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
“카지노 게임 종이나 알랑가 몰라!”
우리 어머니께서 우리 어렸을 적 입 밖에 내신 말씀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니까 어떤 일에 대해서 당신께서 얻게 되는 결과물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으셨을 때 하신 말씀으로 우리에게, 특히 아들 하나랍시고 여러 가지 모양으로 딸들에 비해 들인 시간과 노력에 더하여 금전적인 내용, 베풂, 마음 써주심 등등에 대해 내가 전혀 알아먹지 못하거나 바라시는 만큼 신경 쓰지 않거나 당신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는 체 하는 경우에 나 들으라고 또는 뒤돌아 서시면서 혼잣말로 하시던 말씀이 바로 위의 말씀, 엄마가 네놈에게 이렇게나 하고 있는데 그걸 너는 ...
“엄마가 너한테 어떻게 하고 있는데 너는 카지노 게임 종(줄)이나 아냐 이눔아. 니가 그걸 안다면 그럴 수가 없는 거야 이눔아. 그게 뭐냐 그게!”
내가 오늘 아주 오래전에 하신 어머니의 말씀을 생각하게 된 건 다름 아닌 앙톨 양 때문이다. 지난 12월 첫날에 위탁을 받은 후 저를 키워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던 저네 엄마와 헤어지게 되어 (나이는 많이 들었지만) 얼마나 춥고 외로울까 하여 나름 여간 신경을 써준 게 아니다.
먹거리나 잠자리는 물론이고 같이 놀아주고 쓰담쓰담 해주고 지금처럼 더위가 극성을 부릴 때는 카지노 게임 먹는 얼음까지 나누어주고 있는데 요뇬이 그런 정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주 배신을 때린다는 것이니 뻑 하면 먹은 내용물을 밖으로 내놓는다는 것으로 (저는 또 얼마나 힘들까?) 그저께도 하얀 패드 위에 한바탕 쏟아놓았다.
카지노 게임 세탁기 사용법을 잘 모르는 데다가 담요 한 장만 가지고 세탁기 작동시키기도 뭐해서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빨래를 해 가지곤 베란다에 널었는데 손으로 짜서 그랬는지 어제 저녁까지 마르지 않아 겉 이불을 담요 삼아 취침을 했다. 그런데 조금 전 또 침대 위에서 윽윽 소리가 나기에 달려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남아있던 하얀 겉 이불 위에 다시 한 바탕...
어젯밤에 제 년도 불편하게 잤으면서 마저 엉망으로 만들다니.. 역시나 세탁기를 이용하지 않고 손빨래로 빨아서 패드 옆에 같이 널었는데 이걸 그냥 콱 쥐어 박어? 이 더운 날씨에 왜 안 해도 될 일을 하게 하여 땀을 흘리게 하냐고 글쎄..
그런데 사실 내가 앙톨양에게 제발 내가 바라는 대로 해달라고 원하거나 강요하거나 눈치 줄 수 있을까? 우리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베풀어 주신 관심의 얼마 정도를 내가 앙톨양에게 베풀고 있을까? 지금 나는 앙톨이를 언젠가는 저네 엄마에게로 가버릴 존재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닌가?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아닌 입양한 아이로, 언젠가 자라서 철이 들면 내 품을 떠나갈 아이로 생각하며 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