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다이어리라는 어플을 깔았다. 여자친구가 깔라고 해서(?) 설치한 이 어플은 하나의 질문에 양쪽이 대답을 하면 그 대답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상대방이 쓴 답변을 알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답변을 입력해야 한다. 얼마나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고 대충 입력했다간 서로 내상을 입을 것이기에 생각해서 답을 해야 한다. 하나의 질문에 서로가 답을 적는 동안은 오롯이 그녀와 그를 생각하기 때문에 권태기에 접어든 커플에게 더욱 추천하는 어플이다. 어플 사용자로 팁을 주자면 답변을 적을 땐 사랑이 묻어 나오지만 오버스럽지 않으면서 로맨틱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게 해야 함을 알기까지 몇 번의 질문이 지나고 나서였다. 이 어플 덕분에 서로에 대한 차이점도 알 수 있었지만 그녀와 내가 같은 질문이라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좀비 아포칼립스 시대에 애인이 좀비에게 물렸다면? '이라는 질문에 대해 여자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너무 슬퍼서 울다가 오빠한테 물려서 같이 카지노 가입 쿠폰 할 거다ㅜㅜ]
나도 이렇게 답했어야 했다. 상대방을 사랑하고 그리워해서 슬퍼서 울다가 인간에서 차라리 카지노 가입 쿠폰가 되는 선택. 함께하기 위해 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는 그 말. 더 이상의 답변은 없었다. 하지만 난 그런 정답이 뻔한 질문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답을 해버렸다.
[갱이를 우선 안전한 곳에 가둔 다음 식량을 주면서 마을 사람들 몰래 키운다. 그래서 공격성이 사그라들고 인간과 함께 살수 있게 만든 다음 마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즉, 갱이를 교화시켜 사회화를 가능케 하여 함께 살아가도록 한다.]
지금 다시 옮겨 쓰다 보니 사이코패스의 글 같다. 이 어플의 존재 목적은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하는 것도 있지만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을 더 설레게 만들라는 개발자의 더 큰 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가? 좀비가 될 가능성도 없거니와 그런 세상이 존재하지도 않는데 가둬서 식량을 주며 몰래 키우려 했는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해도 모자라 판국에 좀비가 된 그녀의 공격성을 사그라들게 해서 마을의 인정을 받고 함께 산다는 건 또 무슨 의미인가? 사회화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사회의 인정까지 받고 함께 살겠다는 생각을 보니 기가 찼다. 내가 쓴 답을 보며 이게 무슨 소리냐며 묻는 그녀에게 차곡차곡 의미를 되새겨 줬다.
[갱이가 카지노 가입 쿠폰가 되어도 난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그럴 일 없겠지만 아프거나 다른 문제가 생기더라도 난 갱이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거야. 온 세상과 마을이 반대하더라도, 난 물러서지 않는다는 뜻이야. 카지노 가입 쿠폰를 인정하지 않는 세상도 난 싸우고 이겨낼 거야. 모든 사람이 반대하더라도 난 도망가지 않고 싸워 낼 거야. 우리의 사랑은 부족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잖아.]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변명과 이유였다. 그녀는 내 말을 듣다가 딱 한마디 했다.
[오빠는 물에 빠져도 입이 먼저 뜰 거다. 카지노 가입 쿠폰 그냥 청산유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