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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Jan 02. 2025

카지노 쿠폰모를 쓴 마녀

락스냄새

카지노 쿠폰장에 처음 가본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카지노 쿠폰을 해본 적도 없고 기초적인 개헤엄 기술도 없었지만친구(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의 꼬드김에 넘어가 지역에 있는 카지노 쿠폰장에 쫄래쫄래 따라갔다. 아무 생각 없이 갔지만 다행히 카지노 쿠폰복과 일체 물품을 대여할 수 있다고 들었다. 세안용품만 챙기고 간 나는 처음 가는 장소에 대한 두려움에 압도당했다.


낯선 장소에 거부감이 큰 나에게 그 친구(라고 하기엔 지금은 굉장히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은)는 구명조끼 같았다. 출발하기 전부터 옆에 찰싹 붙어 떨어지지 못했다. 버스를 타고 카지노 쿠폰장에 도착해 탈의실에 들어갔지만 모든 것이 처음이라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몰라 인간 구명조끼가 하는 모든 행동을 뚫어지게 관찰하며 0.1초 늦게 따라 했다. 아, 카지노 쿠폰복은 팬티를 벗고 입는 거였구나!


간신히 카지노 쿠폰복을 입었더니 이번에 문제는 카지노 쿠폰모였다. 머리가 길었다면 돌돌 묶어 모자 속으로 쏙 넣을 수 있었을 텐데 똑 단발인 중학생의 머리는 이쪽을 집어넣으면 저쪽이 빠져나왔다. 완벽하게 말아 넣고 싶었지만 까치집처럼 삐죽 머리카락이 튀어나왔다. 간신히 욱여넣고 거울을 보니지나치게 밀어 넣어서 그런가 내 얼굴은 두 눈이 위로 한껏 치켜 올라간 마녀가 되어있었다. 눈꼬리가 아래로 떨어진 순둥했던 얼굴은 매정한 수학선생님의 눈매와 비슷해졌다.


더 매만질 새도 없이 친구의 손에 잡혀 끌려 들어간 카지노 쿠폰장의 첫인상은 ‘빨래 냄새’였다. 이거 엄마가 바지 얼룩 제거한다고 들어오지 말라 했을 때 나던 냄새랑 똑같잖아? 신기하면서 섬뜩했다. 이 물에 빠졌다가 나오면 빨래 얼룩처럼 눈코입이 사라져 버리는 거 아닐까. 아니면 한 뼘도 안 되는 카지노 쿠폰복의 무늬가 없어지는 거 아니야? 혹시 내 마음에 맺힌 상처도 지워질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키판’이라는 것을 집으러 갔다.


카지노 쿠폰을 할 줄 아는 친구는 내게 키판이 필요할 거라고 말했다. 그게 뭐냐 물으니 너같이 카지노 쿠폰 못하는 애들이 가라앉지 않게 도와주는 물건이라고, 7살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설명해 주어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카지노 쿠폰을 못한다고 꼭 집어서 말했어야 했니. 친구는 키판을 가져다주는 친절을 베풀며 카지노 쿠폰장이 빛나도록 웃었다.


이곳에 와본 적은 없지만 뭔가 자유롭게 물에 떠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 ‘자유카지노 쿠폰’ 말이다. 키판을 잡고 이리저리 헤매며 다니겠지. 그게 아니었다. 친구는 갑자기 사람들이 줄지어 선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오늘 우리는 1일 수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 이야기가 조금 다른데... 두뇌를 미친 듯이 굴렸다. 어차피 나는 카지노 쿠폰을 못하니까 무료로 하루쯤 카지노 쿠폰을 배워두면 이득 아닐까. 아마 친구가 내게 미처 말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 타이밍을 잡기 힘들었겠지. 친구의 배려 정도로 생각하자. 그래. 오늘 카지노 쿠폰을 배우게 된 건 내게 아주 적당한 행운이야. 카지노 쿠폰모로 꽉 조이는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통통 튀어 다녔다.


여전히 카지노 쿠폰장은 낯선 곳이었다. 빨래 얼룩 제거 냄새는 계속해서 콧등을 맴돌고 약간 높은 온도가 명치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런 장소에서 친구는 키판을 잡고 찰방찰방 발차기를 했다.먼저 출발한 친구는 앞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친구의 동작을 빠르게 스캔한 뒤 나도 똑같이 출발했다. 남아있는 힘을 모두 소진해 가며 발차기를 해본다. 나에게선 철퍽철퍽 소리가 났다. 앞으로 나갈 줄 알았는데 몸은 자꾸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다. 아, 카지노 쿠폰장 바닥 타일은 이렇게 작았구나. 우리 집 화장실 거는 되게 큰데. 내 손바닥을 쫙 편 것보다도 큰데. 이거 되게 작다, 하고 생각하는 순간 머리가 짧은 강사님이 내 허리를 잡고 번쩍 들어 올리셨다.


다리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


강사님은 나를 줄의 맨 뒤로 보내셨다. 몇 번이나 다시 키판을 잡고 도전했지만 그때마다 카지노 쿠폰장 바닥 타일을 선명하게 바라보았고, 나중엔 레인 가에 둘러진 검은색 타일의 가로 개수를 셀 수도 있었다. 오늘 나는 카지노 쿠폰을 배우러 온 걸까, 잠수를 하러 온 걸까. 이 냄새나는 물은 마실 수도 있었다. 생각보다 맛있진 않았지만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다. 자꾸만 코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래서 카지노 쿠폰을 하면 비염을 고칠 수 있다고 하나 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도 뻥 뚫렸다.


바닥으로 계속해서 가라앉는 나를 보며 친구는 힘껏 웃어 제꼈다. 다리는 목각처럼 단단히 굳어있는데 몸은 점점 아래로 기울며 꼬로록 기포 몇 방울만 수면 위로 빠져나오는 모습이 꼭 만화 같다고 했다. 친구의웃음소리는 카지노 쿠폰장을 가득 메웠고 웃을 때마다 활짝 벌어진 커다란 입은 이곳의 습기를 다 앗아갈 기세였다. 특유의 울리는 소리 때문인지 다른 레인에서 카지노 쿠폰을 하던 사람들도 쳐다보기 시작했다. 수면 위로 고개를 빼내어 숨쉬기 바빴지만 부끄러웠던 나는 끝까지 수강할자신감을 카지노 쿠폰장 바닥에 던져버리기로 했다. 자꾸만 웃어대는 친구가 물에 들어간 새, 몰래 빠져나와 샤워를 했다. 빨래 냄새가 덜 나는 샤워기 물을 맞으니 눈물이 조금 났다. 많이 창피했고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한껏 조여진 카지노 쿠폰 모자를 벗자 아까의 마녀는 사라지고 눈이 빨간 사춘기 중학생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앞머리도 없는 이마에 모자 자국이 났다. 손가락으로 문질렀더니 이번엔 부풀어 오르기까지 했다.집으로 돌아와 꽤 오랫동안 울었다. 이마를 따라 패인 카지노 쿠폰모자 자국을 매만지며 두 번 다시 카지노 쿠폰장 따위 내 발로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카지노 쿠폰 모자는 쭉 찢어진 눈꼬리처럼 내 마음도 매섭게 만들어버렸다. 그 뒤로도 엄마가 빨래를 하며 락스를 꺼낼 때내 눈은 마녀처럼 샐쭉하게 찢어졌다. 예상대로 카지노 쿠폰장 락스 물은 내 마음의 무언가를 말끔히 지워낸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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