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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드 Jan 29. 2025

무료 카지노 게임! 나 잘 할 수 있을까?

호기로웠던 무료 카지노 게임는 어디 가고...

공항을 좋아한다. 항공 스케줄표 가득한 전광판, 떠남과 도착의 사람들, 양 날개 쭉 뻗고 앉은 각양각색의 비행기들. 무엇보다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움직임이다. 사람들과 캐리어 바퀴들의 움직임, 설렘 실은 발걸음, 여행객 가득한 공기의 흐름까지.

공항을 가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었고,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기대와 환상 가득한 일이었다. 한 달 살기를 향한 발걸음도 이전의 여행들과 다르지 않았다. 출국 당일이 다가올수록 나는 점점 더 신이 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마음은 마치 손바닥 뒤집듯 엎어졌다. 정확히 어느 지점이었느냐 하면, 우리를 배웅하는 남편과 손 흔들며 인사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장을 들어선 순간부터. 철저히 나와 아이 이렇게 단둘뿐인 순간을 처음 맞은 그때부터였다. 외국에 나간다는 건 설렘과 동시에 긴장이 동반되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번엔 나의 손에 아이의 긴장과 더불어 유일한 보호자라는 책임감까지 쥐어졌다. 엄마도 태어나 처음 가보는 나라에 엄마 하나 믿고 나선, 이 작은 아이.

한 손에는 기내용 캐리어와 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아이의 손을 잡은 체 무료 카지노 게임 수속을 밟기 시작했다. 언제나 바쁘고 긴장되는 순간, 보안 검색대 위에 짐을 놓을 차례가 왔다. 캐리어와 가방을 올리고 각종 전자기기를 꺼내어 펼쳤다. 회사 것, 내 것, 아이 것 챙기다 보니 노트북 2개, 패드 2개가 정신없이 나왔다. 바쁜 손놀림으로 이 모든 것을 꺼내고 다시 넣는 작업을 하고 나니 이미 진이 빠졌다.


그렇게 무료 카지노 게임장에 무사히 들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눈앞에 화려한 면세점들이 펼쳐졌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물욕도 많이 없어지고 아이를 데리고 이곳저곳 쇼핑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꼭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선글라스였다. “이게 더 예뻐, 아까 쓴게 더 예뻐? 엄마한테는 뭐가 더 잘 어울려?” 지루한 기색이 역력한 아이에게 마치 쇼핑 놀이인 듯, 선택권을 주듯 명랑 너스레를 떨며 물었다. 효과가 있었던 걸까? 고맙게도 아이는 진지하게 엄마의 선글라스 고르기에 동참해주었다.

맘에 드는 선글라스를 손에 넣고, 나머지 면세점들은 선 자리에서 파노라마로 눈에만 담았다. ‘나도 저곳들을 들락날락하며 들떠있던 때가 있었지.’ 하며. 목도 마르고 다리도 아픈 우리는 앉아서 쉴 카페가 절실했다. 하지만 이날따라 면세점에서 카페 찾기는 참으로 멀고 먼 길이었다. 한참을 걷다 겨우 찾은 카페에서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음료를 나란히 마시며 지친 몸을 기댔다.

하지만 아무리 지쳐도 나는 매 순간 입꼬리 미소로 무료 카지노 게임를 봐야 했다. 긴장과 피로로 웃음을 잃은 무료 카지노 게임를 달래야 했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신나는 길을 떠나는 건지 수시로 알려주며 안심시켜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향한 것이기도 했으리라. ‘내가 얼마나 이 순간을 꿈꿔왔는데!’ 하며 말이다.


시간이 되어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했다. 좌석을 찾고 짐을 올리는데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아뿔싸! 기내용 캐리어가 너무나 무거웠던 것이다. 양손으로 힘껏 들어 올려 보았지만, 머리 높이의 선반까지 올리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들어줄 남편도, 근처에 도와줄 승무원도 없었다. ‘이렇게 첫 난관을 맞이하는구나!’ 싶었던 그 순간, 구원의 손길이 나타났다. 뒷좌석의 외국인 남성분이 나의 작고 뚱뚱한 캐리어를 번쩍 올려 주신 것이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연신 “땡큐, 땡큐 쏘 머취”를 외쳤다.

이제 얌전히 앉아 다섯 시간을 날아가면 되었다. 패드에 저장해온 애니메이션과 기내 영화를 번갈아 틀어주며 아이가 이 시간을 수월히 보낼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엄마와 단둘이 떠나는 첫 외국 여행에 아이는 제법 긴장을 했던 모양이다. “엄마, 화장실 가도 돼?” 평소 화장실을 자주 가지 않는 편인데 나트랑까지 가는 비행기에서 화장실을 다섯 번은 오갔던 것 같다. 밤 비행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어떤 기분이었을까? 다시 생각해도 미안하고 짠해지는 순간이다.

그 바람에 나는 영화 한 편조차 끝까지 다 보지 못하고 내리게 되었다. 한 달 뒤 귀국 비행기에서 이어서 봐야겠다고 마음먹으며 말이다.


언제나 순도 100%의 설렘으로 탔던 비행기에서 스스로에게 묻게 될 수밖에 없었다. ‘나 잘할 수 있을까? 공항 수속에 허둥대고 혼자 기내 짐도 못 올리면서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긴장 가득한 아이에게 든든한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까?’


우린 정말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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