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1일 화요일
어젯밤부터 엄마는 나물을 데치고, 오물조물 무치시는 데 여념이 없으셨다.
"나물은 왜 그렇게 많이 무치세요?"
"내일이 정월대보름이잖니. 그래서 나물을 좀 해봤지."
"그렇구나. 내일이 정월대보름이었구나."
보통 민족의 명절 설과 추석을 빼곤 요즘 들어서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던 정월대보름이었는데, 막상 내일이라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정월대보름은 설, 추석, 단오, 한식과 함께 우리나라의 5대 명절 중 하나라고 하는데, 솔직히 단오와 한식은 요즘 잘 챙기지도 않을뿐더러 정월대보름은 나물 반찬과 오곡밥을 먹는 풍습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여태까지 잘 몰랐던 정월대보름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정월대보름은 우리나라의 5대 명절 중 하나로, 예부터 정월대보름이 지나야 한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하여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긴 것으로 전해진다. 정월대보름에는 여러 가지 풍속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대보름 이른 아침에 땅콩과 같은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무는 풍속인 '부럼 깨기'가 있다. 이 풍속은 한 해 동안의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치아를 튼튼하게 하려는 뜻에서 행해졌다. 또, 9가지 나물 반찬과 오곡밥을 먹는 풍습과 친구 이름을 부르고 무심결에 대답하면 "내 더위 사 가라."하고 말하는 더위 팔기 등 다양한 풍습이 있다.
정월대보름은 흔히 달맞이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설날보다 더 성대하게 지내기도 했던 명절이다. 대보름 전날인 음력 14일부터 행하는 여러 가지 풍속들이 있는데, 원래는 설날보다 대보름까지 15일 동안 축제일이었고, 이 시기에는 빚 독촉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옛날에는 큰 축제였다. 정월대보름에는 부럼, 오곡밥, 약밥, 귀밝이술, 김과 취나물 같은 묵은 나물 및 제철 생선 등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소원을 빌었다. 또, 고싸움, 석전과 같은 행사와 다양한 놀이를 했는데, 이 풍속들은 오늘날에도 일부 이어져 행해지고 있다.
정월대보름은 14일 전 연휴로 존재하는 설날과 달리, 단오처럼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하지만, 정월 대보름만큼 전통 풍속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명절은 흔치 않다. 대보름 전날 밤에는 아이들이 집집마다 밥을 얻으러 다녔다. 또, 이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샌다고 믿었기 때문에 잠을 참으며 날을 샜다. 잠을 참지 못하고 자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몰래 눈썹에 쌀가루나 밀가루를 발라 놀려준다. 아침이 되면 부럼 깨기 및 귀밝이술 마시기를 시작하며, 새벽에 '용물 뜨기'를 하거나 첫 우물을 떠서 거기에 찰밥을 띄우는 '복물 뜨기'를 했다. 자정에 이르러서는 달집 태우기 및 쥐불놀이를 이어하며, 풍년을 비는 행사를 끝으로 대보름을 마무리 짓는다.
1. 부럼
설날 아침에 떡국을 먹음으로써 나이를 먹는다면, 정월 대보름에는 만사형통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며 아침 일찍 부럼을 나이 수만큼 깨물어 먹는 관습이 있다. 이를 '부럼 깨기'라고 하는데, 부럼을 깨물면서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비는 관습이 여전히 남은 것이다. 실제로 견과류는 불포화 지방산이 많고,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건강에 좋으며, 적은 양으로도 높은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어 견과류를 먹음으로써 건강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관습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부럼은 영양 공급뿐만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 활동을 시작하는 통로들을 윤활하게 해 주는 기능을 한다. 한의학적으로는 각종 체액, 혈액의 순환과 관련된 내용을 삼초(三焦)라고 부르는데, 부럼이 이 삼초를 윤활하고, 청소해 주는 기능이 있다. 부럼을 먹으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 이유 또한 부럼이 가지고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혈관과 피부를 기름지고 부드럽게 해 주기 때문이다.
2. 오곡밥(찰밥)
찹쌀, 기장, 수수, 서리태, 적두를 섞은 풍년을 기원하는 잡곡밥이다. 왜 굳이 오곡밥이냐 하면 과거 가을 추수 때 가장 잘 자라던 곡식들을 모아 한 밥공기에 담으니 다섯 가지의 곡식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일반 쌀이 아닌 찹쌀을 쓰기 때문에 밥물을 일반 밥을 할 때보다 적게 넣어야 한다.
3. 진채(陳菜)
묵은 나물이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박, 버섯, 콩, 순무, 무잎, 오이, 가지껍질 등을 가리키는데, 여름에 더위를 타지 말라고 해당 나물을 준비했다는 조선 시대의 기록이 있다. 보통은 열아홉 가지를 준비하지만, 충분치 않다면 세 가지 정도로 줄어들기도 한다. 진채에 포함된 나물 외에 호박잎, 도라지, 콩나물 등을 쓰기도 한다.
4. 귀밝이술(이명주)
이른 아침에 부럼을 깨는 것과 동시에 찬 술을 마시는 관습이다. 이름처럼 귀가 밝아지고 귓병을 막아주며, 1년 간 좋은 소식만을 듣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주기 위한 술이다. 술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주기도 한다.
겨울은 몸이 에너지를 잃지 않도록 움츠리고, 표면으로 에너지를 적게 보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데, 정월 대보름을 기점으로 해서 귀밝이술로써 다시 몸의 표면으로 혈액순환을 증대시키고, 간 기능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어 신체의 말단인 귀와 눈에까지도 기혈공급이 잘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5. 팥죽
정월 대보름에도 팥죽을 먹는다. 동지 때와 유사하게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 먹는 것이며, 오곡밥을 만들 때 있는 팥과 병행해서 만들 수도 있다.
6. 약밥
사금갑 설화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정월 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이라고 해서 찰밥을 준비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속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이후 이 찰밥이 발전해 약밥이 되었다.
정월 대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음식에는 움츠렸던 겨울을 난 뒤, 오곡밥으로 새 생명을 시작하려는 오장육부에 영양소를 균형 있게 공급하며, 부럼으로 전체적인 혈관을 다시 윤활하게 하며, 귀밝이술로 신체 말단까지 영양을 잘 뿌려주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가 숨어 있다. 추가로, 묵은 나물을 먹으면서 섭취하는 섬유질과 각종 무기질 성분 또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몸에게 큰 보조작용을 해 준다.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세시풍속에는 건강 하나하나까지 챙기려는 자상한 마음이 엿보여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1. 온라인 카지노 게임밥 훔쳐먹기
백가반이라고 해서 14일 저녁 집집마다 다니면서 오곡밥을 훔쳐 먹는 풍습이다. 훔친 밥을 가지고 마을의 일정한 장소에 모여 함께 나눠 먹으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2. 복토 훔치기
부잣집이나 번화가의 흙을 가져다가 자기 집의 부뚜막에 발라 한 해 동안 생업이 잘되기를 기원하는 풍속이다. 서울특별시에서는 주로 번화가인 종로의 흙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하도 사람들이 많이 가져가서 종로의 길을 보수하는 관원들이 고생했다고 한다. 한두 주먹씩 가져가는 걸 넘어서 아예 삽과 곡괭이로 퍼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부잣집에서는 아예 보초를 세워 흙 퍼가는 일을 방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3. 용알 뜨기
1월 15일 새벽닭 울기를 기다렸다가 가장 먼저 우물에 가서 물을 뜨는 행위이다. 이때 뜬 물이 용의 신력이 있다고 여겼다.
4. 벼가릿대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농가에서 대보름 전날 짚을 묶어서 기 모양을 만들고, 그 안에 벼, 기장, 조의 이삭을 넣어서 싸고, 목화도 같이 장대 끝에 매단다."라는 볏가릿대 관련 기록이 있다. 이는 농사를 가장한 가농작으로 화간, 화적이라 부르며, 풍년을 기원하는 의례이다.
5. 과일나무 시집보내기
개대추나무, 배나무, 감나무 등의 가지에 돌을 끼워 넣고, 일종의 모의 성행위를 묘사해 열매의 풍년을 기원했다.
6. 달불이
달 불이는 달불음, 월자, 윤월이라 부르며, 14일에 콩 13개로 12개월을 표시해 수수깡 속에 넣고, 이것을 우물 속에 집어넣은 다음, 15일에 꺼내 콩의 모양에 따라 매달 강수량을 예측했다.
7. 달맞이
초저녁에 달을 맞이하는 행위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달이 떴을 때 소원을 빌었다.
8. 더위 팔기(매서)
남에게 더위를 파는 풍속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친구나 이웃을 찾아가 이름을 부른다. 이름을 불린 사람이 무심코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 가라." 또는 "내 더위 네 더위 맞더위."라고 외친다. 이러면 이름을 부른 사람의 더위가 대답한 사람에게 넘어가게 된다. 반대로 더위를 팔려는 것을 눈치채고 대답 대신 "내 더위 사 가라."라고 외치면 이름을 부른 사람이 오히려 더위를 사게 된다. 옛날에는 감당 못할 정도로 더위를 많이 산 사람이 엉엉 울다가 그 더위를 키우던 똥개에게 팔기도 했다고 한다.
9. 제웅직성
사람의 나이에 따라 운명을 맡은 9개의 별이 9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데 흉한 지성인 제웅직성이 남자는 10세, 여자는 11세에 들기 때문에 이때 액풀이가 필요했다. '제웅'이라는 짚 인형을 만들어 그 뱃속에 삼재 든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적은 종이와 동전을 넣고, 삼거리에 버리면 액을 물리칠 수 있다고 여겼다.
10. 달집 태우기
대보름날 달이 뜰 때 모아놓은 짚단과 생소나무 가지를 묶어서 무더기로 쌓아 올린 '달집'을 세운 다음, 불에 태워 놀며, 풍년을 기원하며, 소원을 비는 풍습이다. 예부터 풍년을 기원하는 풍속이다. 달집이 화염에 활활 잘 타오를수록 마을이 태평하고, 그 해는 풍년이 될 거라는 징조라고 한다. 달집을 태우면서 풍물패가 주변을 맴돌며, 풍악을 울린다.
11. 방생
14일 밤 붕어, 자라를 사서 강에 놓아주고, 소지 축원을 올렸다.
12. 동제
정월 대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대표적인 행사로, 설날에는 개인적인 의례가 많지만, 정월 대보름에는 공동 의례가 많다. 동제는 마을의 평안과 풍요를 위해 마을에서 섬기는 수호신에게 합동으로 올리는 공동의 제의로, 마을 신앙의 행위적 표현이다. 섬기는 마을신은 지역에 따라 산신, 용신, 서낭신 등으로 다양하다.
13. 액막이 연
연을 날리다가 줄을 끊어 연이 멀리 날아가게 하는 의식이다. 다만, 정월 대보름 이후에는 연을 날리는 사람을 멸시했는데, 대보름 이후부터는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1. 다리밟기
말 그대로 다리를 밟아 밟은 사람의 다리가 튼튼해지라고 하는 것이다. 정월 대보름 밤에 다리를 밟으면 다리병을 앓지 않는다고 한다. 답교 또는 답교놀이라고도 하며, 전국적으로 성행했다.
2. 쥐불놀이, 달집 태우기
달집의 경우, 보름달이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에 불을 붙이는데, 문을 동쪽으로 내야 한다는 관습이 있다.
3. 사자놀이
주로 단옷날에 행해졌던 봉산탈춤의 일종으로, 정월 대보름 날 액막이 목적으로 행해졌다.
4. 줄다리기
영남 지방의 줄다리기가 가장 유명하며,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5. 차전놀이
경상북도 안동 지방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차전놀이를 행하는데, 정확히 날짜를 지켜서 하지는 않고 대강 이 즈음에 한다.
6. 쇠머리대기
영산 지방 중심으로 행해진 행사이다. 양 팀이 서로 거대한 목우를 부딪혀 대결을 하는 행사이다. 경기 전에 상대 진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진잡이놀이를 한다.
7. 고싸움놀이
정식 명칭은 광주 칠석 고싸움 놀이이며, 줄다리기의 변형이다. 줄다리기 행사 전에 치러진 경기이다.
8. 지신밟기
주로 영남 지방의 농민들이 정월 대보름에 하는 풍속이다. 땅 속의 귀신(地神)을 밟아줄 집에 농악대를 중심으로 한 동네 사람들이 들어가서 마당, 뒤뜰, 부엌, 창고 등을 일일이 밟고 돌아다니며, 지신을 밟아서 잡귀를 쫓고 복을 불러들이기를 기원하는 행사이다.
이 밖에도 풍등, 석전, 낙화놀이, 강강술래 등이 있다.
이렇게 정월 대보름에 대해서 알아보니, 이렇게 뜻깊고 의미 있는 민속의 세시풍속인 줄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건강을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즐거운 놀이를 통해 한 해를 풍성하게 보내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까지... 무엇 하나 우리 한민족의 정체성을 닮지 않은 곳이 없는 것만 같았다. 정월 대보름 하나에 한민족의아름다운모습이엿보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