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음 : 바흐 무반주 첼로)
용기도 없고 나약하기만 한 마음에
네가 찾아왔을 때
첼로 C 현 보다 낮은 곳에서 떨며
오늘도 너의 모습 일그러져 비추니
작은 미풍에도 수면은 오늘도
가을날의 흐린 저녁 물살 위에
떨어지는 봄비를 맞고
소금쟁이 한 마리에도
결벽증으로 몸을 떨어
너의 모습 온전히 비추어주지 못하고
예민한 처녀처럼 변덕스럽다
내 마음에 겨울이 찾아오면
비로소 참회의 시간을 가지고
맑고 투명하게 너의 모습 비추어줄 수 있으려나
얼어붙은 한낮의 투명한 여울물처럼
상대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내지 못하고
지키지 못하는 여린 마음이,
오히려 겨울이 오면 좀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