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름다운 시절
“어젯밤에 채널을 돌리다가 카지노 쿠폰를 하길래 봤거든”
“영화가 정말 좋더라.”
“혹시 본 적 있어?”
“난 예전에 보고, 영화에 대해서 아는 형이랑 이야기한 적이 있었거든. 어떤 걸 가지고 계속 내가 맞네, 네가 맞네 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제 다시 보니까 예전이라면 그럴 만도 했을 것 같아.”
“전에 봤을 때 분명히 본 장면인데머릿속에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장면들인데,이번에 보는데 내가 어렸을 때 봤던 화양영화는 어떤 영화였던건지... 와~ 이 영화가 이렇게나 좋은 영화였구나 하면서 봤다니까.”
“장면만 있고 설명이 없는 영화야. 어떤 설명도 없이, 그냥 영화 장면과 대사만으로 이야기를 따라가야 하더라고.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 없이 주고받는 일상의 대화로만 따라가야 하니까 내가 대화의 주체가 되지 않으면 느낌이 확 달랐을 것 같더라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직설적인 그리고 굉장히 젠틀한 남자의 이야기야.”
“그리고 자기감정에 서툴고, 남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한 약간 수동적인 여자의 이야기지.”
“영화를 같이 보며, 장면들이 끝날 때마다 너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영화랑 네가 보는 영화는 분명히 차이가 날 것 같아. 그래서 그 차이점들을 이야기하고, 같이 다시 그 장면들을 보고 이야기하고, 또다시 보고 이야기해보고 싶네.”
“양조위는 직선적이지만 굉장히 젠틀해. 아내가 바람피우는 걸 알고, 바로 헤어지지. 그리고 카지노 쿠폰에게도 솔직하게 다가가지. 굉장히 젠틀한 방법으로. 카지노 쿠폰에게 본인의 마음을 결코 강요하지 않거든…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고, 카지노 쿠폰은 그 일을 도와주지. 자신들은 떳떳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비밀스럽게 만나면서 말이야. 여기서 떳떳하다는 것도 둘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남자 입장에서 보면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하게 지지해주고, 도와주고 옆에 있어주니 너무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어쨌든 사랑하고, 결혼했던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사랑에 실패한 상황에 처해있는 장만옥에게 일방적으로 내 마음을 강요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장만옥이 지금 둘의 관계를 느낄 수 있게 이별 연습을 하자고 한 거 같아. 이별 연습을 하면서 장만옥이 둘의 관계를 느낄 수 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 거지. 양조위는 이미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상관없었어. 너만 이 관계를 받아들여 준다면, 너만 너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랑을 인정해 준다면, 둘은 다시 한번 카지노 쿠폰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카지노 쿠폰은 자신의 감정에 서툴러. 끌림이나 호감을 느끼고, 또 충분히 그 마음에 따라 행동하지.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지만, 그 마음이 얼마만큼인지는 잘 깨닫지 못해. 둘이 만나 카지노 쿠폰 남편에게 여자가 있는 걸 묻고어떻게 할지 연습하는 장면을 보면,그걸 알 수 있지.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엄청 신경 써.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모습을 보면서 양조위는 카지노 쿠폰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했을 거야. 이 관계가 어떻게 될지 확신하지 못하니, 더 이상 본인의 마음이 깊어지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느꼈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별 연습을 할 때, 카지노 쿠폰은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있게 되지. ‘아 내가 이 남자를 사랑하는구나.’, ‘우린 그들과 다르다’며 내가 그어 두었던 그 선이 잘못되어 있었다는 걸 깨달았을 거야. 그리고 그날 둘은 헤어지지 않고 밤을 함께 보내지.”
“둘 다 티켓 한 장이 더 있다면 나와 함께 떠날 수 있는지, 자기를 데리고 가 줄 수 있는지… 마음속에 있는 그 하나의 말을 꺼내지 못하고 헤어지지. 카지노 쿠폰가 끝나는 거야. 시작도 못했는지, 시작되자마자 끝난 건지.”
“내가 예전에 이런 것들을 느끼지 못했듯이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게 진짜 이 영화의 매력이지. 그냥 장면과 대화. 이 두 개로만 이야기가 진행되니 엄청 많은 이야기가 가능한 거야. 자기가 처한 상황에 따라 양조위의 이야기가 달라지고, 장만옥의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거든. 둘 다 마지막 순간에 꺼내지 못했던 그 말을 누가 했어야 맞는 걸까? 어쩌면 양조위가 아슬아슬한 관계를 즐기다가, 여자가 마음을 주었을 때 떠났다고 볼 수도 있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말이야.”
“그리고 모든 장면들도 장만옥과 양조위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게 찍었어. 정말 국수 통을 들고 걷는 장만옥, 계단을 오르는 장만옥은… 숨이 멎더라. 몸에 꼭 달라붙는 옷,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뒷모습을… 엉덩이인가 종아리인가부터 잡아주는데, 어떻게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어? 그 장면에… 마찬가지로 양조위도 흐트러짐 없는 슈트랑 머리, 고독하게 담배 연기를 내뿜는 모습, 차분하고 이성적인 말투,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그렇게 멋진 두 주인공이 서로를 굉장히 원하지만, 말 한마디를 전하지 못해 카지노 쿠폰가 끝나니, 또 어떻게 안타깝지 않을 수 있겠냐고.”
“정말 매력적인 영화야.”
“카지노 쿠폰이 싱가포르에 와서 양조위에게 전화를 하지만 끝내하지 못한 말은 무엇일까? 양조위가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구멍에 속삭인 그 말은 무엇일까? 마지막에 양조위가 전에 살던 집에 찾아왔을 때 여자와 아들이 살고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게 장만옥이고 그 아들이 자기 아들인지 알았다면? 그리고 장만옥은 어떤 마음으로 그 집에서 살기로 했는지… 시간이 많이 흐르고 둘 다 그 집을 잊지 못하고 있고, 그 이유도 서로에 대한 감정과 추억 때문일 텐데. 만약 다시 마주친다면 어떻게 될까?”
“어쨌든 이 영화를 너와 함께 보고 싶어. 영화가 끝나고 그런 마음이 들었어. 지금 이야기한 것 말고도 정말 많은 장면들이 있었거든. 다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같이 보고 싶어.”
“너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