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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부자엄마 Apr 26. 2025

캐나다 카지노 게임들은 린스 안 쓰나 봐요?

네?

첨 캐나다와선 모든 게 낯설었어. 민병철 어학원을 일 년이나 다녔는데. 내가 초급반에서 중급반까지 올라갔걸랑. 그때 삼성물산 다니는 아저씨랑 롤플레이를 했는데 그 아저씨가 나 영어 잘한다고 했거든. 예? 죄송해요. 한 번 더 말씀해 주시겠어요?더듬더듬. 난 영어를 불 꺼진 방에서 스위치를 찾는 사람처럼 했어. 더듬더듬. 돈을 내고 라테를 주문했는데 모카를 받는 현실.


캐나다에 오면 난 정말 친절한 사람이 되거든. 박애주의자야. 아 이츠오케이. 노워리라니까. 그게 말을 못 해서 그래. 한국에서 쌈닭 같은 사람도 캐나다만 오면 그렇게 되는 거야. 내가 그랬거든. 그놈의 영어 때문에.


돈 아낀다고 핸드폰을 안 샀거든. 다운타운으로 가려면 이쪽 방향일까요? 저쪽일까요? 기차도 못다. 아니 그냥 타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직진만 하는 거야. 내가 그랬어.


그렇게 날계란으로 바위 치면서 캐나다에서 영어를 배웠거든. 일터에선 말해 뭐 해. 나랑 같이 일했던 셰프는 뻑하면 뻑뻑거렸다니까. 나만 보면. 근데 복장 터지는 게 영어가 안 들리고 말이 안 나오는 걸 어떻게 해. 그냥 사람 좋은 미소만 짓는 거지. 이빨을 다 드러내놓고 웃어. 순진무구하게. 근데 웃는 얼굴에도 침은 뱉더라.


달라라마에서 샴푸를 샀어. 물 틀고 머리에 그걸 뿌리는데 거품이 안 나고 미끄덩해. 이게 뭐지? 여러분 저는 샴푸를 샀는데 거품이 안 나요. 캐나다는 환경보호에 진심이라더니 거품이 안 나네 이상하네. 눈을 비벼 샴푸통을 보니 컨디셔너래. 아니 컨디셔너가 뭐예요? 사전을 찾아보니 컨디셔너는 샴푸 후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고 윤기를 주는 제품이래. 아 그럼 카지노 게임라는 말인가? 그럼 카지노 게임라고 써놔야지. 아 카지노 게임는 콩글리쉬인가요?


내가 그랬어. 영어를 얼마나 못하면 머리도 제대로 못 감고 카지노 게임에 떡진 머리를 하고 캐나다에 살았어. 근데 그게 벌써 16년 전 이야기야. 나는 여전히 영어를 못하지만 여기서 일도 하고 돈도 벌어.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인생이 그렇다는 거야. 샴푸대신 카지노 게임를 사고 직장상사한테 영어 못한다고 욕먹어도 망한 인생은 없다는 거야. 그냥 재수옮붙었던 하루 중 하나였던 거고. 항상 나쁘라는 법은 없으니까.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라 올라가면 내려오고 내려가면 올라가니까 나쁜 것만 보고 안 되는 것만 확대해서 나는 안돼. 그렇게 낙인찍지 말자는 거야. 서투를 수 있지. 잘 안될 수도 있고. 그건 일이 그런 거지. 너란 애가 그리고 나란 애가 망했다는 건 아니니까.


포기하지 말자고. 포기는 배추나 셀 때 하는 말이래잖아. 까짓 껏 다시 해보지 뭐. 처음부터 잘하는 카지노 게임이 어딨어. 내가 신도 아닌데. 그렇지. 그냥 나는 나답게 그렇게 살래. 될 때까지 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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