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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Jan 02. 2021

카지노 게임 횡포

와이프의 임신이 22주 차에 접어들었다. 그녀는 점점 더 거칠 것이 없다. 평민이었던 내 계급은 노예가 되었고 카지노 게임 횡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감정 변화의 변화가 수시로 찾아왔고, 자신이 한 실수나 선택엔 한없이 관대했지만 내가 한 선택은 갖은 사유를 들어 기각시켰다. 내 주장과 선택을 강하게 어필한 날이면 혀에 칼을 꽂은 채 쏘아대기 일쑤였다. 내로남불의 전형을 경험하고 싶으면 우리 집으로 오면 된다. 이러한 불합리함을 이성적으로 이야기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답한다.


'오빠랑 내가 같아?'

'오빠 변했어.'


냉장고엔 시켜 먹고 남은 음식물들이 쌓여가고 있고 새로운 식단과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마다 남은 음식을 정리하고 해치우는 것이 퇴근 후 새로운 업무로 자리 잡았다. 임신성당뇨가 걱정된다며 과일과 케일을 갈아서 먹고 샐러드로 아침과 저녁을 먹는 식단을 시작했는데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그녀의 선택에 대해서 한 번도 반대한 적도 없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그녀가 통치를 강화한 요즘은 서늘한 기운이 집안을 감돈다. 조금만 말실수를 하면 우는 것은 예사고, 먹고 싶다고 했던 음식을 시켜주면 한 두번 먹고 내려놓을 때가 많았다. 어쩔 수 없이 남은 배달음식을 먹고 있으면 왜 이렇게 식탐이 많냐며 인신공격이 들어온다. 화가 치밀어 오르고 한마디 크게 해버리고 싶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참는다. 이 가정이라는 나라는 단 한 명의 카지노 게임과 단 한 명의 백성뿐이다. 조만간 태어나는 황자는 나보다 계급이 위일 거다. 국가의 국민에겐 의무도 있지만 권리도 있다. 하지만 지독한 계급주의 국가인 이곳에선 백성의 의무만 강요될 뿐이다. 몇 번의 상소와 솔직한 진언을 고한 날엔 눈물로 시작해서 이렇게 하려고 결혼했냐며, 사람이 변했다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보통 강아지는 산책으로 하루의 에너지 소비를 마무리한다던데, 와이프가 딱 그러하다. 저녁을 카지노 게임 아파트 주변을 산책을 해야 하는데 이 엄동설한에 1시간이 넘도록 산책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의 운동량이 작았고 저녁을 카지노 게임 나서 소화를 시켜야 한다는 게 이유인데, 난 하루 내내 일하고 와서 운동보단 휴식이 필요함을 역설해도 소용이 없다. 문제는 산책을 하면서 그녀가 유치원에서 겪었던 이야기나 고등학생 때, 대학생 때 겪은 이벤트를 이야기하는데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잘 듣지 않은 날이거나 대답이 시원찮았을 경우, 삐져서 빨리 가버리거나 산책 내내 말을 안 하기 일쑤다.


와이프가 이 글을 보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가 글을 종종 쓰고 있는 것을 알지만 병원과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고 알고 있으니까. 이 철권통치의 끝은 언제일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한 사회는 언제 오는 것일까. 아아, 민주주의여 돌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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