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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준 Apr 04. 2025

빈혈

생명

가을 햇살이

창틈에 머무는 동안

정신은 희미해지고 있었다

뒤엉킨 영혼의 사색

벤치에는 환자들이 낙엽처럼 쌓이고

병원은 항상 만선이다.

살포시 눈을 감으면

새로운 피의 만남이 시작된다

긴 주삿바늘이 피부를 찢고 들어와

짜릿하게 정신이 번쩍 든다.

너와의 원치 않는 관계가 시작되는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고통이다.

습관처럼 그가 내게로 와

그의 DNA가 나의 DNA가 되고

숨 쉴 때마다 삶의 균형을 배운다

빨간 피에 내 가슴이 뛰는 것은

정체불명의 씨앗이 아니라

생명, 삶을 연장하는 그의 유전자다.

생명은 심장을 뛰게 하고

건강한 웃음으로 인간다움을 가능하게 한다

영혼의 우주선은 탑승 시간이 없다

몸은 붉게 채색된 끝없는 우주,

건강한 채움은 절망이 아닌 희망이고

너의 부재는 비로소 나를 더욱 사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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