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독서를 다시 시작했다. 재미가 없는 고전 소설과 인문 서적을 읽다가, 쉽게 읽히고 감정에 충실한 에세이와 소설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 썼던 투고 글들을 보니 지금 블로그와 브런치에 썼던 글과는 사뭇 달랐다. 뭔가 어려운 표현들도 많았고 흔하지 않은 한자 사용도 많았다.(한자 2급 자격증을 딴 직후여서 써먹고 싶었나 보다.) 내가 그때보다 무식해졌다곤 말할 순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쌓이면서 책을 읽지 않고 사유를 하지 않으니 표현이 단순해진 것이다.
심플 이즈 베스트이고 단순함과 간결함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지향점이긴 하다. 하지만 과거보다 독서량도 줄고 글의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고 나니 느끼는 바가 컸다. 내가 작년 초에 썼던 단편 소설은 뜬금없기도 하고 날도 서있어서 보기에 불편하고 어색했다. 20대 초반에 끄적였던 글들은 자의식 과잉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 내 모습과 비교해 보면 당시의 나보다 나아진 것은 없다.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끄적이던 모습이 그리워졌다. 갑작스럽게 완결을 내고 중간에 이야기를 갈무리하지 못해서 아쉬운 것이지, 지금처럼 쓸 엄두도 못내는 나약한 인간은 아니었다.
날 기다리는 친구가 또 있구나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늙어가고 있다. 다행히 아이키도를 하면서 몸을 단련하고, 책을 읽으면서 뇌도 굳지 않도록 사용 중이다. 시간이 부족해진 것은 맞지만, 그 짧은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운동을 가지 않는 날에는 아들과 함께 놀고 같이 자고 밀린 이야기를 한다. 운동을 가는 주 3일도 한 페이지라도 책을 보고 잠든다. 피곤하다고 카지노 게임고, 지겹다고 카지노 게임다 간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으니까.
주말에는 전적으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아들과 함께한다. 주말에 아들과 재밌게 놀아주면, 아들은 엄마 대신 아빠를 찾는다. 그만큼 아들에게 아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사실, 아빠는 놀아주는 사람이며 자신에게 절대로 화를 내지 않고 들어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친구 같은 느낌이다.) 공원을 가고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어느덧 주말은 끝이 난다.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휴식할 수 카지노 게임 시간은 아들이 낮잠 자는 시간과 밤잠을 자는 시간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카지노 게임 일상에 녹여서 미루지 않기로 결심했다.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3월 한 달을 사용하면서 시간 분배를 다시 할 수 있었고 내 몸도 다시 예전의 생기를 찾고 있다. 한 주에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업로드하는 것 또한 불가능 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단편소설을 쓰는 것은 다르다. 이전에 쓰다 만 여러 글들을 다시 손질하는 것도 그렇고 새롭게 쓰는 일도 나에게 큰 부담이 된다. CHAT GPT와 같은 AI가 소설을 써주고 창작까지 해주는 마당에 왜 내가 뒤늦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까? AI가 정보의 연산을 통해 무언가를 끄집어 내는 과정과 내가 뇌와 손으로 무언가를 끄집어 내는 과정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창조물은 반도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입장에서 글을 읽고 쓰고 싶다. 작가 타이틀을 갖고 싶었던 20살의 나와,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39살의 나. 작가에서 글쓴이가 되기까지 얼추 20년의 시간이 소비되었다. 생각해 보니 인생을 헛산 건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