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10일] 카지노 쿠폰 3.5켤레
우리의 남자 주인공은 지금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그에겐 아무래도 인간 혐오가 있는 듯하다. 겉으로는 착한 척하는 사람들. 하지만 막상 조금만 불편해지면 언제든 안면 몰수할 수 있는 사람들. 남자는 이런 사람들을 "역겹다."고 평한다. 하지만 곧 그는 지금 자기가 괜한 데다 화를 풀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사연 있는 남자처럼 보이는 우리의 남자 주인공은 오늘 내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카메라 앵글은 다리 주위만 비춘다. 내 눈에 보이는 건 검정 바지를 입은 얇은 다리와 회색 카지노 쿠폰뿐이다. 카지노 쿠폰! 오늘은카지노 쿠폰만 그리다가 시간을 다 보냈다. 카지노 쿠폰 3.5켤레.
다른 건 뭐 쉽겠냐만은, 카지노 쿠폰 그리기도 참 어렵다. 무엇보다 카지노 쿠폰 끈이 문제다. 카지노 쿠폰 끈은 그 자체로 카오스다. 내 눈에는 그 어떤 체계도 없어 보이는카지노 쿠폰 끈을 그리기 위해 손 끝에 힘을 줘보지만, 그냥 손만 아플 뿐이다. 그림을 그릴 땐 관찰력이 중요하다는데, 나는 아무리 그림을 들여다봐도 카지노 쿠폰 끈의 비밀을 찾지 못하겠다. 카지노 쿠폰 끈은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이 나는가. 양 쪽 카지노 쿠폰 끈은 어디에서 만나서 어디에서 헤어지는가.
결국 내가 그린 7개의 카지노 쿠폰는 모두 다른 카지노 쿠폰가 됐다. 모양도 다르고 카지노 쿠폰 끈을 묶는 방법도 다르다. 물론 크기도 다르다. 그림을 그리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카지노 쿠폰를 잘 그리는 사람들은 단지 관찰력이 좋은 건가, 아니면 과거 언젠가 한 번쯤은 카지노 쿠폰 끈의 비밀을 풀기 위해 자기 카지노 쿠폰를 품에 안고 스케치 연습을 해본 적 있는 건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들. 그러니까 카지노 쿠폰 같은 것. 연필이나 지우개, 스마트폰이나 커피 잔. 가방이나 책,칫솔이나 치약 같은 것들. 그림 고수들은 이런 물건들을 그리고 또 그렸던 터라 이젠 물을 마시듯 쉽게 그릴 수 있는 걸까. 물어볼 길은 없지만 그들이 이런 물건들을 수도 없이 그려봤을 거라는데, 내 연필 한 자루를 걸고 싶다. 나는 오늘 보니 아무래도 관찰력은 전혀 없는 것 같으니, 다른 모든 일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냥 계속 그리다 보면 어떻게든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품고 싶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