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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Apr 27. 2023

누굴 닮아서 이렇게 카지노 게임 안들어?

카지노 게임 시우가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리거나 사고를 칠 때면 으레 하는 말이 있다. 오늘도 아내는 카지노 게임의 저녁을 위해 소고기도 굽고 저염식단으로 시락국도 야무지게 준비했다. 하지만 시우는 먹는 둥 마는 둥 두 숟갈만 뜨고는 손으로 식판을 밀어내며 거부해버린다. 밥도 안 먹으면서 과자를 달라고 떼를 쓰고, 밥을 먹고 있는 아내에게 안아달라며 물고 늘어진다.


[누굴 닮아서 이렇게 카지노 게임 안 들어?]


카지노 게임이 사고를 치고 말을 듣지 않아서 답답해하는 소리인 걸 알지만 괜스레 뒤에서 답변을 하게 된다.


[유전적으로 나랑 갱이랑 반반 섞여 있고, 갱이 몸에서 10달 가까이 함께 시간을 보냈으니 나보단 여보를 더 닮지 않았을까?]


[그게 아빠가 할 소리야? 오빠가 매번 과자를 주고 잘 시간에도 제때 안재우고 놀아주니까 카지노 게임가 저렇게 된 거 아니야. 단호하게 이야기할 땐 했어야지. 매번 오냐오냐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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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카지노 게임 대신에 아빠가 혼날 차례다. 만 2세를 갓 넘긴 카지노 게임이 엄마의 말귀를 전부 알아듣진 못하지만, 분위기는 잘 파악한다. 타깃이 자신이 아닌 아빠에게 돌아갔음을 알고선 자기방으로 몰래 들어간다. 눈치가 빠르고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은 아내를 닮았다. 그에 비해 나는 눈치도 없고 잔머리도 없다. 카지노 게임은 현재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말을 제일 많이 하고 가장 활발한 아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눈치도 보고 어색해 하며 낯설어 했지만, 적응을 하고 나서부턴 활동을 할 때마다 자신이 먼저 해야 직성이 풀린단다.


[갱, 외모에서부터 카지노 게임는 갱이를 더 많이 닮았어. 외향적인 모습부터, 밥 대신 과자를 좋아하고 자기 몫을 챙기는 것까지. 갱이를 닮은 거 아닐까?]

[아니야. 시우는 오빠를 똑 닮았어. 저 고집부리는 거 보면 오빠랑 완전 판박이야. 한마디를 안 지잖아. 그리고 피부 색깔도 그렇고.]


아내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먹이며 카지노 게임이 나를 닮아서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내는 한 번씩, 카지노 게임을 크게 나무랄 때가 있다. 물건을 던지거나 우리 집 고양이 토리의 꼬리를 잡아당기는 경우와 같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을 할 때이다. 그러한 일을 제외하고도 종종 다그치며 시우를 혼낸다. 나는 시우에게 화를 내거나 크게 목소리를 높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카지노 게임은 나를 친구처럼 대하며 같이 놀자며 내 손을 잡고 다닌다. 잠을 잘 때도 엄마가 같이 자면 일찍 자야 하는데, 아빠는 자기랑 이야기도 하고 장난도 치며 늦게 잘 수 있으니, 매번 아빠랑 같이 자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나의 육아 지론(?)은 잠은 자고 싶을 때 자야 하며, 밥이 먹기 싫으면 먹지 않아도 된다. 만약 어린이집에서 피곤해하고 배가 고픈 상태를 느끼는 것도 온전히 카지노 게임의 몫인 것이다. 이러한 자유에 따른 책임을 일찍부터 알려 주고자 노력했지만 아내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그렇게 오빠 말대로 하면 카지노 게임는 자기 맘대로 하고 다닐 거야. 아빠가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 자기도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할 거 아니야. 그러니 늦잠도 자고 아빠한테 매번 안아달라고 하는 거고.]


아내의 이야기에 반박을 할 수가 없구나. 카지노 게임아, 아빠는 언제나 널 응원하지만 엄마를 이길 순 없으니까 줄을 잘 서렴.


P.S

카지노 게임과 대면하는 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면서(회식, 운동, 학회를 빙자한 자리비움 등으로) 제 발언권은 이전 보다 축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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