타쉽 트루퍼스는 인간사회에서 이뤄진 거의 완벽한 사회평등과, 벌레같이 생긴 외계인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극적으로 대비시켜 평등과 차별의 허상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 17에서는 정치적인 풍자를 너무 의식해서인지 오히려 크리퍼와의 이야기가 1차원적으로 보였다. 게다가 전 영화에서 봉준호가 보여주었던 '순식간에 관객을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끌고 가버리는'흡입력이 조금 부족하긴 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좋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가 있는 것일 테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의 다른 부분보다 눈길이 가는 곳은, 무료 카지노 게임 17의 삶과 무료 카지노 게임 18의 탄생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 반스(로버트 패틴슨)는 사회에서의 실패와 악순환 그리고 결국 사람을 전기톱으로 갈아버리는 취미가 있는 악덕 사채업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니플하임으로 가는 우주선에 '익스펜더블'로 지원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익스펜더블'이란 몸을 끊임없이 복제해 각종 실험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간 마루타인 셈이었다. 하지만 이 일련의 과정들은, 한 사람이 나르시시스트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 끊임없이 착취당하는 피해자가 되는 과정과 무척 흡사하다. 일반 사람들은 가스라이팅이 말로만 이뤄진다고 보기도 하지만, 거기에 벗어날 수 없는 폭력적인 주변 상황들이 맞물리면 가스라이팅 효과는 배가 된다. 나르시시스트는 그런 피해자에게 오히려, 자신이야말로 이 상황을 구원해 줄 구원자라며 피해자가 자신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무료 카지노 게임 반스에게 익스펜더블은 그런 거였다. 그곳은 구원이 아니라 사회적 나르시시스트의 품이었고, 영원히 반복되는 죽음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 반스는 스스로 걸어 들어간 셈이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나르시시스트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피해자는, 되려 자신이 상대방에 대한 가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착취당하면서도 괜찮다고 말하고, 용서를 구하고,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음에도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여긴다. 그리고 나르시시스트는 가스라이팅 하는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연민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이득만 생각한다. <무료 카지노 게임 17에 나오는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무료 카지노 게임를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다. 그것은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737부대의 생체실험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조선인을 포함한 다른 민족들을 잡아다가 온갖 생체실험을 했고, 필요 이상의 가학과 고문을 생체실험이라는 명분으로 행하며 사람을 죽였다. 그들은 실험 대상을 마루타(통나무)라고 칭하며 실험하고 죽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죽을 때마다 과학자들은 더 호기심을 가지고 덤벼든다. 실험할 거리가 생겼으니까. 익스펜더블이 되기 위한 관문이라며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자살하라고 할 때, 무료 카지노 게임는 하지 못했다. 그때 이미 관리자는 알았을 것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걸. 하지만 그걸 알고도 이용한 것이다.
그렇게 끊임없이 착취당하며 죽는 삶에 익숙해진 무료 카지노 게임 17 뒤에, 무료 카지노 게임 18이 태어났다. 봉준호 감독은 17에서 18이 되는 것이 어른으로 넘어가는 나이라서 그랬다고 말하지만, 아무리 봐도 18은 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욕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이 당하는 삶이 부당하다고 "18!!"이라고 욕할 수 있는 존재. 그게 바로 무료 카지노 게임 18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 18은 처음에는 지금까지의 무료 카지노 게임와 다르게 폭력적이고 사이코패스 같은 면이 있다고 보이지만, 사실 그건 무료 카지노 게임가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부분이다. 왜 그렇게 부당한 것을 당하면서도 맞서지 않냐고 무료 카지노 게임 17에게 외치는 무료 카지노 게임 18의 모습은, 무료 카지노 게임가 가장 원했던 자신을 구원해 줄 기사의 모습 그 자체다. 나와 같지만 나에게 없는 강함을 가진 존재.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피해자는 스스로 절대 그곳에서 혼자 빠져나올 수 없다. 자신의 주변을 모두 차단당하고, 오로지 가스라이팅을 하는 나르시시스트에게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키가 자신을 가스라이팅하며 착취하는 삶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바로 자신을 사랑하며 지지해 준 나샤(나오미 애키)와 미키 18의 존재 덕분이다. 그들 덕분에 무료 카지노 게임 17은 자신의 삶이 얼마나 부당한지 깨달을 수 있었고, 두렵지만 한발 한발 나아가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줄거리로 보자면, 익스펜더블이라는 사회적 가스라이팅을 끝낸 미키 18은 정말 영웅이다. 그의 행동이나 말은 영웅에 걸맞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은 미키 18이 아니라 미키 17이다. 미키 18에 비하면 무료 카지노 게임 17은 그저 나약하고, 살기 위해 대충 발버둥 친 어리석은 존재일 뿐이다. 미키 17이 어떤 대단한 것을 해냈나? 그저 남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남은 사람이 아닌가?
하지만 그것이 그렇지가 않다. 무료 카지노 게임 17은 바로 자신을 죽고 죽이는 가스라이팅에서 꾸준히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남은 존재다. 자신이 폭력적이지 않은 성향이라 가스라이팅과 착취를 당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성향 덕분에 크리퍼들과 싸우지 않았고 크리퍼는 그를 살려줬고, 또 그렇기에 나샤에게서 깊은 사랑과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누군가와 맞서고 싸우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힘, 살아남은 용기, 그리고 그 험하고 어두운 삶에서도 사랑이라는 빛을 찾아 안겼던 그의 절실함은 결국 사회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폭력에 굴하지 않고 살아남아 사랑과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무료 카지노 게임 17은 충분히 위대하다. 모든 폭력의 피해자들은 무료 카지노 게임 18과 같은 존재가 오기를 기다리지만, 그것도 무료 카지노 게임 17처럼 살아남아야 가능한 것이니까.
당신이 그런 삶을 사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나와 같은 수많은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이,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남아 언젠간 나샤와 무료 카지노 게임 18과 같은 이를 만나 손을 잡고 벗어날 수 있기를.
*아래 포스터에서 눈에 X 표시된 미키 중 오른쪽 숫자 7 위, 다른 미키들과 표정이 조금 다른 미키가 한 명 있다. 그가 바로 미키 18이겠지.
* 영화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해보는 글들인 <사소하지만 무거운 영화들 시리즈도 재미있습니다 :)
* 2024년 개봉영화 리뷰를 모아놓은 브런치북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