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먼지 Apr 10. 2025

카지노 쿠폰진다는 것의 의미

그게 무엇이 됐든 살아갈 이유가 된다면



88년생인 나는 부모가 아닌 백부백모의 손에서 사촌오빠 사촌동생까지 부대껴 스무살까지 자랐다.

할머니를 모시고 살며 먹을 입이 많으니 시집와서 한번을 쉬지 못하고 맞벌이로 일하신 큰엄마는 여전히 가만히 있으면 병난다며 식당을 나가신다.


환경미화원으로 41년을 꼬박 재직하신 큰아빠는 너무 부지런한 성격탓에 은퇴후에도 퇴직금으로 산 땅에 새벽 4시면 귀신같이 일어나 고추,당근,감자,마늘 등 야채들과 데이트를 하신다.


그런 그들이 나와 내 오빠를 당신들 자식과 하나도 차별 안하도 키우시려 무던히 고생하신걸 너무 잘 안다.

늘 20일(큰아빠의 월급날)이면 처갓집 양념치킨에서 후라이드 1마리, 양념 1마리를 시켜주시면 어쩜 그렇게 넷다 똑같이 닭날개,닭다리,목은 안먹고 퍽퍽한 가슴살만 찾았을까.


우리가 카지노 쿠폰 난 치킨박스엔 다리 날개 목만 남아 냉장고에 담겼다가, 큰아빠의 다음날 점심이 되곤 했다.


그리고 지금 18년이 흘러 남편과 월급날에도 꼭 먹게 되는 치킨.

그 메뉴는 한번은 누룽지통닭이 되었다가, 한번은 닭발이 되었다가.

닭고기라는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행복을 강도보다 빈도수로 채우려 노력한다.


"내일은 피자 사주면 안돼?"


요즘 피자 먹을 일이 거의 없어서인지 남편은 어제 내 월급날 피자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이 내 월급.


이미 먹을 피자집은 정해졌고,

나는 퇴근 후 피자를 사가지고 집에 가겠지.


지난달에는 치킨과 함께 도넛도 사갔었는데.


어느 날은 계림원 누룽지통닭이 되기도 하고,

어느날은 빨간 양념이 잔뜩 묻은 꾸브라꼬 우동추가,

어느날은 갓튀긴 후라이드로.


둘이 먹다가 날이 맞으면 동생부부랑도 먹다가,

친구 부부가 놀러오면 그날은 그렇게.


내 월급은 친구들에 비하면 저 바닥 수준이지만 결코 쥐꼬리만 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한 달을 먹고 살 수 있는 돈으로 열심히 소액의 기부도 하고, 양가 어르신들 영양제도 사드리고, 지출이 덜한 달에는 읽고 싶던 책도 사고 옷도 산다. 지난 달에는 노후를 위한 보험도 들었다.

기프티콘으로 생일이 다가오는 지인들의 생일도 야무지게 챙긴다.


그 돈 안카지노 쿠폰 안쓰면 지금보다야 통장에 잔액 정도야 많았겠지만,

나는 내 월급으로 이것들을 감당할 수 있는 나의 생활력을 열심히 칭찬해본다.


그렇게 하면 이상하게 퇴사를 못하겠는 비겁함이 생기니까.


그리고 큰엄마 큰아빠가 나이드신 지금도 나에게 '이슬콩' 이라며 생일 용돈을 생일 2주전이나 빨리 보내시며 치킨도 사카지노 쿠폰 즐겁게 살라며 나와의 통화를 즐거워해주시는 감사함에 비하면,

그들이 자식도 아닌 조카를 친자식과 다를 바 없이 키우시느라 누리지 못했던 것들에 비하면.

내가 회사에서 겪는 고초는 글쎄.


퇴사심이 목구멍을 뚫고 나오려고 하면,

그 때 큰엄빠 마음을 닮아보려 애쓴다.


일끝나고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도 네명의 자식을 위해 튀김닭을 사오시던 그들 마음을.


그리고 그 날동안 나와 오빠를 맡겨놓고 어떻게든 아빠노름빚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느라 말라가던 엄마 마음까지도,

이해해보려 애써본다.


오늘의 내 마음은 그때 그들보다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나보다 한시간은 일찍 퇴근해서 역 앞으로 도착에 맞춰 강아지와 날 마중나와 준 내 소중한 존재들의 안녕을 위해서,


최대한 퇴사를 미루며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맡겨본다.


누군가를 카지노 쿠폰지고 있는 이들.

어쩌면카지노 쿠폰지려고 마음먹은 이들이,

그 카지노 쿠폰지려는 마음 자체가 너무 대단한 이들이,

지금, 여기 이 지하철에 함께 있다.

모두 오늘도 잘 견뎌냈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