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레이크와 부침개
엄마의 뒤꿈치에는 늘 눈이 내려앉았다. 뽀얀 각질이 잔뜩 붙어있어 맨발로 걸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살아온 길이 가시밭길이라 발뒤꿈치마저 갑옷을 입어버린 걸까. 날이 차가워지는 겨울이 다가오면 엄마의 뒤꿈치 각질은 더욱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자주 까칠해져 양말을 헐게 만들기도 하고 연한 살을 깊게 파고들어 찢어지기도 했다. 그럴 땐 뒤꿈치 눈밭이 온통 석류색으로 변했다.
무엇보다 신기한 건 엄마가 뒤꿈치 각질을 갈아낼 때다. 돌처럼 생긴, 아니 그건 분명 돌이었다. 이거 아까 A네 집 마당에서 본 돌멩이 같은데... 전체적으로 매끈하지만 만져보면 굉장히 거칠었다. 그 돌을 한 손에 들고 엄만 반대쪽 발의 뒤꿈치를 벅벅 긁었다. 그러면 새하얀 가루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린 나에게 그런 행동은 괴기스러웠다. 저렇게 단단한 돌멩이로 연약한 살점을 갈아내다니. 심지어 살갗은 또 갈려나가고 있어! 스무 살에 오꼬노미야끼를 처음 먹으러 갔을 때 종업원이 즉석에서 가쓰오부시 덩어리를 꺼내어 강판에 갈아 올려주었다. 그때 묘하게 엄마 발뒤꿈치 생각이 났다.
심할 때는 돌멩이로도 제거가 힘들다. 이번에는 손톱깎이와 문구용 칼이 등장한다. 돌질에 익숙해질 무렵 무기를 장착한 엄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엄마란 존재는 어디까지 고통을 이겨내는 걸까? 어린 나는 그때까지도 발뒤꿈치 각질에도 신경과 핏줄이 있는 줄 알았다. 손톱깎이로 도톰해진 각질이 똑 떨어져 나간다. 발바닥에 초승달 모양의 자국이 움푹움푹 파여진다. 미처 잘라내지 못한 곳은 문구용 커터칼을 이용해 잘라낸다. 일련의 과정은 무언가를 다루는 장인의 모습과 같았다. 아주 조용하고 부드러웠으며... 엄마는 분명 그 행위에 몰입해 있었다.
발 각질 청소가 모두 마무리되면 휴지로 바닥에 떨어진 각질들을 싸악 싹 쓸어 모았다. 나와 내 동생은 늘 장난으로 ‘이거 우유에 타 먹으면 맛있겠다’며 짓궂게 서로를 놀렸다. 후레이크처럼 딱딱한 각질 덩어리. 씹으면 정말 바삭한 느낌이 날 것 같다. 각질들은 휴지에 싸여 버려지고 엄만 한동안 조금 가벼운 발카지노 게임 추천로 이 밭 저 밭을 총총거리며 걸어 다니시겠지.
그걸 보며 자란 나는 어느덧 마흔 살을 넘기고 말았다. 나이 먹은 것을 주름으로 체감하기도 하지만 나의 경우 발뒤꿈치로 깨닫게 되었다. 어릴 때 보던 엄마의 단단한 뒤꿈치. 지금 내가 그렇다. 목욕할 때마다 벅벅 긁어서 떼 내어 보기도 하고 잘 때 바셀린이나 크림을 듬뿍 발라 비닐랩으로 칭칭 감아보기도 했다. 그래도 며칠이 지나면 다시 속살 올라오듯 각질은 뒤꿈치를 점령했다. 그러다 발견한 발 각질 제거기.
엄마가 예전에 쓰던 돌멩이와 같은 역할이었다. 세대가 바뀌어 돌이 아닌 유리 재질의, 돌기가 굉장한 괄사 모양의 제거기였다. 손가락을 스윽 스쳐보자 지문이 없어질만한 강력함이 느껴졌다. 좋았어. 널 믿어보겠다. 당장 양말을 벗고 바닥에 앉아 삭삭 갈아대기 시작했다. 엄마가 그랬듯이.
세상에. 나에게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내 발뒤꿈치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가쓰오부시, 아니 각질 가루가 생산되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낸 부분의 살갗은 몹시 맨들 거렸다. 아무리 힘을 주어 긁어도 아프지 않았다. 그만큼 각질이 두텁게 쌓였으리라. 다 갉아내고 물로 씻은 뒤 로션을 듬뿍 발랐다. 뒤꿈치가 촉촉해졌다. 예전엔 이 비싼 로션을 각질이 다 빨아먹었는데 오늘은 정말 뒤꿈치의 살에게 닿는 느낌이 든다. 마흔 줄의 나와 동생은 각질 가루를 쓸어 담으며 ‘이거 부침개에 넣으면 맛있겠네’ 하고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장난을 쳤다.
예전에 직장에서 휴직을 하다 복직한 일이 있었다. 집에서 애만 키우려다 다시 사회생활을 하려니 옷도 새로 사야 했고, 다시 화장도 진하게 해야 했다. 남에게 보이는 부분을 신경 쓰느라 예민해졌다. 그중 내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발카지노 게임 추천’였다. 나조차도 하루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신체부위. 이곳은 마치 내 마음결 같다. 카지노 게임 추천가 거칠면 마음에 울퉁불퉁 모가 난다. 여유가 없어서겠지.
복직하기 전날 밤, 따뜻한 물에 족욕을 하고 각질을 불린다. 불어 터진 각질을 말끔히 제거하고 비싼 풋크림을 발라 수면양말을 신었다. 이제 내일이면 다시 정글 같은 사회로 나가는 거야. 뾰족뾰족한 길을 걷기에 두터운 각질이 낀 뒤꿈치가 제격이지만 그래도 나는 보송한 발로 걸어봐야지. 걷다 보면 분명 다시 각질이 쌓이겠지만 그때마다 카지노 게임 추천내고 카지노 게임 추천내어 말랑한 뒤꿈치를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