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길어서 말이 짧아졌습니다 #005
- 구로구청은 조경에 퍽 신경을 쓰는 편인 것 같다. 사진 찍는 어르신들로 인해 안 그래도 좁은 통행로가 북적인다. 바쁜 일이 없다 한들 굳이 멈춰서 꽃을 찍는 마음을, 나는 모르겠다. 나이를 먹으면 꽃을 찍고 싶어지는 걸까.
- 그러고 보면 낭만이라고는 모르던 엄마의 사진첩도 어느새 꽃밭이다. 꽃밭을 찍은 게 아니라 꽃을 찍은 사진들이 밭처럼 늘어져 있다. 별수 없이 엄마 역시 꽃을 좋아하게 되는 나이에, 그 대열에 합류해 버린 것 같다. mbti에 질색하는 인간들이 있다 해도, 결국 인간이란 보편적인 성장을 할 수밖에.
- 그러니까 카지노 쿠폰 좋아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지 않았더라도 꽃을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유일한 꽃은 벚꽃이지만 그마저도 벚꽃이 날리던 내 삶의 특정 모먼트를 사랑하는 것일 뿐, 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 가령 뭐 그런 것일까. 정면으로 응시하던 것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든가, 세상을 이기려 들지 않고 그저 품고 순응하게 된다든가. 시간이 되면 말없이 피고 지는 꽃처럼. 누가 시킨 것도 아니면서 어느 날 문득, 주름진 마음에 계절처럼 그런 마음이 피어나는 것일까.
- 그래서 엄마의 꽃밭은 수용일까, 체념일까. 아니면 다만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어떤 동경이나 그리움일까. 어느 쪽이든 나는 꽃도, 엄마의 꽃밭도 좋아지지 않는다. 일순간의 마법 같은 모든 삶의 변화가 나는 여전히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