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2)
“일하지 시끼야. 내가 너 같은 놈팽이인 줄 암?”
요즘은 영 사용하지 않는 용어와 표현들이 인섭이와 이야기할 때는 저절로 튀어나온다. 서로에 대한 무시, 비아냥 그리고 애정이 담겨 있는단어들. 지금의 나와는 멀어져 버린 어리고(?)거침없던시절의 내가 되는 것만 같다.
“하..”
“이 새끼 또 아침부터 모 잘 못 먹음?”
“형님이 궁금해서 안부를 물으면 공손하게 대답해야 하는 거 몰라?”
메신저가 연달아서 깜박거렸다.
카지노 게임는 오늘 아침 날씨, 비트 코인의 움직임, 예전의 연애 스토리, 친구들 근황, 점심 메뉴까지 의식의 흐름대로 여러 이야기들을 막 주고받았다. 한 네 번쯤은 고개를 책상에 박고 큭큭 거린 것 같다.
“넌 임마 항상 나한테 고맙게 생각해야 돼.”
인섭이가 매번 나에게 하는 이야기다.
“하… 너야 말로 나 아니었으면.”
“말을 말자.”
이유는 이랬다.
대학을 졸업하고 각기 다른 회사에 취직했으나, 카지노 게임는 여전히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서로 막 신입 사원 느낌을 벗고 회사에 어느 정도 적응해서 업무 이외의 것들이 눈에 들어올 무렵, 아마도 2년 차 중반쯤? 인섭이가 갑자기 같이 카지노 게임 여행을 가자고 했다. 나도 이제는 카지노 게임 여행 정도는 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되니 당연히 ‘콜!!’을 외쳤고, 잘 준비해서 조만간에 카지노 게임 여행을 한번 가보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때 '자기가가자고 말을 꺼냈기에 카지노 게임가 카지노 게임을 경험할 수 있었던 거다'가 녀석의 주장이다.)
처음 카지노 게임 이야기가 나온 것이 5월쯤이었고, 나는 으레 녀석이 여행 관련된 정보를 알아보고 준비할 것이라 생각했다. 대학 생활 내내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나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너는 애가 왜 그러냐?’고 핀잔을 주면서도 이것저것 챙겨주고,내가 혼자가 되지 않게 나타나주곤 했으니까.
그러다 7월쯤 인섭이가카지노 게임 지도를 샀다며 서울에서 한번 보자는 연락이 왔다. 나는 주말에 시간을 내어 지하철을 타고 녀석이 살고 있는 잠원역으로 향했다.
‘오늘 드디어 언제, 어디로 가는지 정해지는 건가?’라는 기대를 품고서.
하지만 카지노 게임는만나서 함께 뷔페식당에 가서 밥을 배 터지게 먹고, 거기서 지도를 한번 펼쳐 훓터보고는 바로 PC방으로가게임을 좀 하다가 헤어졌다.
그뿐이었다.
정말 그냥 ‘지도를 샀으니 한번 보자.’였던 것이다.
그 후로도 종종 내가 ‘가?’라고 물으면 ‘가야지’라고 대답할 뿐, 실제로는 아무 일도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하릴없이시간이 흐르다, 추석 연휴가 가까워질 때쯤이번에정말 카지노 게임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나름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가려고만 마음먹으면분명 어디든 갈 수 있다'라는확신이 들었다.
나는 인섭이에게 바로 메신저를 날렸다.
“진짜 갈 거지?”
“그럼 비행기부터 끊는다.”
“나중에 딴 소리하면 안 된다.”
‘이번 기회에카지노 게임을 가야 한다.’라는 마음이 점점 커지던 내가 직접 나서서 비행기 표를 끊었다.
내년 2월, 구정 연휴를 끼고 몇 개 남지 않은 휴가를 붙여 10일간의 일정이었다. 그리고 난 추석 연휴 내내 부모님 집에서 지내면서 출국 날짜와 귀국 날짜 사이의 일정을 계획했다. 깜깜한 새벽에 이제는 주로 비워져있는내 방 책상에앉아 컴퓨터 화면을 지켜보며 가고 싶은 도시를 정했다. 파리와 로마. 인, 아웃은 프랑크프루트이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3개국을 오가는 여정이다. 교통편은 유레일 패스를 이용하고, 나라 간 이동은 야간열차를 타는 것으로 계획하여숙박비를 아끼는 방식으로결정했다. 가고 싶은 도시를 정하니 동선은 쉽게 그려졌다. 인섭이가 카지노를 꼭 넣고 싶어 했으므로, 카지노가 있는 도시를 검색해서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있는 모나코를지나는 것으로 최종 동선을 확정했다.인터넷으로 기차 시간들을 알아보며도시와 도시 사이를 연결하면서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완성했다.
2/3
InCheon 13:00 ~ 16:35 FrankFrut
FrankFrut(main) Hbf ~ Koln (70 min) , ICE
Koln ~ FrankFrut(main) Hbf (70 min) , ICE
FrankFrut(main) Hbf 23:00 ~ 00:13 Karlsruhe Hbf , ICE
2/4
Karlsruhe Hbf 00:54 ~ 06:46 Paris Est , CNL
Paris 2 night
2/6
Paris Lyon 20:28 ~ 22:05 Dijon Velle , TGV
Dijon Ville 22:37 ~ 05:38 Milano Centrale , EN
2/7
Milano Centrale 07:00 ~ 09:44 Firenze , ES or IC
Firenze ~ Roma Termini (100 min) , ES
Roma 2 night
2/9
Roma Termini 21:16 ~ 08:50 Nice , EN
2/10 (Casino)
Nice ~ Monaco Monte-Carlo (40 min)
Nice ~ Monaco Monte-Carlo (40 min)
Nice 1 night
2/11
Nice Ville 19:45 ~ 07:58 Strasbourg , NZ
2/12
Strasbourg 09:47 ~ 10:25 Karlsruhe Hbf, TGV
Karlsruhe Hbf 10:51 ~ 11:53 FrankFrut(main) Hbf , ICE
FrankFrut 18:35 ~ 12:45 InCheon
프랑크푸르트로 들어가서 파리로 이동, 파리에서 도시를 둘러보고 로마로 이동, 이후 돌아오는 길에 카지노가 있는 모나코에 들리기 위해 니스를 일정에 넣었다.
(여기서 '나의 이 기획력과 실행력이 있었기에카지노 게임가카지노 게임에 갈 수 있었던 거다'라는것이 나의입장이다.)
그렇게 도착한 카지노 게임에선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로마에서는 순박해 보이는 아저씨에게 얼토당토않은 사기를 당해 하루 종일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배꼽이 빠지도록 웃을 수 있었고, 하루는 여행 온 일본인 여자애 둘과 함께 파리를 거닐었으며, 혼자서 카지노 게임으로 성지 순례를 온 브라질 소년과 이동하는 관광지마다 마주치다가 나중에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밥도 한 끼 함께할 수 있었다. 인섭이의 성화로 끼워 넣은 모나코에서는 카지노에서 나에게 포카드도 한번 나왔다.
"포카드라니..."
인섭이는 어이가 없다며 나를 질투했었다.
그때 그곳에서 처음 보고, 처음 느낀 것들이 정말 많았다. 비록 지금은 그때만큼 모든 순간들이생생하게느껴지진않지만, 오히려 그 당시보다 지금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계획했던 도시 중 딱 한 곳을 그냥 지나쳤었는데, 그곳은 피렌체였다.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면서 로마로 가기 전에 피렌체에 잠깐 들러 몇 시간이라도 둘러보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는데, 20대인 카지노 게임에게도 힘든 일정이었는지 기차에서 창문 밖 풍경은 구경하지도 못하고 계속 잠만 잤다. 그러다가 곧 피렌체 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왔을 때 카지노 게임는 잠깐 눈을 마주쳤지만, 아무도 "내리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 나오는 그 두오모를 한번 가보고 싶어 넣은 피렌체였는데, 결국가보지 못했다. 아마앞으로도 힘들지 않을까?)
다행히도 기차는로마가 종착역이었고, 카지노 게임는그대로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기회비용이크긴 했지만 덕분에 로마에 도착할 때까지 좀 더 긴휴식시간을 가지며, 가끔 창문 밖 풍경도 눈에 담을 수 있었다.지금 와서생각해 보면,분명 카지노 게임가 비워줘야 했을 두 자리에는본래 주인이 있었을 텐데,아무도비켜달라하는 이가없었다. 아마 자리 주인이 왔다가카지노 게임 몰골을 보고는 자비를 베풀지 않았을까?라는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렇게 도착한 도시로마.
2월의 로마 날씨는파리와는완전딴 판이었다. 파리에서는 먹구름,부슬비그리고찬바람이항상함께 했기 때문에 화창하고 포근한,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따뜻한로마가더욱극적으로다가왔다.단 하루 만에 낭만적이고 자유롭지만,아직은 겨울이었던 잿빛 하늘의차가웠던도시에서파란 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여유롭고,활기찬 봄의 도시로 확 전환된것이다.
카지노 게임는 로마 역에서나와날씨에 감탄하며탄성을 지르고는빨리 숙소부터 가서 좀 씻고, 잠시 쉬다가 다시 나오기로 했다.숙소로 가기 위해지하철을 이용해 로마 외곽으로 이동했고 곧목표한 역의 출구 앞에 섰다. 그리고 가방에서 Google Earth를 통해 미리 확인한, 지하철 역에서 호텔까지의 경로를 표시하여 출력해 온종이한 장을 꺼내지형을 맞춰봤다. 지도가 좀 안 맞는 거 같아 살짝고심했지만,카지노 게임는 일단걷기로했다. 왼쪽방향으로.
호텔은 걸어서15분 정도면 도착할 만한 거리였다. 분명히.
근데 걷다 보니 지도와 꼭 같은 지형이 나오지 않았다. 맞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아리송한 길들이 반복됐다. 좀만 더 가면 나오겠지, 저기만 지나면 맞는 길이 나오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한 20분쯤걸었을까? 슬슬무언가 잘못되었다는느낌이 들었다. 카지노 게임는 잠시 멈춰 서서,강아지와 함께 산책하고 있던금발의이탈리아 여인을 멈춰 세우고는지도가 출력되어 있는 종이를 내밀었다.그리고는 서툰 영어로 카지노 게임가 가야 하는 곳이 지금 여기가 맞는지 물었다.
그 이탈리아 여인은 꽤나 친절하게 카지노 게임에게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어로.
카지노 게임는 영어도 잘하지 못했지만, 이탈리아어는 정말 단하나의단어도 귀로 들어오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그리고 그 여인은 어찌나 빠르고 열정적으로 이탈리아어를 구사하던지 말을 중간에끊기도 쉽지 않았다.카지노 게임는어디로 가라는 말이 혹시 들릴까 하여 귀를 기울여 봤지만,그냥잘못된 길로 왔구나정도를느낄 수 있었을 뿐이었다.
결국카지노 게임는5분쯤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중간에말을 끊고 ‘그라치에’를 연발하며 감사를 전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인섭이는 분명 힘들고 짜증이 났을 것이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마음속으로길을 잘못 든 것에 화가 나서분노가 일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씻고 나와서 동네 구경을 좀 하다가 저녁을 어디서 먹을지 고민하고 있을 타이밍인데...'카지노 게임는 하릴없이둘 다 묵묵히 걸었다. 그렇게출발지였던지하철 출구에 도착해서 다시 지도를 비교해 보니,맙소사.
거꾸로였다.
종이를 180도 뒤집으면 지형이 꼭 맞았다. 아까는 왜 뒤집어볼 생각을 못했을까? 헛웃음이 나왔다.짜증도확 올라왔다. 그리고 한편으론 인섭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나는 "미안해.내가길을 잘못 봤네"라고 말하며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보았다. 인섭이는 시뻘게진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슬며시 웃으며"그럴 수도 있지."라고나를 위로해 주었다.
나는 시뻘게진 녀석의 얼굴과군데군데 땀방울이 맺힌 이마를 보고는 웃음이 튀어나왔다.
"더워?"
"야. 더우면 옷을 벗던,모자를 벗던 해."
"야,임마.너가 하도 무게를 잡고 걸으니깐 내가 옷벗을 타이밍을 못 잡았잖아.시끼야."
"뭐라는 겨"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이번엔 지도를 바로 들고 조금은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양쪽에이어진 골목들도 슬슬 둘러보며 오른쪽 방향으로 15분을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4시가 훌쩍 넘었을 무렵, 카지노 게임는 겨우겨우 예약해 두었던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어제 파리 호텔에서 나온 후 거의 30시간 만에 침대에 허리를 펴고 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때 카지노 게임는, 정말이지 몹시도 지쳐 있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싶은 것(3): 로마의 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