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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초롱 Feb 20. 2025

[소설] 유산-하

퀴어 초단편 옴니버스 소설집 <사랑은 이상하고 세 번째 소설

강사는 두 사람씩 짝지어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칭찬하는 말을 해보라고 했다. 노인과 젊은 남자가 짝이 되고, 문신을 한 여자 둘이 마주 보자, 남은 건 최광록과 배다정뿐이었다. 카지노 쿠폰 차라리 잘되었다 싶었다. 스피치학원을 다닌다는 걸 구청에 알리고 싶지는 않았으니, 이번엔 제발 비밀을 지켜달라 당부할 터였다. 배다정 팀장에 대해 아는 건 그가 일중독자라는 것, 깐깐하고 엄격해서 다들 곁에 가길 꺼려한다는 것, 사람들의 입방아에 노처녀로 오르내리는 여자라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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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저기. 이것 참. 그러니까 제가 스피치학원에 등록한 건요. 비밀로 해주실 수 있어요?카지노 쿠폰이 묻자 배다정이 그를 빤히 바라봤다. 전처럼 바로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참. 그나저나 저도 비밀로 해드릴게요.그가 덧붙이자 배다정이 퉁명스럽게 답했다. 저는 여기 다니는 거 비밀 아닌데요. 카지노 쿠폰이 무어라 말할까 고민하는 사이, 강사가 칭찬하기를 시작하라고 채근했다. 카지노 쿠폰이 먼저 입을 열었다. 팀장님께서는, 뭐랄까. 예. 그러니까 일을 좋아하시잖아요. 그게, 예, 좋은 것 같습니다. 카지노 쿠폰 구청에서 가장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그녀의 근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칭찬했는데도 배다정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배다정 차례였다. 주임님은 옷을 자주 빨아입으시는 것 같아요. 배다정이 고른 칭찬은 조금 애매해서 카지노 쿠폰 어리둥절해졌다. 청결하다는 건가?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던 강사가 칭찬을 받으면 감사하다는 말을 하라고 낭랑하게 외쳤다. 최광록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에, 그리고 팀장님은요. 그 강인한 리더십이 좋달까. 그 면이 예. 좋습니다.사실 카지노 쿠폰 후배들이 배다정을 무서워하고, 상사들도 그녀의 원칙주의자 같은 면을 어려워한다고 들었다. 배다정이 눈에 띄게 한숨을 쉬었다. 카지노 쿠폰 제가 뭘 잘못했는지 눈치가 보였다. 네. 감사하고요. 주임님은 말을 좀 늘여서 하시는 것 같아요. 그 말에 카지노 쿠폰도 팍 빈정이 상했다. 예예. 저기, 감사하고요. 팀장님은 좀 센 게 장점 같으시고요. 배다정이 되물었다.무섭다 이거죠? 카지노 쿠폰이 뭐라 변명하기도 전에 배다정이 받아쳤다. 일단 감사하고요. 주임님은 친구도 없이 눈에 띄지 않는 게 장점 같네요. 회사 생활을 잘하려면 있는 듯 없는 듯해야 한다잖아요.그 말이 고모집 방문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카지노 쿠폰을 건드렸다. 예예. 저도 일단 감사고. 팀장님은 나이가 드셨는데도 싱글이라 일하기 편하실 것 같은데요. 그게 좋은 점이네요. 네, 감사고요. 주임님은 식사할 때 쩝쩝거리시던데요. 남 눈치 안 보고 밥 먹는 것 같아 좋네요.예예. 저도 감사. 팀장님이야말로 사람들 눈치 안 보기로 유명하시던데요. 할 말 다 하신다고. 네, 감사. 할 말 다 하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옷은 자주 빨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가끔 새로 사셔야 해요. 빨기만 하면 늘어지고 누레진다고요. 예예. 좋고요. 감사하고요. 뭐, 저기 팀장님은 입이 가벼우신 것 같네요. 비밀로 한다고 하시고서는 여기저기 떠벌떠벌. 네. 맞고요. 감사하고요.


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빨라졌다. 카지노 쿠폰 배다정의 딱딱거리는 태도 때문에 그녀가 아직 싱글일 것이라 비난했고, 배다정은 그러는 카지노 쿠폰 눈치가 없는 데다가 눈치를 본다는 인상만 줘서 데이트 상대를 피곤하게 할 거라 맞받아쳤다. 카지노 쿠폰 배다정의 깡마르고 해골 같은 인상을, 배다정는 최광록의 빨개질 때마다 콧구멍을 벌름거리는 버릇을 지적했다. 다른팀의 칭찬이 다 끝나도록 둘은 서로에 대한 비난을 계속했고, 어느 지점에서부턴가 카지노 쿠폰 흥분 속에서 어떤 해방감을 느꼈다. 카지노 쿠폰 회사에서 한 번도 누군가의 면전에서 그를 비난한 적이 없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자신의 치부를 하나씩 까발린 걸 듣는 것도 처음이었다. 배다정은 최광록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둘을 흥미롭게 쳐다보고, 강사가 거의 소리를 지르고 있는 그들의 대화를 중단시켰을 때, 둘은 목까지 붉어진 채로 씩씩거렸다. 카지노 쿠폰 휑한 이마에 맺힌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배다정도 땀과 섞여 목덜미에 엉킨 머리카락을 정돈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채로 격정적인 원나잇을 즐긴 것처럼 겸연쩍게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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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카지노 쿠폰 스피치학원에 가는 매주 월요일을 기다렸다. 주말에 천천히 지나가는 것 같았다. 학원에 가지 않는 날에는 배다정에게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며 혼자 웃는 날들이 많았다. 스피치학원에서 두 사람은 늘 짝이 되었고, 구청에서라면 서로에게 절대 하지 않을 직설적인 말들을 주고받았다. 약간은 지저분한 농담과 서로에 대한 흉도 함께. 그렇게 서로 낄낄거리고 나면 둘은 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는 헤어졌다. 그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그들만의 약속이었다.


세 달이 지났을 때, 스피치 학원은 돌연 문을 닫았다. 수강생이 부족해서 학원 경영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카지노 쿠폰 배다정과 구청에서 마주치기 위해 담배도 피우지 않으면서 자주 화단 앞을 서성였다. 최광록이 스무 번쯤 화단을 서성였을 때, 마침내 배다정이 담배를 들고 그 자리를 찾았다. 둘은 눈인사를 하고 별말 없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배다정의 담배가 타들어 갈수록 최광록의 마음도 타들어 갔다. 마침내 배다정이 담배를 짓이겨 끄고는 말했다.


유산이요. 소문 제가 낸 거 아니에요. 카지노 쿠폰 유산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순간 멈칫했다. 예? 아, 유산. 예예. 뭐. 그렇군요. 저기, 그러니까. 예, 감사합니다.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것만 같았던 유산 사건은 배다정을 향한 그의 마음에 밀려 그사이 흐려졌다. 그의 ‘감사합니다’를 듣고 배다정이 픽 웃었다. 옷도 새로 사셨네요? 안 빨아 입으시고. 예? 아,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음, 예. 아무래도, 저기. 팀장님께서는 더 예뻐지셨고요.카지노 쿠폰이 벌름거리는 콧구멍을 손으로 가리며 칭찬하자, 배다정이 해골 같은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주임님은요.


둘은 스피치학원 밖에서 처음으로 그들의 놀이를 이어갔다. 최광록이 오래 자리를 비워도 동료들은 여전히 그의 빈자리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었다. 카지노 쿠폰 처음으로 그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사랑은 이상하고는 이상한 사랑에 대한 퀴어 초단편 옴니버스 소설집입니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브런치를 통해 공개합니다. <사랑은 이상하고는 소설 배달 서비스 <주간 정만춘 Season1으로 2024년 여름, 연재했었던 콘텐츠입니다. <주간 정만춘은 새로운 장르로 지금도 연재 중이니 신청을 원하시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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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요. 사랑은 다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요.

이상해 보이지만 듣고 보면 또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변명. 자세히 보아야 멀쩡하고, 오래 보아야 이해가 되는 사람들에 대한 옴니버스 초단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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