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9일 수요일
오늘은 카지노 게임 당일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 부모님이 차례상 차리시는 것을 도왔다. 붉은색 제기에 전, 나물, 과일 등 음식을 담아 상 위에 올려놓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엄마는 이번에 밥을 올리는 대신, 떡국을 올리신다고 하셨다. 떡국이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자리에 올라가고, 사자밥(사자떡국?)이 상 왼쪽에 놓이고 나서야 상차림이 끝났다. 향에 불을 피우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의 혼이 드나들 수 있도록) 현관문을 살짝 열어놓았다.
우리 가족은 차례대로 서서 차례를 지내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시작으로 차례상에 절을 올렸고, 절을 올리면서 사이사이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께 술잔에 술을 담아 올리고, 젓가락을 음식에 올려 두 분의 혼이 드실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여러 번 절을 하다가 길게 절을 올리면서 우리는 두 분께 소원을 빌었다. 나는 지금 경제적인 상황이 나아질 수 있도록, 동생이 결혼하고 출산해 행복하게 살기를, 부모님이 건강하시기를 빌었다.
차례가 끝나고, 우리 가족은 차례상 위의 음식들을 하나씩 치우고, 아침 식사로 떡국을 먹었다. 떡국을 먹으면 나이 하나를 더 먹는다는데, 나는 이제 나이 하나를 더 먹어 서른일곱 살이 되었다. 이제는 나잇값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떡국의 노란색과 흰색 고명, 잘게 찢은 소고기가 가지런하게 놓인 것이 참 예뻐 보였다.
오전 시간 동안 낮잠을 좀 자다가 오후 3시쯤 일어나 부랴부랴 편의점에 출근할 준비를 차렸다. 원래 저번 주부터 카지노 게임 당일에 오후 4시까지 출근해 달라는 사장님의 전언이 있으셨기 때문에 나는 그런 내용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매장에 4시까지 도착한 나는 사장님과 인수인계를 마치고, 업무를 교대했다. 사장님은 약속이 있으셨는지 4시 30분이 되자, 서둘러 가방을 메고 퇴근하셨다.
사장님은 퇴근하셨지만, 나에게 주어진 업무가 여러 가지 있어서 나는 그 업무들을 해야만 했다. 첫 번째는, 2025년 3월 말일까지 유통기한을 확인해서 해당하는 상품을 수첩에 적는 것이다. 매 월말에 정리하는 업무인데, 하필이면 카지노 게임 즈음이 월말이 되어 처리하게 되었다. 원래 어제인 28일에 시작해 오늘 29일에 마무리하려고 일단 보류해 두었던 업무였는데, 막상 카지노 게임 당일에 마무리하려고 하니, 손님들이 계속 들어와서 계산하느라 상품들을 매대에서 꺼내 유통기한을 확인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손님이 매장에 없을 때마다 간간이 유통기한을 확인해 수첩에 적어놓기를 계속 반복했다.
두 번째는, 담배 재고 조사를 하는 것이었는데, 매주 수요일마다 하는 것인데, 이번에 카지노 게임이 수요일이라 유통기한 확인 업무와 함께 걸렸다. 담배 재고 조사는 1시간 정도 걸리는 업무였는데, 유통기한과 함께 하기에는 조금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손님이 매장에 있을 때(손님이 물건을 고르고 있을 때)에는 담배 재고 조사 업무를 하고, 손님이 매장에 없을 때(내가 매장을 돌아다닐 수 있을 때)에는 유통기한 확인 업무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업무를 나누자, 업무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한편, 설 연휴라 손님이 많이 와서 매대의 물건이 급속도로 비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물건이 빠진 카지노 게임 괜찮지만, 물건이 너무 비어 있으면 직접 보기에도 그렇고, 손님들의 인식이 안 좋아진다. 그래서 라면, 과자, 워크인(냉장고)을 간간이 채워 물건 빠진 것을 보충했다. 창고에서 물건을 찾아 보충했는데도 물건 재고 자체가 없어 매대가 빈 것들도 허다하게 많았다. 애초에 사장님께서 발주를 많이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팔고 싶어도 더 팔 수 없는,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반면, 물류량은 한 상자에, 12건으로, 매우 적은 편이었다. 빵과 간편식만 오고, 우유 등 유제품은 하나도 안 왔으니, 말 다한 셈이다.평소에 들어오는 물류량의 거의 1/10 수준이었다. 이 정도 물류량이면 띵가띵가 노닥거리면서 일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원래 우유 등 유제품 공장이 명절 때 쉬기 때문에 발주 자체가 되지 않기에 가능한 물류량인 것이다.
오후 8시 30분쯤 되어 유통기한 확인, 담배 재고 조사, 물류 작업, 물건 보충 업무가 모두 끝났다. 나는 사장님께 업무 보고를 드리고, 오후 10시가 되어 교대하러 온 야간 알바 동료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매장을 나와 퇴근했다.
오늘은 카지노 게임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업무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었다. 차례상 준비도, 편의점 업무도 뭔가 일하는 느낌이 들었달까. 그렇다고 억지로 일했다는 말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 하고 싶어서 선택한 업무이고, 일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차례를 지낸 것도, 손님들을 상대하면서 편의점 업무를 한 것도 나름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이었다. 카지노 게임에도 일한다는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는 하겠지만, 그렇게까지 힘든 일도 아니고,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기에 보람도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휴일에 일하는 것이 빈번하겠지만, 그래도 웃는 얼굴로 맞이하려 한다. 즐겁고, 의미 있고, 보람 있는 나의 일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