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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Dec 06. 2022

그 시절 순수했던 바카지노 게임 어디 갔을까?

나는 종이 카지노 게임을 구독하고 있다. 보통 출근하는 버스에서 보거나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보고 있다. 지금은 손가락질 몇 번만 하면 원하는 카지노 게임사와 방송국의 기사를 접할 수 있는 시대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카지노 게임이나 잡지를 읽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활자를 읽는 사람의 수가 줄었다기보단, 종이 카지노 게임을 보는 사람의 수가 줄어든 것이다. 자극적인 영상과 낚시성 글들이 가득한 스마트폰의 세상과 비교해 보면 맹맹한 종이 카지노 게임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하고 매력이 떨어진다. 카지노 게임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대는 지나버렸다. 내가 보고 싶은 것들만 봐도 충분할 정도로 스마트폰은 내 손안에 작은 세상을 열어준 것이다.


한겨레, 경향, 중앙일보 등 여러 종류의 카지노 게임을 봤었고, 지금은 조선일보를 보고 있다. 2004년 대학교 신입생 시절엔 한겨레카지노 게임을 봤었다. 문학 동아리방에는 매일 한겨레카지노 게임이 올려져 있었다. 문학 동아리의 형들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고 더 큰 진보의 물결이 쏟아진 2004년도엔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조, 중, 동의 행태를 비난하곤 했다. 그들은 현 정부의 정책과 방향에 딴죽을 걸고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를 트집 잡는 그들의 행태에 분노했었다. 나도 형들과 대화를 하고 집회를 나가곤 했다.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동참했다기보단, 같이 이야기하고 참여하는 게 재밌었다. 미국과 북한을 보는 형들의 시각과 내가 생각하고 있던 시각은 달랐다. 그들이 보기엔 나는 깨우쳐야 하는 계몽의 대상쯤이었을 수도 있겠다.


문학 동아리는 주로 시를 이야기하곤 했었다. 나는 소설이 좋았다. 이문열, 황석영, 이청준의 책을 읽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박상륭의 책도 읽어보려고 했었다. 신경숙이나 공지영 등 당시에 인기 있었던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책도 읽곤 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여서였을까? 카트라이더와 같은 게임들이 충분히 인기가 있었지만, 나는 책을 읽는 게 더 재밌었나 보다. 내가 이문열의 책을 보고 있으면 형들은 황석영의 책을 추천해 줬었다. 이문열이 개인과 민중의 힘을 가소로이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깨우쳐 주려고 했었다. 형들의 이야기는 공감이 가는 면이 분명 있었고 설득력도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문열의 책이 재밌는 이유는 직업들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모습들과 스토리를 풀어내는 그의 글솜씨가 좋았기 때문이다. 형들은 민중의 무기력함을 이야기하고 권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의 관점에 대해서 반대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24살, 28살이었던 그들이 어떤 의미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지 알겠지만 당시의 나는 그 의미를 100퍼센트 이해하진 못 했던 것 같다.


OB 선배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1박2일로 놀러 갔던 적이 있었다. 졸업한 선배 중엔 동아일보 기자도 있었다. 나이가 꽤 지긋했으며 동기들과 자신의 선후배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몇몇 분들 덕에 대명콘도를 처음 가봤었고, 값비싼 양주도 먹을 수 있었다. 20살 신입생인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밌었다. 조선일보 이야기도 나왔던 것 같고, 여러 가지 현황과 정부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동아일보 기자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특히 재밌었던 것 같다. 선배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지향점은 다르더라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일면의 이야기들도 있었고 술이 들어가고 나서부턴 꽤 과격한 이야기도 흘러나왔던 것 같다. 이러한 기억들은 단편적이다. 그런 단편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20살에 '사람의 아들'과 '당신들의 천국'을 읽으며 느꼈던 감동은 지금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20살의 내가, 지금의 내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하찮게 여길까? 혼자서 사유랍시며 골머리를 앓아가며 책과 시름하던 그 시절 순수했던 바카지노 게임 어디 갔을까?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을 필사하면서 주인공의 고뇌를 공감하던 그날 밤의 서늘함은 어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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